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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6 | 연재 [세대횡단 문화읽기]
대중가요의 가사가 주는 메시지
문윤걸 전북대 사회학과 조교(2004-01-29 13:48:02)

이젠 가사나 음곡외에 어떤 가수에 의해서 노래가 불리워지며 그 가수가 갖는 매력(목소리, 용모, 몸짓, 옷차림 등)이나 연출되는 분위기, 아울러 무용수들의 현란한 율동, 편곡에 의한 배음효과, 관객석에서 가수에게 보내는 호응도, 무대뒤에서 거래되는 금전공세 등이 오히려 인기있는 대중가요가 되기 위한 중요한 요소로 되었다. 따라서 대중가요의 메시지를 결정하는 것은 물론 음악적인 요소의 영향도배제할 수는 없지만 그에 못지 않게 영향을 주는 것이 음악외적인 요소라고 말할 수 있겠다.

음악적인 한 형태로서의 노래라는 양식은 우선 그럴듯한 가사화 그러한 가사가 주는 뉘앙스와 잘 결부될듯한 음곡으로 구성된다. 그러나 이러한 노래가 사회에 유통되면서 상품으로서의 가치를 띨 때에는 음악적인 의미를 넘어선 사회적 의미의 가치가 포함되게 된다. 즉 대중가요의 경우에 ‘대중’이라는 단어 속에는 이미 그 노래의 제작유통 과정에 대한 일정한 전제가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이를테면 창작자 (작사가, 작곡가)의 손에 의해 만들어진 노래가 자본가인 음반업자에게 화폐교환되고 이것이 검열을 통해서 권력의 이데올로기를 침해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는 경우에만 가수를 통해서 음반으로 제작되어진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제작된 음반은 대중매체를 통해 수용자층에게 제공되어 지는 데 과거에는 여기까지의 과정이 자본이 노래의 유통에 개입하는 한계였지만 오늘날에는 엄청난 대중매체의 보급으로 인해 비디오라는 영상매체의 위력이 대중가요라는 상품의 판매에 절대적인 위력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이젠 가사나 음곡외에 어떤 가사나 음곡외에 어떤 가수에 의해서 노래가 불리워지며 그 가수가 갖는 매력(목소리, 용모, 몸짓, 옷차림 등)이나 연출되는 무대 분위기, 아울러 무용수들의 현란한 율동, 편곡에 의한 배음효과, 관객석에서 가수에게 보내는 호응도, 무대뒤에서 거래되는 금전공세 등이 오히려 인기있는 대중가요가 되기 위한 중요한 요소로 되었다. 따라서 대중가요의 메시지를 결정하는 것은, 물론 음악적인 요소의 영향도 배제할 수는 없지만 그에 못지 않게 영향을 주는 것이 음악외적인 요소라고 말할 수 있겠다.
그러므로 하나의 대중가요가 수용자등에게 어떠한 메시지로 전달되는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음악적 요소인 가사나 음곡에 대한 분석과 함께 제반 음악외적인 요소들에 대한 분석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하겠다. 그러나 짧은 지면으로 다 서술할 수는 없으며 무엇보다도 필자의 능력이 부족한 탓에 여기서는 우선 각 시대를 풍미한 대중가요들의 가사를 통해서 그것이 어떤 메시지를 수용자층에게 주려고 하는지, 또 그러한 메시지가 이 사회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를 주된 논의의 대상으로 삼고자 한다.
하나의 대중가요가 어떤 주제를 가지고 있는 가를 얘기할 때 우리는 대체로 가사의 내용을 검토하게 된다. 그런데 대중가요의 가사는 우선 시보다 일상적인 언어를 사용하고 있다. 왜냐하면 대중가요란 동시대인들로부터의 인기가 존립근거가 되기 때문에 대중의 일상적인 공통관심사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할 뿐만 아니라 대중이 선호하는 취향에 적극적으로 영합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중가요의 가사는 시대의 풍조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밖에 없다. 이러한 이유로 대중가요의 가사가 내포하고 있는 의식을 통해서 당대의 문화적 감수성과 그 시대상의 일면을 파악하는 일이 가능하다고 할 수 있겠다.
대중가요의 주제로 시대를 초월하여 가장 많이 등장하고 있는 것이 남녀간의 애정을 담은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이는 세계 어느나라나 공통된 현상인데 한국의 경우 이러한 애정가를 세분하면 사랑의 기쁨을 노래하는 경우는 적고 대부분 기다림이나 그리움, 외로움이나 체념, 이별이나 슬픔, 후회 등의 내용이 압도적이다. 그런데 1950년대 이전의 대중가요에서는 이러한 사랑의 이별이나 그리움등의 감정이 격동기의 삶을 살아오면서 자리잡힌 민족적인 한(恨)과 결합하여 대중의 가슴속에 자리잡았으나 1960년대 이후부터는 사랑의 주체적 양상이 로맨틱한 무드에 젖어 추억으로서 사랑을 간직하는 센티멘탈적 정서로 옮아가게 된다. 50년대의 허무나 비애보다는 다소 낭만을 포함하면서 사랑의 비극적 결말에 대한 자기합리화로 변해간 것이다. 즉 사랑이 깨어진 것에 대한 원인이 상대방에게 있기보다는 자신에게 있거나 또는 어쩔 수 없는 주변의 환경 탓으로 돌리는 것이다. 이는 대체로 1960년대 이후의 경제발전에 따른 다소간의 풍요가 대중들에게 안정지향적인 사고를 갖게 하고 더불어 소비적이고 향락적인 사고를 갖게 하고 더불어 소비적이고 향락적인 취향으로 변화해 가는 과정과 발걸음을 같이하고 있다.
1970년대의 포크계열의 노래들을 보면 사랑에도 이상주의적인 동경과 서정성을 강하게 담고 있는데 대체로 사랑의 관념적인 꿈의 대상으로 삼고 있거나 또는 아름다움(美)의 극단적인 추구라는 양상을 띠고 있다. 이들의 가사내용을 보면 대부분 문학소녀적 취향의 표현으로 기존의 대중가요에 비해 훨씬 세련된 문체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는 포크송 창작자들이 자신들을 기존의 대중가요 창작자들과는 구별하여 포크송을 하나의 숭고한 예술로서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이들 포크계열의 음악들은 젊은이들에 의해 창작되고 있었기 때문에 현실에서의 소외나 공허감등을 구체적인 대안이 없는 막연한 이상사회에 대한 동경으로 해결하려 하였던 거승로 생각된다.
1980년대 이후에 오면 대중가요를 구성하는데 있어서 가사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미약해지기 시작한다. 이는 서구의 댄스리듬이 한국에 상륙하면서 선율이나 강한 비트리듬이 선호되었고 따라서 반주부문에도 발전을 가져와 전자악기의 사용, 오케스트라의 반주등으로 인해 가사없이 대중음악을 즐길 수 있는 위치로까지 발전하게 되었다. 즉 별 의미없는 가사라 할지라도 그것을 포장하고 잇는 음향이 만족을 대신해준다면 대중가요로서의 지위를 획득할 수 있게된 것이다. 때문에 가사의 내용이 논리적이지 못하거나 특별한 의미를 주지 못하고 있는 경우들이 허다하게 등장하게 되었다. 일예로 얼마전 무명의가수를 최고의 인기 스타로 만들어준 「호랑나비」라는 노래를 보더라도 가사만 본다면 작사자가 대중에게 무엇을 얘기하고 싶어하는지 알 수 없다. 또한 반주없이 무반주로 노래할 경우 아무런 훙취를 느낄 수 없다. 이는 복잡하고 심각한 것이라면 무의식적으로 거부하는 현대인들의 속성을 대변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또 하나 지적되어야 할 것이 대중가요의 가사에 있어서 한동안 잠잠하던 외국어의 사용이 90년대에 이르러 무분별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언어라고 하는 것이 단순한 ‘말’이라는 단어의 개념이 아닌 그 나라 문화의 총체적 표현이라고 볼 때 외국어의 무분별한 사용은 분명히 배제해야 할 것임이 틀림없다. 1950년대의 대중가요에서 등장하는 외국어의 사용이 외국의 새로운 문물에 대한 막연한 오기심이나 동경이었던데 반해 90년대의 대중가요에 등장하는 외국어들은 대체로 천박한 성적표현을 수반하고 있다. 이는 외국의 퇴폐문물의 수입을 자초할 뿐만 아니라 우리의 젊은이들을 외국 문화에 동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따름이며 대중가요의 발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속히 버려야 할 습성이라 생각된다.

노래를 일차적으로 구성하고 있는 것은 가사와 음곡이다. 하나의 노래속에서 위의 두 요소는 각각 따로 분리해서 이해할 수 없는 한몸과도 같은 것이다. 그런데 이 두 요소가 하나의 노래속에서 어떠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가를 보면 우선 가사는 주로 문학의 형식을 빌린 논리적 메시지를 담당하는 반면 음곡은 음악적 형식을 담은 정서적 메시지를 담당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둘의 적절한 조화가 아름다운 노래가 되기 위한 기본적인 전제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가사의 내용은 우리의 전통민요의 형식인데 음곡은 서양의 디스코리듬으로 구성되어 있다면 이를 신민요라고 예기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가사와 음곡의 적절한 조화가 모든 것을 해결하는 것은 아니다. 가사와 음곡의 적절한 조화와 함께 고려되어야 할 것이 민족적 정서와 수용자층의 체험, 생활 등이 허구적 관념화가 아닌 올바른 언어로 정확하게 표현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현재 우리 주변에 널리 퍼져있는 대부분의 대중가요는 서양의 음계나 일본의 음계를 차용하여왔다. 따라서 제 아무리 우리의 민족적 정서를 정확하게 표현하고 있는 가사라 할지라도 정서적 메시지를 담당하고 있는 음악적 형식이 외래 음계구조라면 그것이 가사가 지니고 있는 메시지를 올바로 전달할 수 있겠는가 하는 것을 고려해야 하겠다. 우리가 어떤 음계를 사용하여 노래하는가 하는 것은 우리의 음악언어가 무엇인가 하는 것과 동일하며 나아가서 현재의 민족적 정서를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
우리의 민족적 정서를 전승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올바른 메시지를 배포하고 있는 적절한 가사와 우리의 음악언어로 표현된 대중가요들이 많이 창작되어 널리 불리워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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