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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7 | 연재 [문화저널]
전북의 민속놀이4
마을굿의 풍수설화적 변형과 여름축제
김익두 전북대 국문학 강사(2004-01-27 15:18:10)

1. 괴양리 여름 축제의 유래.

남원군 보절면 괴양리에서는 매년음력 7월 15일, 백중날이면 이 마을에 옛부터 전해오는 여름의 마을축제인‘삼동굿놀이’를 벌인다. 남원시로부터 동북쪽으로 약삼십리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는 이 괴양리(塊陽里) 마을은 양촌(陽村) 음촌(陰村) 개신(開新)이라는 3개의 마을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 특이한 마을 축제의 역사는 고려 말기, 그러니까 지금부터 약 60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한다. 그것은 이 굿을 주관해 온 양촌 마을의 역사가, 이 마을을 처음 형성한 씨족인 남원 양씨의 족보에 의하면 약60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고, 당산제를 모시는 신앙의대상인 귀목나무가 네 아름드리나 되는 오래된 거목이니, 그렇게 생각 할 만도 할 것이다.
이 마을 굿은 크게 ‘삼동굿놀이’‘지네밟기’ ‘당산제’ ‘마당밟이굿’의 네 부분으로 나누어지는데, ‘삼동굿놀이’는 마을에서 태어난 모든사람의 이상적인 일생을 연희적 형태로 표현한 것으로, 어린아이의 출산과 성장과 입신출세의 과정을 춤과 연극적 행위로 표현해내는 것이다.
다음에 이어지는 ‘지네밟기’는 풍수설화와 직접 관련되어 있는 것으로서, 그 설화는 다음과 같다. 이 마을 뒤의 계룡산(鍵龍山)은 닭의 형국으로 되어 있고 이 산밑에 대명당이 하나있다. 그 명당의 장소는 정확히는 알 수 없으나 계룡산 ‘장태봉’과 ‘회산내’가 만나는 곳에 ‘영계욕진(靈鍵洛塵)’ 형국-신령스러운 닭이 목욕하여 속진을 씻는 형국-이라는 명당이 있다는 것이다. 이 명당에 장(張) ·박(朴) ·이(李)의 세 성(性) 가운데 하나를 가진 사람의 부인이 들어가 묻히면 그 집안이 당대 발복이 되어 삼정승이 난다고 한다. 그런데, 여기에는 또 이 명당을 향해 내리‘범은 ‘지네혈’이 있어서, 이 재앙을 막기 위해‘지네밟기’라는 축사적이고 제의적인 놀이를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당제와 마당밟이 굿에 관해서는 특별히 다른 지역과 크게 다른 점이 없어서 따로 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2. 굿의 절차와 개략
굿의 순서는 ‘시작굿→삼동굿→지네밟기→당제→마당밟이’의 순서로 진행되는데, 그 절차와 개략은 다음과 같다.

(1) 시작굿
먼저 음력 7월 15일, 즉 백중날이 다가오면, 마을 사람들은 꽃은 일을보지 않도록 조신 하는 자세를 가지며 백중날 당일 아침에는 목욕재계를 하고 마올굿올 맞이한다.
아침에 먼저 풍물패가 마을 주민들을 모이게 하여 풍물을 치고 놀다가(어울림굿), 주민들이 모두 모이면‘당산굿’올 치고, 마을 사람들을 이끌고 마을 앞 광장으로 나아가는데, 이 때 맨 앞에는 영기와 마을기(큰기)를 앞세우고 그 뒤에는 무동(舞童)패가 ‘무동받기’를 하면서 나아가며, 그 다음에는 풍물잽이, 그 뒤에는 마을주민들이 따른다. 이 패 풍물패는 물론 ‘길굿’을 치고 가며, 광장에 모여서는 ‘풍년굿’을 치고, 무동(舞童)은 무동받이의 어깨 위에 올라서서 마을기를 중심으로 빙빙 돌아가며 흥겹게 춤을 춘다.

(2) 삼동굿
시작굿이 끝나면 구체적인 ‘삼동굿’
이 시작되는데, 그 순서는 다음과같이‘출산과정’→‘성장과정→‘입신 ·출세과정’의 순서로 진행된다.

1.출산과정 : 어린아이의 순산을 위하여 제관이 밥상 위에 미역 ·쌀 ·정화수를 떠놓고 빌면, 무동받이는 무동을 허리로 돌리는데, 먼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다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돌려 아이가 뱃속에서 태동(服動)하는 것을 나타낸다.그 다음에 무동받이는 다시 무동을 사타구니로부터 빼어 올리는 행위를 함으로써 출산의 시늉을 한다.

2.성장과정 : 출산과정이 끝나면 무동받이와 무동은 ‘아이에게’ 젖을 먹이고 먹는 시늉, 아이를 얼리고 얼림을 따라 아이가 노는 시늉 등을 하여 아이가 커가는 과정을 나타낸다. 이 과정에서는 극진한 정성과 사랑이 담겨있음을 동작으로 나타낸다.

3.입신 ·출세과정 : 무동받이가 무동을 어깨 위에 태우고 모자를 씌웠다가, 다시 그 모자를 벗어 던지면서 만세를 부르게 하여 과거에 급제했음을 나타낸다.

(3) 지네밟기
‘삼동굿’이 끝나면 바로 지네밟기에 들어간다. 여러 사람이 앞 사람의 허리를·잡고 등을 구부려 지네 모양을 만들면 무동받이가 그 위를 밟고 가는데, 과거에는 한꺼번에 지네 모양을 만들었으나, 지금은 사람이 부족하여 무동이 밟고 지나간 자리에서 등을구부렸던 사람은 다시 앞으로 가서 지네모양을 이어간다. 여 때 풍물은 자진삼채굿으로 바꾸었다가 다시 길굿으로 넘어간다. 지네밟기를 할 때는 다음과 같은 노래를 부른다.

* 지네밟기 노래
메 : 어닷골 지네인가
받 : 전라도 지넬세
메 : 삼동 서서 지네 밟세
받 : 얼널널 지네야
메 : 일심으로 밟아 주소
받 : 얼널널 지네야
메 : 우리 오늘 삼동 서서
받 : 얼널널 지네야
메 : 풍년을 기약하고
받 : 얼널널 지네야
메 : 놀고 놀고 먹고 놀고
받 : 얼널널 지네야
메 : 마음대로 놀아 보세
받 : 얼널널 지네야
메 : 어덧골 지넨가
받 : 계룡산 지넬세
메 : 삼동 서서 밟아 보세
받 : 밟세 밟세 지네 밟세
메 : 지네를 잠시 쉬게
받 : 밟세 밟세 지네 밟세
메 : 한 두 번 밟아 주며
받 : 밟세 밟세 지네 밟세
메 : 지네를 밟아 주세
받 : 밟세 밟세 지네 밟세

(4) 당산제
지네 밟기를 하면서 당산제를 모시는 입석(立石)거리로 점차 나아가는데, 입석 거리에 도착하면 신체인 귀목나무 밑에 가서 당산굿을 치고, 제물이 차려지기를 기다렸다가, 제물의 진설이 끝나면 당산제를 시작한다. 당산제를 주관하는 제관은 마을에서 나이가 가장많고 그 해 궂은 일이 없는 사람이 하고 제물은 술 ·포 ·돼지머리 ·먹 둥을 준비한다.
축문은 정해진 서식에 의해서 읽는 것이 아니라, 제관이 “동네 남녀 노소를 불문하고 몸 건강하고 올 농사 잘 되게 해 주십시오”라는 내용의 기원을 행하는 것으로 이루어진다.

(5) 마당밟이 굿
당산제가 끝나면 마을 사람들은 음복을 하고 마당밟이를 시작한다. 마당밟이 굿은 풍물패가 풍물을 치며 집집을 돌아다니며 복을 벌어주는 것인데, 그때마다 집에서는 음식을 대접하고 모두들 즐겁게 노는 것이다. 당제를 준비하는데 필요한 경비지출은 따로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을전체의 기금을 유사에게 맡겨 쓰고, 제주를 만드는 쌀만 집집에서 얼마씩 거출한다.

3. 괴양리 백중굿의 특징과 의의
우선 이 축제는 전북지역의 모든 마올굿 중에서 가장 특이한 변형 중에 하나라는 점일 것이다. 즉, 전북지역대부분의 마을 공동 축제가 풍물굿을 중심으로 마을 사람들이 함께 어울려 춤추고 노래하며 노는 형태를 띠고있는데 비해, 이 마을의 축제는 그 형식이 연희적 성격이 강하게 살아있어서,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삼동굿놀이’와 ‘지네밟기’ 부분에서의 연행행위는 간단하기는 하지만 일정한 설화적 단위-스토리가 있고, 그것이 육체적인 행위를 통해 연행의 영역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그러한 특성은 또 풍수신앙과 음양사상과의 관련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풍수신앙이 간접적으로 관련되는 경우는 이외에도 더러 있지만, 이 마을의 축제처럼 풍수설화와 마을의 제의적 축제가 직접 관련된 곳은 찾아볼 수 없다. 지네와 닭의 상극관계, 양촌과 음촌의 음양관계가 이 축제의 중요한 모티브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이 축제는 세시적 측면에서 보면 여름의 축제로서 한참 원기왕성한 젊음의 계절을 축제의 시기로 삼고있어서 주목된다. 음력 7월 15일은‘백중날’로서 예로부터 전통적인 농촌마을에서는 논매기를 모두 묻내고 벌이는 축제라서 이것을 ‘호미씻이’‘호미걸이’ 풍의 이름으로 불러오기도 하였는데, 이 축제는 농사의 직접 담당자인 일꾼들의 축제여서 그만큼 기층 민중적 성격이 강하였던 것이다.‘지네밟기’라는 제의적인 놀이 부분은 다른 대표적인 농어촌 여성집단놀이의 하나인 강강술래의 한 레퍼터리,-‘기와밟기’가 풍수지리와 상극설화에 접촉하면서 독특하게 변형된 것이라는 점도 눈에 띤다.‘삼동굿놀’이 부분은 마을 공동체의 민중적 이상이 제의적 놀이의 형태로 구체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그것도 탈춤과 같이 부분적 이야기단위의 독립적 과장의 느슨한 연결이 아니라 판소리와 같이 총체적 통합적전인적인 설화구조로 이루어진 연행행위라는 점에서, 판소리 문화권과의 깊은 관련을 엿볼 수 있지도 않을까 한다.

 과양리,  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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