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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2 | 연재 [김윤성의 새 이야기]
맹금류, 하늘을 가르다
김윤성 전북산업보건협회 전문의(2022-02-09 13:58:22)

맹금류, 하늘을 가르다


겨울에도 도심의 천변이나 저수지에서 다양한 종의 오리와 기러기 등의 철새를 어렵지 않게 관찰할 있지만 무엇보다도 겨울 탐조의 가장 즐거움은 인적 없는 들판이나 강변에서 자유롭게 하늘을 활강하며 사냥하는 대형 겨울 맹금류를 만나는 것입니다. 만경강 중류에서 새매, 참매, 송골매, 잿빛개구리매 등이 사냥감을 쫓고 있으며, 하류에는 독수리, 큰말똥가리, 말똥가리, 흰꼬리수리가 강변과 하늘을 배회합니다. 동진강에는 맹금류 제일 크기를 자랑하는 참수리가 강변 모래톱에 앉아있고, 운이 있다면 국내 관찰기록이 얼마 되지 않는 검은어깨매도 만날 있습니다. 이들이 커다란 날개를 펼친 빠른 속도로 먹잇감을 향해 달려드는 장면을 보면 감탄이 저절로 나옵니다.



 맹금류가 타고난 사냥 실력을 가지는 이유는 뛰어난 시각 때문으로 3.2km 상공에서도 지상의 토끼를 확인할 있습니다. 크기는 사람의 것과 비슷하며 뇌보다 큽니다. 중심와가 군데 있어 정면과 측면 양쪽을 동시에 선명하게 관찰할 있습니다. 빠르게 날면서도 사람이 느린 화면을 보는 것처럼 사물을 놓치지 않고 있습니다. 또한 먹잇감을 부여잡기에 특화된 튼튼하고 날카로운 발톱과 찢기 편하게 구부러진 부리는 이들이 타고난 사냥꾼임을 실감 나게 줍니다. 그래서인지 오래 전부터 사람들은 이들을 길들여 겨울철 , 토끼 같은 동물 사냥에 이용해 왔습니다. 매사냥이라고 일컬어지는 것으로 비단 매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주변에서 구할 있는 어떤 맹금류라도 어릴 붙잡아 키우고 훈련시켜 매사냥을 즐겼습니다. 


맹금류는 이런 실용적 측면 아니라 신화 속에서도 자주 등장하여 인류와 친숙한 관계를 유지해 왔습니다. 예를 들어 독수리는 제우스의 화신이었으며, 카프카스 산맥에 유배되어 있는 프로메테우스의 간을 쪼아 먹는 간수 역할로, 로마를 건설할 장소를 정해주는 메신저의 역할도 수행했습니다. 우리 신화 속에도 가락국왕인 김수로왕과 신라왕 탈해의 왕위 쟁탈전에도 등장합니다. 이때가 이들에겐 영광스러운 시간들이었습니다. 


현재는 이런 신화적 상징성을 잃어버렸고 생태적 지위마저 위태로워 사람들이 주는 먹이에 의존하며 겨울을 나는 소식을 접할 때에는 마음 한켠이 아려옵니다.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스스로 있을 없는 이들에게서 어쩌면 기후변화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는 인류의 미래를 미리 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염려해 봅니다. 


김윤성 전북산업보건협회 전문의·아마추어 탐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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