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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2 | 연재 [건강보감]
현대인의 건강소위 정상인
황익근 전북의대 교수, 정신의학(2004-01-29 11:43:55)

어떤 주어진 상황이나 자극에 대해서 생각하고 느끼며 행동하는 반응양식은 사람마다 다 다르다. 특히 이 반응양식이 일정한 형식으로 틀이 잡혀서 그 개인의 특징으로 규정되거나 정의될 수 있을 때 성격 혹은 인격이란 말로 표현한다.
그러면 이런 성격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성격형성에 관한 많은 이론들이 있지만 대체로 말하면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적 소인과 성장 발달해 가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겪는 환경적 요인들의 복합작용으로 보는게 타당하다.
요즈음에 와서는 특히 유전적 소인이 많이 강조되고 그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기는 하지만 환경의 영향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아무리 좋은 유전형질을 타고났다 할지라도 환경의 영향이 너무 가혹하거나 병적일 때는 성격상 결함을 초래할 수 밖에 없다. 그와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다행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성격상 커다란 결함이 없어 소위 정상적인 성격을 갖고 살아 가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드물지 않다. 겉으로 보기에는 성격상 특별한 문제가 없어 보이는 사람도 알고 보면 결함투성인 경우도 많다. 예컨대 밖에서는 그렇게 호인일 수 없고 친구들이나 후배들 사이에서는 인심 좋은 사람으로 알려져 있으나 가정에서는 엄격하기 그지 없고 심지어는 폭군으로 통하는 사람도 있다. 밖에서 본 그 사람의 성격과 안에서 본 성격의 차이가 크면 클수록 성격상의 결함이 크다고 말할 수 있다.
정신의학에서는 ‘정상’이란 말 대신 ‘소위 정상’이란 말을 흔히 사용하고 있다. 왜냐면 완벽한 정상인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잇고 규정한다 할지라도 그런 범주에 들지 못하면 모두 비정상이 될 것이므로 그저 ‘소위 정상’ 이란 말로 정상인을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소위 정상인’이란 어떤 성격의 소유자일까? 사실 이에 대한 명쾌한 해답을 정리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나 정신의학적 입장에서 건강한 성격을 언급할 때 중요시 하는 특성들 중 한 두가지를 든다면 정체성(identity)과 융통성(flexibility)을 들수 있다.
정체성은 어떤 의미에서는 주체성과 유사하나 심리학적 차원에서 말하는 정체성은 좀더 포괄적인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정체성이 확립되지 못한 사람은 자신감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에 대인관계에서 자기 입장을 분명히 할 수 없고 자기의 미래에 대한 전망을 갖지 못한다.
융통성은 시류에 따라 가변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합리성과 타당성에 기초해서 자신의 언행을 적절히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그래서 자기 정체성이 확고한 사람일수록 융통성이 있는 법이고 융통성없이 꽉 막힌 옹고집일수록 정체성이 결여되어 있는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다. 옹고집은 정체성의 결핍을 방어하려는 일종의 방어수단이며 성격장애의 한 표현이다. 심지가 곧으면서 시의적절하게 처신하는 사람이 우리주위에 많으면 많을수록 우리 사회는 건강한 사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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