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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3 | 연재 [이십대의 편지]
지금, 하고 싶은 일과 살고 있습니까
한성원(2014-03-03 18:28:19)

이번 명절에도 어김없이 집안 어른들께 같은 질문을 들었다. “그거 하면 해먹고 사는데?” 매년 반복되는 데자뷰다 보니 여지껏 새삼스럽지도 않았지만, 올해는 조금 다르게 마음에 닿았다. 나는 전북대학교 고고문화인류학과 대학원 진학을 앞둔 신입생이다.

, , 시절 내내 이렇다 꿈을 가져본 적이 없었다. 그저 학교와 학원을 오가며 주어진 일만 겨우겨우 해내던 학생이었다. 주어진 점수에 맞춰 진학한 대학교에서의 전공은 목표라기보다 그저 처음 접하는 재미있는 활동이었다. 공부는 뒤로한 사람들과 어울리며 지낸 2년을 뒤로하고 군대라는 사회에서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군대를 다녀온 남자라면 대개 공감할 것이다. 생각할 시간이 많은 곳이 군대이다. 만화드래곤볼 나오는시간과 정신의 처럼 하루가 1 같은 시간 속에서 앞으로 무얼 하고 것인지에 대한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어떻게 살고 싶은지를 고민해보았다. 행복하게 살고 싶었고 나에게 조건은 돈이나 명예가 아닌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며 사는 것이었다. 이것이 이다. 그쯤 생각이 다다르자 내가 좋아하는 것과 하는 것을 찾아보게 되었다. 나는 사람을 좋아하고 그들과 대화하고 어울리기 좋아한다. 특유의 친화력은 인간관계에 있어 오랜 무기였다. 더불어 글을 쓴다는 소리를 들었었다. 지금 보면 형편없지만 당시엔 되지 않는 장기였다. 다음은 이를 활용해 내가 있는 일을 가까이서 찾아보았다. 그때 인류학이 보였다.

 그래, 결심했어! 인류학을 공부해보자!”라고 마음은 먹었지만 수많은 갈등의 순간들이 찾아왔다. 나의 맘을 흔드는 가장 요소는 먹고 사는 것에 대한 주변의 우려였다. 비교적 많은 돈을 손에 없는 일의 특성 부모님을 비롯한 친척들의 걱정 어린 시선은 항상 부담으로 다가왔다. 또래들이 취업을 준비할 나는 사람을 만나고 있었다. 누군가 보면 그저 노는 것처럼 보일지 모를 날들이었지만 그래도 꿈을 위해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자기위안을 하며 보낸 시간들이었다. 먼저 대학원에 진학한 선배들을 만나 조언을 듣고, 여러 학회나 세미나를 찾아가 많은 이야기를 듣고자 했다. 하고 있던 호프집 알바도 때려치우고 학과 교수님이 계신 연구소에 찾아가 일을 하고 싶다며 부탁드리기도 했다. 군대에서와는 달리 사회에서의 2년은 너무도 쏜살같이 지나갔다. 어느새 졸업을 앞두고 진로를 결정할 때가 왔고, 마음먹었던 것처럼 대학원에 진학을 하게 되었다. “대학원만 가면 그래도 뭐가 보이겠지.”라는 생각이었지만 막상 합격 통지서를 받아보니 걱정이 앞섰다. “내가 있을까? 지금 길이 맞는 길일까?”라는 두려움이었다. 잘해야 된다는 부담감에 괜히 인류학이 미워 보이기도 한다. 해야 공부는 어렵고 이를 이겨내야 소화력에는 물음표가 붙는다. 주변에서는 누가 토익을 받았고, 누가 어디에 취업해서 자리잡아가고 있다는 소식들이 들린다. 나를 작아지게 하는 소리들이다. 아직도 확신은 서지 않는다.

, 글을 써내려가는 지금, 초심이라는 것을 생각하게 된다. ‘오늘을 살자 나의 좌우명이다. 지금 순간에 충실하며 살자는 의미이다. 살아가는 목표가 같을 수는 없을 것이다. 누군가는 목표가 돈이고, 명예고, 안정된 직장일 있다. 모두 스스로가 행복해지기 위한 길일 것이다. 나는 행복하게 살고 싶었고, 다행히도 지금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다. 그럼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적어도 보고 싶은 사람을 보지 못하고, 하고 싶은 일을 없었던 군대시절보단 나을 것이다. 다만 그때보다 많은 것을 가지고 누릴 있는 지금, 가지고픈 욕심에 잠시 흔들렸나보다. 생각해보니 나는 하루하루 꿈을 이루며 살고 있었다. 불현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라는 영화가 생각났다. 나를 비롯하여 과거를 아쉬워하고 현재에 아파하며 미래를 고민하는 이십대 모두와 공유하고 싶은 질문이다.

지금, 하고 싶은 일과 살고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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