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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6 | 연재 [어린이책세상]
어린이 책세상얘들아, 쑥 캐러가자
황춘임 동화읽는 어른 모임(2003-03-26 16:14:03)

요즘 '동화읽는어른모임'의 회원들과 자주 나누는 이야기는, 아이들에게 바깥에서 뛰어 놀 기회를 많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밖에 나가서 '비석 치기'도 하고 '자 치기'도 하고 '굴렁쇠'도 굴려야 몸과 마음이 균형 잡힌 성장을 한다고. 손가락만 움직이는 컴퓨터 게임을 줄이고, 온 몸을 움직여 놀게 하자. 놀다가 친구와 부딪쳐도 보고, 하늘도 보고, 바람도 직접 느끼게 해 주자. 그래야 폐쇄된 공간에서 생겨난 조급증이나 이기심이 조금은 덜 할 수 있을 것이다.
아이들이 평소에는 하루 일과가 빈틈없이 짜여져 있어 축구 한번 하려고 해도 모이기가 어렵다. 할 수 없이 황금 같은 토요일 오후에 아들 친구들을 우리 집으로 오라고 했다. '쑥 캐러 가자'고. 그 대신에 쑥 캐러 갈 사람은 『풀꽃과 친구가 되었어요(창작과비평사)』를 꼭 읽고 와야 한다고 미리 일러 두었다.
아이 친구들과 간 곳은 '인후산'이었다. 우리 집에서 산 정상까지 올라가는 데 15분밖에 걸리지 않는 아주 가깝고 낮은 산이다. '지금쯤 아까시 꽃이 흐드러지게 피었겠구나' 마음 속으로 조바심을 내면서도 좀처럼 가지 못했다. 새벽에는 밥하느라 못 가고, 낮은 낮대로 바쁘고 휴일은 휴일대로 무슨 이유가 그리도 많은지.
등산로 어귀에는 애기똥풀이 지천이었다. 아이들은 줄기를 꺾어 정말로 책에서 본 대로 노란 즙이 나오는지 확인해 보았다. 혀끝에 살짝 대 보고는 쓰다고 퉤퉤 뱉는다. 자잘한 흰 꽃이 눈에 띄자 가지고 간 『쉽게 찾는 우리 꽃(현암사)』을 뒤져보았다. 아이들이 '참 개별꽃'이다, '그냥 개별꽃'이라며 서로 우기기에, 입 모양과 덩굴 진 것으로 보아서 그건 '덩굴 개별꽃'이라고 판정을 내려 주었다. 꽃만 나타나면 이름을 알아내기 위해 책을 뒤지느라 그 자리에서 한참씩 머물렀다. 그러다 보니 쑥 캐는 일은 뒷전이었다.
그나마 꽃이 핀 풀꽃은 이름을 몇 개 알아내는 데 성공했으나, 나무 이름은 짐작도 하기 어려웠다. 열매가 달리던지, 꽃이 피던지 해야지 그저 푸른 잎만 보고는 까마귀밥나무인지 산사나무인지 통 알 수가 없었다. 가지고 간 다른 책 『보리 어린이 식물도감(보리)』은 논밭에서 기르는 식물, 산과 들에서 자라는 식물 등 다양하게 나와 있어 여러모로 쓸모가 있었다. 그러나 나무의 종류는 많지 않아 궁금증을 해소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비싸다고 『나무도감(보리)』구입을 미룬 일이 무척 후회되었다.
민들레, 질경이, 쑥, 아까시나무 등 평소에 이름을 알고 있었던 것도 있었지만 책을 들고 나가서 새롭게 알게 된 것도 더러 있었다. 대단한 것을 알아내지 않더라도 실바람 타고 솔솔 풍겨 오는 아까시 향기, 소나무 향기, 그리고 새소리, 바람소리를 느껴보고, 산을 오르고 땀을 흘리고 쑥을 캐는 일을 통해 몸을 움직이는 기쁨을 맛 본 것으로 충분하다. 우리는 아까시 꽃의 꿀을 쪽쪽 빨아 먹으며 '♬동구밖 과수원길 아카시아 꽃이 활짝 폈네∼ ♬'를 불렀다. 산길을 내려오며 아이들이 또 오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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