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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6 | 연재 [NGO 주장]
NGO 주장돈 선거, 그 껍데기는 가라!국민경선제의 허와 실
김남규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시민감시국장(2003-03-26 16:06:38)

사람들은 다 아는데 '선거관리위원회'만 모르는 사실이 있다. 도민들은 다 아는데 '검찰'만 모르는 정치적 상식이 있다. 돈 선거로 얼룩진 민주당 전북도지사 경선이 그것이다.
이번 민주당 전북 도지사 경선에서 지구당 간부에게는 수천만원씩, 시·군의원에게는 3백만원씩, 일반 선거인단에게는 최소 10만원씩 뿌려졌다는 소문이 무성한지 오래되었다.
선거철 소문은 무서운 것이다. 사람들의 입소문이 당락을 결정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돈 선거 소문이 사실이 아니길 바란다. 그러나 김제, 완주, 군산에서 나온 양심 선언은 그것이 단순한 소문이 아니라는 것이다. 더욱 무서운 것은 '다 아는 사실'에 대해 돈 받은 민주당원들은 입을 다물고 있다는 것이다. 참으로 무서운 일이다. 돈보다 이제 돈에 무감각해진 사람이 더 무섭다.

전통적으로 야당에 지지를 보내온 도민들의 정서에는 분명한 이유와 자기 철학이 있었다. 그것이 민주당이든 또 다른 당이든 우리 사회가 잘못되었고 바뀌어야 한다는 뜻이 담겨 있었고 그것이 투표 행위로 나타났다. 그리고 투표를 해야 할 의무감까지 갖게 하였다. 그러나 지금은 어떠한가? 쟁점도 없고, 토론도 없고 인물 검증도 없이 치러지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그러한 철학과 의무감이 남아있는가? 50년만의 정권교체 후 불과 5년만에 전북도민의 자존심이 이렇게 한방에 무너져도 좋다는 말인가? 민주당은 도민을 이렇게 헌신짝처럼 버려도 좋은가?

이번 민주당 전북도지사 경선과 각 지구당 경선 과정을 보면 민주당이 얼마나 오만하고 부패했는지를 알 수 있다. 정치개혁에 대한 국민의 열망이 반영되어 처음으로 도입된 시민참여형의 상향식 공천제도는 무늬만 상향식 공천제도로 전락하고 말았다. 거의 모든 지구당에서 위원장의 내락을 받은 인물이 공천되었고, 특별한 인물 검증이나 쟁점 없이 공천이 이루어졌다. 도지사 경선에서 토론회는 방송 3사 합동 토론회 한번으로 끝났다. 강현욱 후보는 시민단체가 제안한 '돈 선거 방지 서약'도 거부하고 모든 토론회를 거부하였다. 결국 토론도 쟁점도 없이 각종 선거 부정과 돈 선거로 얼룩졌다.
부안에서는 선거인단 명부가 사전에 유출되었고 익산에서는 공모당원에 직접 신청하지 않은 사람이 당첨되는 등 선거 부정 사례가 속출하였다. 더욱이 현직 도지사가 비리로 구속되어 있는 상황에서 더욱 경각심을 갖고 치렀어야 할 도지사 경선을 아무런 준비 없이 후보들의 이해 관계에 따라 선거 방식 문제를 결정하는데 시간만 보냈고, 도지부는 돈 선거와 선거부정 문제에 대해 진상 조사나 책임을 지고자 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고 팔짱만 끼고 있다.
돈받은 당원 중 더 이상의 양심선언도 없다. 민주당이 겉으론 개혁정당을 외치지만 그 속은 보수 정당과 다를 게 없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한 셈이다. 이는 한결 같이 개혁을 염원해온 도민들의 얼굴에 먹칠을 하고 자존심을 짓밟은 일이다.

이번 민주당 도지사 경선 결과는 정당법과 정치자금법 개정의 시급성을 너무 잘 보여 주고 있다. 아무리 당내 경선 이라고는 하지만 견제장치 없는 경선은 부정선거와 돈 선거를 낳게 하는 것이다. 당내 경선은 정당법에 규제를 받게 되어 있어 경선 자금이나 선거운동 방식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이나 처벌이 없는 것이 문제다. 당내 경선이라 할지라도 공직자 선거에 준 하는 선거 규정이 필요하고 경선 자금의 수입과 지출을 투명하게 공개하게 함으로써 돈 선거 방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번에 시도된 시민참여형의 상향식 공천제도는 많은 문제와 과제를 남겼다 하더라도 형식 자체가 부정되거나 청산되어서는 안 된다. 사실 이제까지 자치단체장의 공천은 중앙당의 유력인사에게 얼마의 공천 헌금을 들고 가느냐가 공천을 결정지었다. 그러나 상향식 공천제도로 인해 지구당위원장이 이 역할을 대신하게 되었고 제왕적 지위를 누리게 되었다. 제왕적 지위에 오른 지구당 위원장들의 감독 속에 진행된 공천은 정교하지 못한 각본과 능숙하지 못한 배우들로 인해 어설픈 연극으로 막을 내렸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 내부의 문제가 낱낱이 도민들에게 보여졌다. 당비를 내를 않는 당원에 선거 때만 모이는 선거용 정당의 실체가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 개혁을 거부하고 변화를 거부하는 정당에 대해 도민들의 따가운 비판과 심판이 필요 할 때다. 그리하여 민주당이 더 이상 오만한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민주당이 지역 주민의 행복과 불행을 이런 식으로 유린하게 해서는 안될 것이다.

선거일이 며칠 남지 않았다. 대부분 이번 선거는 투표율이 낮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주시장 경선이 무산되고 추대 대회로 치러졌고, 도지사 경선도 돈 선거로 얼룩진 데다 아무런 쟁점이 없다. 지구당 공천 결과 다수의 자치단체장 후보가 물갈이되었다고는 하지만 이 역시 인물 검증이 없고 대부분 지구당위원장의 낙점으로 공천이 확정돼 공천 과정의 문제점만 난무한 채 별다른 쟁점이 없어 투표율이 상당히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투표율이 낮을 경우 전형적인 조직선거가 될 가능성이 높다. 지방선거가 조직선거로 될 때 인지도가 높은 현역 의원과 단체장, 지역 토호세력, 돈 있는 사람에게 유리하다. 지방선거가 지역 유지들의 잔치가 되게 해서는 안 된다. 민주당이 가져다준 실망감으로 투표 자체를 포기한다면 지역 토호세력을 당선 시켜주는 것과 같다. 갑자기 시구가 생각난다. "껍데기는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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