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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6 | 연재 [먹거리이야기]
먹거리 이야기미각을 마비시키는 화학 조미료
김두경 서예가(2003-03-26 16:13:18)

나는 외식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큰 이유 중 하나가 화학조미료 때문입니다. 비릿하고 느끼한 것이 속을 울렁거리게 하고 울컥울컥 뒤집어 놓기도 하여 싫어합니다. 특히 처음 몇 숟가락 먹을 때와 다 먹고 난 다음 뒷맛이 영 개운치 못합니다.
사람들은 외식 후 왠지 모를 이 느끼함을 가시게 하기 위하여 커피를 찾습니다. 그것도 진한 것이어야 좋다합니다. 이런 악순환이 있음으로 해서 우리는 많은 것을 잃는다 생각합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섬세한 감각과 감성 그리고 자연과의 교감같은 것들입니다. 음식재료에 따른 고유의 맛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 그렇게 되는 바탕이고 과정입니다. 요즈음 사람들은 화학조미료로 포장되어야만 맛있다고 느낍니다. 아예 음식 재료 자체의 맛은 생각지도 않습니다. 마치 사람을 볼 때 그 사람의 본질은 보려하지 않고 돈이나 직위로 포장된 사람의 겉모습을 보고 판단하는 것과 같습니다. 오히려 진짜 순수한 맛을 모르고 화학 조미료로 포장된 가짜 맛이 진짜 맛 인줄 착각하고 그 맛을 찾아 즐깁니다.
음식을 만들어 내놓은 입장에서도 그렇습니다. 화학조미료를 써서 쉽게 그 맛을 내는 것이 쉽기도 하고 사람들을 쉽게 불러모을 수 있습니다. 때문에 우리의 음식문화는 화학조미료에 오염이 된 것입니다. 소비자와 생산자의 궁짝이 잘 맞아떨어지는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됨으로서 이것이 우리의 감성이나 감각뿐만 아니라 인격 형성에도 많은 영향을 미칠 거라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맛은 단순히 맛으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어쩌면 우리는 지금 스스로를 죽이고 있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을 지도 모릅니다. 화학 조미료가 과학적으로 아무런 해독이 없기 때문에 자신 있게 권하고 의심 없이 먹는 것으로 보아 육신을 망가뜨리지는 않는가 봅니다. 하지만 알게 모르게 미각의 획일화를 심화시키기 때문에 미세 미각의 죽음, 나아가 바른 정신의 파괴라 생각합니다. 이로 인하여 사람의 감성이나 감각도 변형되고 없어질 수 있기 때문에 그렇게 말 할 수 있습니다.
나는 미각이 단순히 미각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생각합니다. 미각을 통해 감성과 감각이 확장되고 나아가 학문을 연구하고 이해하는 창의력으로까지 연결시켜 준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이러한 과정들은 인격을 형성하는 기본이 되는 것이라고도 생각합니다. 다양한 제 맛을 즐길 줄 아는 것 그것은 근본을 이해하는 것이고 근본을 이해하고 바로서는 것, 그것은 다양한 세계로 가기 위한 가능성 입니다.
우리의 삶에 근본이 바로 서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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