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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6 | 연재 [건강보감]
축산농가 울리는 구제역 파동
두재균 전북대 교수 산부인과(2003-03-26 16:12:36)

구제역(口蹄疫)이란 어떤 병인가?
구제역바이러스에 의하여 발생되며 발굽이 2개인 소, 돼지, 양, 사슴 등의 입과 발굽주변에 물집이 생긴 뒤 고열이 나고 식욕이 떨어지면서 치사율이 5∼55%에 달하는 가축의 제 1종 법정 전염병이다.
구제역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는 3가지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 첫째, 이 바이러스의 가장 큰 특징은 추위에 강하다는 것이다. 섭씨 50℃ 이상에서는 1시간, 60℃에서는 단 5초밖에 살 수 없다. 그러나 상온에서는 8-10주간, -5℃에서는 1년 이상 생존이 가능해서 계절별로 보면 겨울과 초봄에 발생하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두 번째 특징은 산성과 강알칼리에 약하다. 특히 산도(Ph)가 6.0에서는 2분간, 4.0이하에서는 15초 이상 견디지 못한다. 아울러 강알칼리에도 약해서 산도(Ph)12.5에서 15초 이상 견디지 못한다. 우리가 흔히 구제역 발생지역을 지날 때 검문소 앞 도로에 하얗게 뿌려져 있는 가루들을 쉽게 볼 수 있었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구제역 바이러스를 죽이는데 큰 효과를 보이는 강알칼리성인 생석회가루이다.
세 번째 특징은 공기전파 능력이 강해서 수십㎞에서 수백㎞까지 전파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근거로 2000년도에 발생한 우리나라에서의 구제역 발생전파경로를 황사 발원지인 중국으로부터 황사에 묻어 날라 온 구제역 바이러스 때문이 아닌가 하는 추정을 하고 있다.
구제역에 대한 치료법은 없다. 단지 이병이 발생되면 검역을 철저히 해야 하고 감염된 동물과 접촉한 소, 돼지 등은 소각하거나 매장해야 한다. 아울러 감염이 우려되는 지역의 동물들에게는 예방 접종을 실시해야 한다.
그렇다면 구제역과 사람과의 관계는 어떠한가? 한마디로 말하면 구제역은 사람에게는 전파되지 않는다. 설령 구제역에 감염된 동물의 육류를 사람이 섭취하였다 하더라도 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구제역에 감염된 동물과 접촉한 사람의 몸에 묻어 있거나 호흡기 속에 일시 머물고 있던 바이러스에 의하여 다른 가축에게 전파시킬 수는 있다.
따라서 구제역은 인간이 일시적인 전파매개체 역할을 할지 몰라도 인간 자체의 생명을 위협하는 존재는 아니다. 다만 인간의 식품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소·돼지·양 등의 생명을 위협해서 경제적으로 큰 타격을 주고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일본으로 그렇게 잘나가던 돼지고기 수출이 구제역이 발생한 뒤부터 막혀 버리거나 육류의 소비량과 가격이 폭락하는 것이 그 단적인 예이다.
수출길이 막히고 가격이 폭락하면 가축을 기르는 농가는 물론이고, 가공공장, 사료업체, 동물의약품업계 등에 연쇄적으로 타격을 주어서 그 경제적 손실이 막대해지기 때문이다. 구제역 문제는 인간의 건강이 아니라 바로 경제문제이다.
정부가 나서서 구제역 발생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과 소비자는 이제 좀더 차분하게 육류소비를 늘려주는 방법이 축산 농가를 보호하고 국가 경제를 도와주는 것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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