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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6 | 연재 [문화저널]
전북의 민속놀이 3
마을굿에서 통일굿으로
김익두 전북대 국문학 강사(2004-01-27 14:58:09)

1.닫힌구조와 열린구조
지난번에는 전북동부산간지역의 한고립된 지역의 마을공동체 대동굿을보았으므로, 이번에는좀더 개방적인서부명야지역으로 내려와서 여러 마을이 합동으로 벌이는 대동굿을 찾아보기로하겠다. 전자(마을굿)가한마을단위로 완결되기에 닫힌구조의 대동굿이라면, 후자는 여러 마을의주민이 함께 공동의 장에서 만나 서로를 상호 개방하고벌이는 축제라는 점에서 열린 구조의 대동굿이다.이러한 열림의 논리, 상호개방의 논리를 점점 확대해나가다가 다다르게 되는 전북지역의 가장 큰 공동축제, 대동굿의 원형이 바로 오늘 우리가 찾아가려고 하는 통일지향의 대동굿이다.그것은 보통 기세배 기싸움 혹은 기접놀이라고불려지고 있는 것으로서, 마을과 마을의 벽을 허물고 여러마을의 마을굿들을한차원 높은공동의 장에서 서로만나게함으로써 전통적인 공동체사회의 지역적 한계를 최대한으로 확장시켜 주고 있는 축제문화의 한 원형적인 실체이다.

2. 기세배 기싸움 기접놀이의 구체적 양상
전북지역에 전해지는 큰 대동굿의 개략을 적어 보면다음과 같다.정초(대부분 지역)나 칠석(완주) ·백중(완주·왕궁)혹은추석과 같은 명절에 남원군(동면 ·아영면 일대 등) ·전주·완주·함열 ·금마·왕궁·옥구·김제 ·정읍·고창등지에서 여러 마을의 풍물패(농악대)가 마을기(농기)를앞세우고 한 자리에 모여 마을의 서열에 따라 마을기를 수그려 인사하거나(기세배), 서로 서열을 다투어 싸우고경쟁하거나(기싸움 혹은 기접놀이) 하는 형식의 지역 대동굿을 기세배 ·기싸움 혹은 기접(雄接)놀이라 한다.그 연행관정을 보면, 먼저 각 마을의 풍물패가 집집을돌며 마당밟이 굿을 쳐주고 전곡을 걸립하면서 각 마을별로마을굿을 행한 다음(익산지역), 일정하게 정해 놓은 날에정해진 형제의 순서대로 가장 아우의 마을굿패가 마을기를앞세우고 그 바로 윗형마을로 가 마을 광장에서 기세배(아우 마을굿패)와 기맞이(형 마을 굿패) 축제의식을 행하고,이 두마을이 서열대로 합세하여 다음의 그윗형마을로가는데, 이런 식으로 해서 제일 윗형마을에 이르러 각마을별 기세배굿과기맞이굿이 완결되면, 이들은 이제 모두합세하여 서열순으로 합동 기세배 장소를 향해 행진해 가서잠시 휴식을 취한다. 이 과정에서 형과 아우의 서열 다툼이하나의 경쟁이나-싸움의 형태로 이루어자면 기싸움(함열지방)이 된다.다시 각 마을별로 굿패를 정돈하고 각 마을이 서로 합하여 합굿을 별인 다음, 흉물굿이 계속 흥청거리는 가운데 서열 순서대로 종합적인 기세배의 의식을 행한다.이 때 자기의 마을기가 될 수 있으면 덜 수그러지게 하려고각 마을 주민들이 옥신각신하기도 하는데 그것이 지나치면싸움과 같은 형태로 발전하기도 한다.기세배 의식이 끝나게 되면 각 마을의 농기들이 모든마을이 합굿으로 치는 풍물굿 소리에 맞추어 제일 맏형마을의 기를선두로하여 원을 그리며 장내를돌면서 홍겹게돈 다음, 다시 굿판을 중심으로 그 주위에 각 마을굿패들이좌정하고 미리 마련해 온 술과 음식들을 나누어 먹으면서휴식을 취하게 된다.
다시 굿소리를 내고 각 마을 굿패들이 스스로를 정비하여연합 판굿놀음이 이루어지는데, 맏형마을의 마을기를 선두로 차례 차례 판놀을 흥겹게 놀고 막둥이 마을의 굿패부터 시작하여 기물과 장비를 수습해 가지고 굿놀음을계속하면서 굿판을 떠나 마을로 돌아간다. 전주 ·완주지역에서는 기세배와 기맞이-즉 기접(雄接)의식이 끝나면
합굿 장소에 모여 각 마을기를 든 장정들끼리 벌이는 계주식 기달리기 대회와 기를 든 장정끼리 기를 서로 부딪쳐 겨루는 기부딪치기 경연등도 행한 것으로 보고 되고 있다. 이와는 그 형태가 약간 다르지만 같은 계종의 대돋굿으로 고창읍오거리 당산제가 있는데, 이것은 고창읍내 인근의 여러 마을이 정월 보름 무렵에 풍물패를 앞세우고 고창읍내 오거리에 모여서 선임되 제주.제관의 주재로 당산제를 행하고 암줄과 숫줄의 줄을 꼬아 결합시키고 각 줄머리 위에다가 선임된 신랑 신부를 태우고 남녀로 편을 갈라 줄다리기를 한 다음, 그 줄을 당산석에다 감고 흥겹게 놀고 끝마치는 형태인 바, 이것도 기세배와 같은 연합 대동굿의 한 변이형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3. 그 현대적 의의

이상에서 약술해 본 마을연합 대동굿은 그 자체로서도 훌륭한 축제요 놀이이지만, 그것은 오늘날의 축제와 놀이문화에도 창조적으로 계승되고 활용 될 수 있는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첫째로, 그것은 바람직하지 못한 외래적인 축제나 놀이가 횡행하고 있으면서도 기존의 전통적인 축제와 놀이의 문화가 바람직하게 계승되지 못하는 오늘날의 축제 놀이문화에하나의 좋은 전범이 될 수 있다. 즉, 그것은 오늘의 우리에게 맞는우리식의 대동굿을 창조하는 좋은 모델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은 멀리 삼한시대에까지 그 유서깊은 연원이 거슬러 올라가면서도, 오늘날에까지 끊어지지 않고 계승 변이 재 창조되면서 이어져 오는 뿌리 깊은 대동굿의 나무라는 점에서 그러하다. 둘째로, 그것은 하나의 마을 범위로 한정된 닫힌구조의 대동굿이 아니라 그 마을굿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그 범위를 넘어서 더 큰 지역으로의 확산을 이룩한 대돋굿이기 때문에, 한 마을로부터 한 지역, 나아가 조국 강토의 전지역을 하나로 아우르는 하나의 민족 대동굿, 통일굿의 한 전범으로 활용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것은 궁극적으로 분열과 배타를 용남하지 않으며 화합과 통일을 지얗하는 열림굿이다. 그것은 또한 풍물굿이나 무당굿이나 탈춤, 각종 음악과 무용과 놀이를 그속에 아울러 포용해 가지고 있는 거대한 문화복합의 구조인 것이다. 무당굿이니 풍물굿이니 판소리니 탈춤이니 하는 것을 따로 떼어내어서 오늘날의 삭막하고 이질적인 산업사회의 구조와 컨텍스트속에 옮겨 놓는 을은 혼돈이란 사람에게 구멍을 뚫어서 마침내 죽게 만들어 버리는 장자의 비유의 의미만큼 반 생명적인 것이다. 오히려 우리는 이제 그러한 작은 굿(풍물굿 무당굿 탈굿 판소리 등)만을 붙잡고 불안에 떨것이 아니라. 그것들을 포괄해 가지고 있던 더 큰 민족 대돋굿의 전승실체들을 되찾고 그것을 우리의 공동체적 행동학으로 재창조함으로써 근원적인 통일과 부활의 활로가 열릴 것이다.
셋째로, 좀더 구체적인 활용 방안으로서 우리는 이것을 오늘날의 지역 문화축제 특히 전북지역의 향토축제나 전북지역의 공공기과 기업체 혹은 교육기관 등의 축제에 도입함으로써, 우리 스스로가 소외된 오늘날의 축제문화 놀이문화에 활력소를 불어넣을 수가 있을 것이다. 특히 대학의 축제에 이 대동굿의 형식과 내용을 구체적으로 도입.활용한다면 매우 획기적인 축제문화의 활로가 열릴것이라고 기대된다. 예컨데, 각 단과대학이 모여서 이룩되는 단대연합 축제라든가 각 써클들이 모여서 이룩하는 써클연합 축제등이 이 전통 대동굿의 활기찬 깃발 아래서 이루어진다면, 그 유연한 화합의 대제전은 아무도 거스르지 못할 것이다. 즉, 각 학과별 대동굿->각 단과대학별 대동굿->한 대학교 전체의 대동굿-> 각 지역(전북지역.전남지역등) 대학 연합 대동굿->남한지역 전체 대학 연합 대동굿->남북한 전체 대학 연합 대돋굿->통일 대학 대동굿->민족통일 대동굿으로 이어져 나갈 수 있는 이 줄기찬 열림과 화해와 부활의 축제를 이루어 나간다는 것은, 참으로 바람직한 근원적이고 구체적인 통일의 행동학이 아닐수 없다. 이것은 물론 하나의 실예에 불과하다. 이것은 대학뿐만 아니라 우리 민족삶의 전영역에서 일어나야 하며, 더욱 중요한 것은 그 형식이나 구조에서 뿐만이 아니라 그내용이나 실질에서도 그래야만 한다는 것이다. 그러한 변화는 갑자기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반성과 축적의 기나긴 시간과 진지하고 고독한 창조의 밀실 작업이 이루어져 나가는 과정을 통해서 점차 이루어질 것이다. 그것은 또 지씩의 학문못지않게 행동의 학문도 중요하다는 인식이 우리 사회에 깊히 침투해 들어갈 때 더욱 박차를 가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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