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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6 | 연재 [SNS 속 세상]
맞춤형 광고의 두 얼굴
리타켓팅 광고와 비식별개인정보의 활용
오민정(2018-07-13 12:17:59)

한번 검색한 내용이 계속 보이는 광고
SNS를 하다보면 종종 찜찜한 기분을 느낄 때가 있다. 특히 가장 불편할 때 중 하나는 바로 검색했던 상품을 다시 내 타임라인에서 광고로 만나볼 때다. 처음에는 '내가 검색한 상품이 이렇게 잘나가는 상품이었나?', '혹시 내가 트렌드를 파악하는데 뭔가 재능이 있는 건가'하고 밑도 끝도 없는 자아도취에 빠지기도 했지만 이내 나의 우둔함을 깨닫게 되었다. 반복적으로 보이는 광고는 우연이라기엔 너무나 말도 안 되게 정확하고 그 빈도가 잦았다. 이것은 내가 검색한 내용들이 저장되고 있다는 징후였다. 그 이후, 나는 SNS로 검색한 광고들을 마주할 때마다 슬슬 기분이 나빠지기 시작했다.


맞춤형 광고? 리타겟팅(re-targeting)광고!
이렇게 한번 검색한 내용이 포털사이트나 SNS에 보이는 것은 '리타겟팅 광고' 때문이다. '리타겟팅 광고'란 광고주의 사이트에 이미 방문했던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광고를 송출하는 마케팅 방식이다. 무분별한 광고로 인한 피로감을 낮추고 관련 상품에 관심이 있는 사용자에게 광고가 노출되므로 높은 구매 확률로 이어지게 하는 것이다. 원리를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방문하는 홈페이지에 스크립트나 픽셀같은 추적코드를 심어두면, 사용자들이 방문을 통해 생성되는 쿠키파일을 통해 특정 PC나 모바일 기기의 식별이 가능해진다. 그런 행태정보를 통해 이용자의 관심과 성향을 분석, 추적한 후 해당 기기를 통해 다시 '맞춤형 광고'를 제공하는 것이다.


시스템을 통해 나의 소비행태가 분석되고 있다
가는데 마다 따라다니는 광고가 좀 귀찮기는 했지만, 나도 한번뿐이었다면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을지 모르겠다. 솔직히 악성파일이나 애드 웨어도 아니고, 위치정보가 노출되는 것도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문제는 내가 컴퓨터로 접속하여 검색했던 내용이 핸드폰으로 개인 SNS를 접속했을 때도 보인다는 점이었다. 체감 상 포털 사이트보다 SNS가 개인계정의 독립공간이라는 느낌이 더 강하다는 점에서, 한번 검색한 내용이 컴퓨터와 핸드폰을 상관하지 않고 따라다닌다는 사실이 불쾌감을 넘어 등골을 오싹하게 했다.


왜 기분이 나빴던 것일까. 이유는 간단했다. 감시를 당하는 기분이 들어서다. 마치 '빅브라더'의 손바닥 안에서 기만당하는 느낌이었다. 검색했던 내용들이 광고로 나오자 인터넷으로 구매하려고 했던 물건들에도 흥미가 떨어졌다. 내가 유독 예민하게 구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식이면 가격이 비싸도 이제는 오프라인에서 물품을 구매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혹시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은 아닌가 싶어 알아보기 시작했다. 알아본 바에 의하면, 사용자가 방문한 사이트 접속 기록이나 관심 분야, 구매 내역 등과 같이 개인을 식별하지는 않지만 개인의 관심사 등을 파악할 수 있는 '비식별 개인정보'를 활용하기 때문에 현행법(정보통신망법)상 불법은 아니었다.


인공지능으로 더 똑똑해지는 리타켓팅
현재 리타겟팅 광고에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적용한다면 검색하는데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또한 기업의 입장에서 제품구매의 의사가 있는 사람들에게만 선택적으로 광고를 할 수 있어 효율적인 광고가 가능하다. 지금까지 검색이나 구매 내역 등을 바탕으로 추천해주는 형식이 대부분이었다면, 인공지능 기반 추천 서비스가 도입되면 나이, 성별, 지역 등의 기본적인 정보를 활용하는 것은 물론, 시간대별 접속에 따라 물건의 구매와 재구매율 등 구매패턴을 반영하기도 한다. 실제로 그러한 기술을 적용하고 있는 기업도 생겨나기 시작했다.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비식별개인정보'는 개인의 정보인가 공공재인가
하지만 개인적으로 나의 인터넷 이용 행태가 읽히고, 분석되고, 감시당하는 느낌을 좋아할 사람은 없다. 그리고 이 모든 것보다 개인적으로 더 기분이 나쁜 점이 있다면, 이러한 비식별개인정보가 내 정보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공공재처럼 쓰인다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내가 그런 개인정보의 수집과 이용에 대한 고지를 제대로 받은 적이 있었던가? 아마도 이용약관 어느 한 쪽에 적혀있었을 지도 모르지만, 찾아보지 않으면 비식별개인정보로 인해 내가 리타겟팅 광고의 대상이 된다는 사실은 숙지하기 힘들 것이며, 그에 대한 거부권이 있었는지도 잘 모르겠다. 또한 이러한 비식별 개인정보에 대한 인터넷 사업자들의 활용실태에 대한 정보도 제대로 알기 힘들다.


온라인 광고 시장이 얼마나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지는 나에게 그리 중요하지 않다. 또한 내 정보를 가지고 기업들이 광고 수단으로 얼마나 잘 활용하고 있는가에 대해 그렇게 칭찬해주고 싶은 생각도 없다. 하지만 아무리 '비식별개인정보'라 하더라도 개인 식별의 가능성이나 개인정보 축적 등 오남용의 여지가 있는 만큼, 적어도 '비식별개인정보'를 이용하는 것에 대한 충분한 논의, 그리고 규정과 가이드마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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