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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3 | 연재 [SNS 속 세상]
선정성 부추기는 SNS 게임 광고, 어떻게 이런 광고가 가능했을까
게임과 SNS
오민정(2020-03-06 11:51:24)





최근 SNS에서 유독 눈에 띄는 광고들이 있었다. 주로 시뮬레이션 혹은 롤플레잉 게임으로 여주인공을 전면에 내세워 선전을 하는 게임이었다. 이들은 여성의 특정 신체 부위를 과도하게 강조하고 여성을 과일 맛에 비유한다든지 혹은 ‘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몸을 판다’는 등의 대사를 내세우며 여성의 성을 상품화하는 게임 광고들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선정적인 SNS 게임 광고의 이면
처음 SNS에서 이러한 게임 광고를 발견했을 때, 나는 몹시 충격을 받았다. 더군다나 정도가 심한 몇몇 게임들을 조사해 본 결과, 이들 중 일부는 여전히 ‘12세 이상’ 또는 ‘15세 이상’ 이용 가능 등급이었다. 대체 어떻게 2020년의 대한민국에서 이런 게임 광고가 가능했던 것일까.
우리나라의 경우 그동안 게임 광고는 별도의 규제안 없이 게임물관리위원회(이하 게임위)의 후속 조치로 관리하고 있었으며, 광고 내용과 게임의 내용이 일치하면 단속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었다. 더군다나 문제가 되는 게임들의 공통점은 중국 업체가 출시한 게임으로 단속이 어려웠다. 실제 중국 업체들은 국내에 지사를 두지 않는 경우도 많아 국내법으로 규제하기 어렵다. 이미 청소년 이용 불가 등급을 받은 ‘왕이 되는 자’를 비롯해 실제 일본 AV 스타를 광고모델로 기용해 비난을 받았던 ‘왕비의 맛’, 궁정 생활의 암투를 다룬 ‘희비전’•‘궁정계’•‘황제라 칭하라’•‘꽃피는 달빛’, 미소녀 캐릭터를 앞세운 ‘명일방주’ 등과 같은 게임들의 광고는 유튜브, 페이스북과 같은 SNS에서 청소년에게도 손쉽게 노출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게임들이 국내 업체가 아니라 중국의 업체들이 개발한 것이며, 우리나라 게임 업계의 수준이 아니라는 사실은 불행히도 내게 그다지 큰 위안이 되지 못했다. 이러한 선정적인 게임들의 광고는 실제 매출로도 이어져 몇몇 게임은 이미 매출 상위권 30위 안에 포함돼 있었던 것이다.


정부, 게임법 개정안 입법 예고
2020년 2월 18일,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 게임물관리위원회는 2006년 도입된 ‘게임 산업법’을 개정하기 위한 대토론회를 열었다. 이번 개정안에는 게임 산업진흥기본계획수립을 포함한 전면 개정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으며, 특히 논란이 되어 왔던 ‘광고 사전심의’와 ‘확률형 아이템 표시’에 대한 내용 등이 담겨 있다. 앞서 언급한 선정적인 게임 광고와 사행성 논란이 있었던 ‘확률형 아이템’을 겨냥한 셈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이번 개정안에 대해 크게 반발하고 있다. 개정안은 위에서 언급한 선정적인 게임 광고 규제를 위한 ‘광고 사전심의’와 ‘확률형 아이템 표시’에 대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으나 실제 중국 등 해외 업체에 대한 규제안은 빠져 있어 국내 업체에만 적용되는 역차별이라는플랫폼 사업자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


게임 산업에서 폐해가 있는 부분에 대한 규제와 이에 대한 명확화는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관련법의 강화 및 규제의 동일한 적용과 더불어 꼭 필요한 것은 플랫폼 사업자들의 적극적인 협조다.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내용은 그동안 자율 규제에 맡겼다 하더라도 실제로 위에서 언급한 선정적인 게임의 광고 삭제 조치는 유튜브, 페이스북 등 플랫폼 사업자들에 대해 게임위의 ‘권고’ 형식으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었다. 결국 플랫폼 사업자들의 자율에 맡겼다는 소리다. 그러나 실제로 플랫폼 사업자들은 성인뿐 아니라 청소년들도 많이 이용하고 있는 플랫폼에서 사실상 선정적인 게임 광고를 방치하고 있던 셈이다. 게임이 단순한 오락을 넘어 문화산업으로 발전하고 있는 오늘날, 관련법의 정비와 더불어 업계의 자정 노력도 중요하지만 우리의 게임 산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개선할 수 있는 플랫폼 사업자들의 적극적 협조와 관련 분야 간 연계 협력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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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확률형 아이템’은 일정 금액을 내면 무작위로 얻는 게임 아이템으로, 원하는 아이템이 나올 때까지 반복적 뽑기를 유도하기 때문에 이용자들이 게임에 많은 비용을 지불하도록 한다. 이 때문에 사행성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하지만 실제 많은 게임사들의 수익모델이 되고 있다.


글 오민정 완주문화재단 정책기획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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