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킵 네비게이션


분야별보기

트위터

페이스북

2014.3 | 연재 [상식 철학]
지식인의 노년기 정신노동
김의수 명예교수(2014-03-03 18:27:10)

9 모스크바 대학에서 개최한 국제 철학세미나에 갔을 , 독일과 미국에서 철학자들 중에는 노인들이 여럿이었다. 그중 나이에 비해 많이 젊어 보이는 교수에게 질문을 던졌다. “선생님 건강의 비결이 무엇이신지요?” 분은 씩씩하게 말했다. “열정적으로 일하는 겁니다.” 아니 연세에 무슨 일이 그리 많을까? “은퇴하신 후에는 무슨 일을 하시나요?” 대답은 의외였다. “저는 재직 때와 다름없이 연구에 몰두합니다.” ‘~ 연세까지 연구할 있다면 많은 일을 있겠구나생각하면서 나도 연구에 열의를 내야겠다고 생각했었다. 

우리 이웃 동네에 원로 물리학자 장회익 교수 부부가 이사 오셨다. 교수들의 독서모임에 초대하여 매월 함께 만나고 있다. 어느 각자 사는 이야기를 하다가 사모님이 교수님 흉을 보신다. 자다가 밤중에 일어나서 글을 쓰신다는 거다. “그러게 나도 가끔 내가 지금 하는 건가, 언제까지 이렇게 것인가 생각하게 돼요.” 우리는 조금 안타까운 얼굴로 뭣하러 그렇게 사시느냐고, 이젠 여유를 가지고 사시라고 마디씩 했다. “그런데 재직 때보다 책을 쓰기에 좋아요. 그리고 자다보면 자꾸만 새로운 생각이 떠오른다구요.” , 굴욕! 분은 퇴임 여러 권의 책을 내셨다. 우리는 모두 자신들을 채찍질 하였다. 그리고 지난달에 출간한 『생명을 어떻게 이해할까?』를 이달의 도서로 결정했다.


젊은 교수들의 반성


나는 상식철학자다. 전문적 업적을 내려고 연구에 몰두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저런 분들처럼 연구에만 몰입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강의를 줄이고 보다 한가로운 소일 방식을 찾으려 한다. 그러면서 내가 얻은 지혜를 글로 써서 생활인들에게 읽게 하고 싶다. 그런데 세상일이 마음대로 되지는 않는다. 적당히 일하고 상당히 여유로운 시간을 갖게 되지는 않는다. 객관적으로 보면 그래도 생활이 비교적 그런 편이겠지만, 막상 하루하루 생활은 일들에 대한 부담이 있다. 그리고 나이가 들면 우선 몸이 말을 듣는다. 무릎이 괜찮아지면 어깨가 아프고, 어깨가 괜찮아지면 기관지가 좋다. 그리고 강의든 에세이든 내가 들이는 공에 비하면 나의 진정성이 전달되지 않는 때도 있는 같다.   

지그문트 바우만의 『이것은 일기가 아니다』를 접하게 되었다. 85세인 저자는 자기가 글을 쓰는 것은 업적을 내기 위해서도 아니고 새로운 탐구를 위해서도 아니라고 말한다. 자기가 아는 것은 글쓰기 밖에 없기 때문이란다. 언어유희는 자기에게 천상의 기쁨을 준다. 함께 살던 아내가 세상을 떠난 느끼는 밑바닥 외로움을 컴퓨터 화면에 있는 아내 사진을 보는 것으로 달랜다. 그리고 글을 쓰는 것은 아내와 대화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글쓰기 중독자이기 때문에 하루도 글을 쓰지 않고는 배길 없다고 고백한다. 그래서 그는 매일 신문 방송 잡지에 나오는 뉴스를 보면서 자신의 생각을 쓴다. 전거를 확인하거나 다른 자료를 찾아 필요 없이 그냥 생각나는 대로 자신의 논평을 써나간다. 그렇게 그의 일기 아닌 일기가 책으로 발간되어 다른 사라들에게 참고가 되고 있다. 설사 글이 책으로 발간되지 않았더라도 글은 충분히 자체로 의미가 있는 것이었고, 1차적 역할은 것이다. 책으로 나온 것은 보너스일 뿐이다. 자신을 위해서 그리고 우리 독자들을 위해서.


노동과 건강은 

상호적이다


저렇게 노익장을 과시하는 분들은 건강하기 때문에 저런 생활이 가능한가, 아니면 저런 삶의 태도가 그들의 건강을 지켜주는가? 아마도 맞물리리라. 디스크 증세가 보여 물리치료를 받은 적이 있는 나로서는 컴퓨터 앞에 앉는 일이 조심스럽다. 한번 앉으면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원고를 때는 진도가 쉬이 나가지 않으므로 오랜 시간 앉아 있지 못하지만, 학생들이 토론문을 올리는 인터넷 카페에 들어갈 때나 언론사들을 한두 군데 들러 기사를 읽다보면 시간은 쏜살 같이 지나간다. 컴퓨터 앞에 앉는 자세가 목과 등에 가장 부담을 준다고 한다. 어떻게든 피하고 줄이며 건강을 관리해 보자. 그래야 나도 20 후에 하루 일과를 수행할 있으리라.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