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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5 | 연재 [신귀백의 영화엿보기]
『늑대와 춤을』 보고
박현국(2004-01-29 13:35:39)

인간은 생활 속에서 다양한 경험을 한다. 그리고 그 결과를 기록으로 남기게 되는데 그것이 일기일 수도 있다. 이 영화는 주인공인 미육군 중위가 개인적인 일기를 액자로 하여 사건을 전개시키거나 사간의 진행을 설명하는 것으로 스토리가 엮어진다. 주인공은 전쟁에서의 피비린내나는 공격성에 회의를 느끼고 서부 외곽의 인디안 접경지역으로 임지를 옮긴다. 그곳에서 당당하게 인디안들과 만나면서 그들의 시각과 그들의 생활에 흠뻑 젖어들게 된다. 인간이 개인으로 있을 때의 생각과 행동은 집단 속에서 조직을 이뤘을 때와 전혀 다를 수도 있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개인적인 경험과 감정에서 인디언의 모든 것을 흡족해 하며 좋아한다. 그러나 미국이라는 국가의 입장에서 인디언을 철저히 공격의 대상으로서 멸종시켜 그들이 차지하고 있던 모든 기득권을 빼앗아 자기 것으로 하기 위해서 무자비하게 살해한다. 미국이 지금의 나라를 이룩하기까지 여러 가지 많은 일을 치러냈지만 그 가운데 서부개척사의 대부분은 인디언과의 갈등이나 몰살이었다. 오히려 인디언이 아메리카 대륙을 선점한 기득권자인데도 불구하고 그들은 철저히 초기 미국의 총칼아래 무참히 짓밟혀 버렸던 것이다. 그래도 강대국 미국은 그 당시 인디언에 대한 사죄나 위로는커녕 지금도 국제사회에서 자신의 이익에 위배되거나 필요할 땐 인디언들에게 자행했던 동일한 방식을 적용시키고 있다. 그것이 어쩌면 한국전쟁이고 최근의 걸프전쟁이었는지도 모른다. 이러한 미국의 야만성에 정면으로 도전하여 힘없이 사라져가는 인디언의 모습을 한 미국 중위의 눈으로 고발한 내용이 “늑대와 춤을”이라는 영화가 아닌가 한다. 국가는 정치적 음모와 세력(영토를 포함) 확장을 위하여 전쟁을 저지르지만 인디언은 결코 그렇지 않다. 다만 생존 그자체의 겨울양식을 확보하기 위하여 전쟁을 한다. 버팔로(들소)를 사냥하는데 있어서도 미국인들은 들소의 가죽을 얻기 위해서 무참히 들소를 살해하고 남은 고기를 황야에 버려두지만 인디언들은 양식으로서 들소를 잡기 위하여 사냥에 나서기전 부족 전체가 제의(祭儀)를 통하여 신과 영적인 교류와 허락을 받고 그러한 표식으로서 사냥하는 말과 사냥군들의 몸에 문신을 한 다음 사냥을 나간다. 그렇게 얻은 들소의 가죽은 겨울옷으로 쓰고 나머지 고기는 한해의 양식으로 먹는다. 인디언들은 생활의 양식과 가치관이나 세계관에서 인간을 중시한다. 그들은 사람의 이름도 특이하여 동사와 명사가 섞인 긴 이름을 짓는다. 주인공은 ‘수’족 인디언에게서 ‘늑대와 춤을’이라는 이름을 명명받는다. 그 이유는 그가 자기의 임지 주위에 맴도는 늑대와 가깝게 사귀게 되어 들판에서 늑대와 뒹구는 광경이 인디언에게 목격되어 붙여진 이름이다. 끝내 주인공은 백인이지만 인디언 속에서 생활해 온 ‘주먹쥐고 일어서’라는 여자와 결혼을 하고 그녀가 속한 ‘수’족의 겨울대비 부족이동을 따라가려다 임지에 두고 온 일기장을 찾으러 갔다가 새로 부임해온 부대의 장교에게 모진 고문을 받는다. 이때 주인공은 미군이기를 거부하고 인디언 말을 쓴다. 그래서 그는 군법회의에 가게 되는데 이때 이 사실을 안 ‘수’족의 인디언들이 주인공을 구출해준다. 그 이후 주인공은 ‘수’족 인디언들과 함께 생활한다. 그러나 백인 군인들의 포위망이 점점 좁혀져오자 주인공은 그 아내와 ‘수’족 인디언을 떠난다. 이때 한 인디언 소녀가 ‘늑대와 춤을’에게 주인공의 일기장을 선물로 준다. 그리고 눈덮인 산과 미국군인들의 수색의 행렬이 다가면서 영화는 끝난다. 그 후 이 인디언은 수년뒤 기병대의 공격으로 완전히 사라져버렸다는 코멘트가 나온다. 미국은 서부개척 당시 인디언을 인간적으로 이해하거나 포용하지 않고 무참히 살해하고 멸종시키면서 그들의 영토를 화장시켜나갔다. 그러나 이 영화는 그 당시 희생당한 인디언의 생활과 신앙과 인간적인 매력과 아픔을 미국인의 눈으로 그려내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는 통일 민주국가가 이뤄졌을 때 그러한 명분에 희생당한 양심수와 민주열사와 민주항쟁의 현장을 어떤 모습으로 그려나가야 할 것인가하는 과제가 의문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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