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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 | 연재 [보는 영화 읽는 영화]
아임 유어 맨 | 로봇과의 사랑, 사랑의 본질에 대해 질문을 던지다
김경태 영화평론가(2021-10-08 14:15:13)

로봇과의 사랑, 사랑의 본질에 대해 질문을 던지다

김경태 영화평론가


고고학자인알마(마렌 에거트)’ 연구비 마련을 위해 맞춤형 휴머노이드 로봇이 인간 파트너를 대체할 있는지의 여부를 판단하는 실험에 마지못해 참여한다. 그녀는 갈등 끝에 자신의 취향에 최적화된 남성 로봇인( 스티븐스)’ 집으로 데리고 오며 불편한 동거를 시작한다. 톰은 알마를 위해 집안일을 하거나 비위를 맞춰주며 이상적인 파트너로서의 역할에 최선을 다한다. 반면에, 애초부터 그에게 마음을 생각이 없던 알마는 인간이 아닌 그의 호의를 불편해하며 그와의 거리를 유지하려 한다. 반면에, 톰은 알마가 겪게 되는 일상의 우여곡절에 함께하며, 그녀의 오랜 상처까지 어루만진다. 이처럼 영화는 휴머노이드와의 사랑이 가능한지에 대해 탐구한다.


로봇인 톰의 존재 이유, 그러니까 궁극적 목적은 파트너를 맺은 인간이 행복할 있도록 돕는 것이다. 톰은 스스로도 역할을 알고 있다. 그래서 그가 알마와의 관계에서 보이는 모든 반응들은 그녀의 행복을 위해 계산된 것이다. 물론, 그녀의 행복을 위해 행동한다는 것은 그녀가 요구하거나 시키는 대로 행동하는 것과는 분명 다르다. 그래서 톰은 술에 취한 그녀가 이성을 잃은 요구하는 섹스를 거부하고 그녀가 잠자리에 들도록 한다. 이처럼 영화는 그가 그저 로봇 가정부도, 섹스 토이도 아님을 명확히 한다. 대신, 비록 알고리즘에 따를 뿐이더라도, 진정한 연인으로서 그녀의 삶을 돌보고자 애쓰는 모습을 보여준다. 



한편, 알마에게 있어 그가 갖춘 파트너로서의 완벽함은 그의로봇다움만을 부각시킬 뿐이다. 상대방을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지난한 시행착오의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그만큼 많은 노력과 시간이 든다. 결과로 획득된 이해는 깊은 신뢰가 뒷받침된다. 그래서 알마는 입력된 데이터에 기반한 이해를 선뜻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리하여 여타의 로맨틱 코미디 영화처럼, 그녀는 일련의 사건들을 겪으며 그의 사랑이 진심에서 비롯된다는 환상에 차츰 도취되어 가고, 어느새, 그가 로봇이라는 사실을 망각한 마음을 연다. 아이러니하게도, 로봇과의 관계도 인간과의 관계처럼 우여곡절을 거치면서 돈독해진다. 인간과 로봇은 극명한 존재론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관계적 차원에서는 간극이 급격히 좁혀져 간다. 마침내 알마는 톰과 사랑에 빠지지만, 그가 로봇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며 그를 떠나보낸다. 


알마는 그녀와 같은 실험 참가자인 중년 남자와 거리에서 우연히 마주친다. 그는 휴머노이드와의 연애를 통해 태어나서 가장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고백한다. 알마와 달리, 그는 파트너가 인간이 아니라는 사실에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다. 그런데 알마는 이러한 태도에 대해 고독을 두려워하는 인간의 병리적 현상으로 치부해버린다. 결국 휴머노이드 파트너는 마찰 없는 안락한 관계에 대한 중독을 불러와 다른 인간들과 제대로 관계를 맺지 못할 것으로 판단하며 출시를 반대한다. 그렇게 알마는 자신의 욕망을 부정한다.  


이제 알마에게 톰은 이상형의 남자 로봇이 아니라 이상형의 남자인데 안타깝게도 로봇이라는결점 있는 남자가 된다. 그는 잠을 자지 않고 추위도 타지 않으며 음식 맛도 모른다. 사랑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그러한 결함들을 수긍하고 견뎌야 한다. 사랑이라는 맹목적인 환상에 빠지기 위해서는 그래야만 한다. 중요한 , 사랑의 대상이 인간이냐 로봇이냐가 아니라 그러한 사랑의 본질을 깨닫는 것이다. 따라서 로봇과의 사랑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톰은 그녀가 첫사랑과의 추억을 새겨놓았던 장소에서 무작정 기다리는 중이다. 이별은 프로그래밍 되어 있지 않기에 절대 떠날 없으며, 기다림의 장소도 알고리즘에 따라 선택된 것일 뿐이다. 무한한 기다림이 그의 의지가 아닌 알지만, 알마도, 관객도 감동할 수밖에 없다. 알면서도 속는 , 사랑이 원래 그렇다. 이제 그녀의 선택만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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