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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2 | 연재 [SNS 속 세상]
패러다임 전환의 기술, 블록체인
블록체인
오민정(2019-02-25 14:57:21)

평소 업무에 필요한 교육이나 행사, 워크숍 소식 등을 찾아 볼 때, 나는 빠르고 손쉬운 정보 수집처 중 하나로 SNS를 이용한다. 관심 있는 기관이나 단체를 '팔로우' 해 두었다가 행사나 워크숍 등 새로운 일정이 등록될 때 수시로 확인하는 것이다. 요즘에는 대부분의 기관들이 SNS를 통해 홍보를 겸하고 있기 때문에 홈페이지를 체크하며 정보를 수집할 시간적 여유가 없을 때 이 방법을 특히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해, SNS을 통해 본 워크숍 내용 중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단어가 있었다. 바로 '블록체인'이다. 그럼 내가 IT나 금융 쪽의 워크숍에 관심이 많으냐고? 유감스럽게도 아니다. 비전공자인 여성이 일반적으로 가질 수 있을 만큼의 관심 정도랄까. 게다가 내가 '블록체인'과 관련한 워크숍에 대한 소식을 접한 것은 다름 아닌 사회혁신과 문화콘텐츠 분야에서였다.


금융이 전부가 아니다
사실 '블록체인'은 우리에게 이미 생소한 단어는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제 작년 광풍을 일으켰던 '비트코인' 덕분에 '블록체인'이라는 말을 한 번쯤은 들어볼 수 있었을 것이다. '비트코인'은 P2P(Peer to Peer)전자화폐의 한 종류이고, '블록체인'은 이를 가능하게 해 주는 기술이다. 쉽게 설명하자면 블록체인은 모두가 확인할 수 있는 일종의 회계장부다. 즉 회계장부의 낱장이라고 할 수 있는 '블록'이 여러 개 연결되어 있는 것을 '블록체인'이라고 한다.


사람들은 흔히 블록체인을 금융기술로 인식한다. 그러나 블록체인은 다양한 가치를 바탕으로 전 산업 영역에서 활용될 수 있는 패러다임 전환의 기술이다. 특히 금융뿐 아니라 비 금융 분야(기부금, 제품의 윤리적 생산, 환경보호, 콘텐츠 제작 등)로 적용범위를 확장해가면서 블록체인 서비스는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아동노동착취, 마닐라 해안의 쓰레기 문제부터 예술작품의 판매까지
블록체인은 생산과 유통마다 디지털 기록화를 통해 제품의 윤리적 생산과정에 활용할 수 있다. 실제로 아프리카 콩고의 아동노동으로 문제가 된 '코발트'에 대해 IBM, 엘지 화학, 포드 등 글로벌 기업들은 2018년부터 윤리적으로 생산된 광물자원을 추적하고 인증하는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코카콜라는 블록체인을 통해 노동자를 등록하는 플랫폼을 구축했고, 이를 위해 28개 지역 설탕원료 공급지의 아동노동현황을 조사하여 노동계약 준수여부를 감시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블록체인을 활용해 환경보호를 실천한 사례가 나왔다. 바로 필리핀 마닐라 해안가의 플라스틱 쓰레기를 주우면 보상을 해주는 'Bounties for the Oceans Project'다. 현지인들이 해변을 청소하면 보상으로 코인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지난 해양의 날에 테스트를 시작하여 이후 영국, 미국, 캐나다 등 다양한 국가로 확대, 총 28건의 프로젝트 신청이 제출되기도 했다.


또한 지난 해에는 블록체인 디지털 작품이 판매되기도 했다. 사진작가 케빈 아보쉬의 '포에버 로즈'라는 작품은 사진의 디지털 원본을 이더리움(가상화폐)과 결합해 만들었다. '포에버 로즈'는 작품인 동시에 그 자체가 암호화폐이기도 하다. 이번 프로젝트는 암호화 기술로 디지털 예술작품의 원본의 가치를 높였다는 의의를 받고 있으며, 디지털 작품의 원본을 공동구매하는 방식은 예술작품 거래에서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평가받고 있다.


미완의 기술, 우리는 무엇을 지향해야 하는가
그 동안 추상적으로만 제시되어 왔던 '협력적 공유사회'도 블록체인을 바탕으로 구현될 수 있다. 공유경제의 핵심은 '신뢰'다. 물건을 함께 쓰고, 빌려 쓰는 시스템에서는 공정하게 사용시간을 측정해 대가를 지불한다는 약속이 지켜져야 한다. 이러한 공유경제를 실행할 수 있는 가장 유효한 기술이 블록체인이라고 할 수 있다. '블록체인'을 통해 플랫폼, 사용자, 공급자 간의 거래 내역을 기록하고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블록체인'은 미완성의 기술이다. 유망사업으로 지속적으로 조명되고 있으나 '블록체인'으로 더 나은 미래를 만드는 방법, 우리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논의가 더딘 것 같다. 이러한 고민 없는 무조건적인 기술지향과 투자는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미래, 삶의 문제들을 생각해보고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을 완성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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