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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3 | 연재 [문화비평]
김선남의 문화비평책 읽는 사회
김선남 원광대 교수·신방과(2003-03-26 16:41:54)

현대인은 여가 활용 방법으로 어떠한 행위를 할까? 또 이들은 하루, 한달, 일년에 얼마나 많은 책을 읽을까? 한국출판연구소(2000)의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우리나라 국민들은 텔레비전 보는 것을 가장 좋아한다고 한다. 그 다음으로 국민들이 선호하는 여가 활용방법은 '신문·잡지 보기', '수면·휴식', '독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자료에 의하면 독서는 여가 활용의 네 번째 순위에 있는 방법인 셈이다.
유감스럽게도 우리 사회는 '출판물 강대국'이면서도 '책 읽지 않는 사회'로 남아 있다. 최근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성인의 연평균 독서량은 9.3권이라고 한다. 이는 1달에 1권의 책도 읽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독서가 매우 중요한 커뮤니케이션 행위라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우리는 그다지 독서하려 하지 않는다. 왜 그럴까?
우리 사회가 '책 읽지 않는 문화'를 갖게 된 것은 다양한 배경에서 비롯된 것 같다. 그 배경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수용자들은 영상매체를 독서보다는 여가활용, 정보추구의 매체로 선호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우리의 텔레비전 시청률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즉 여가활용 방법으로서 텔레비전 시청이 독서를 대체하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최근 인터넷은 청·장년층에게 사랑 받고 있어서 인터넷 중독자에 대한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물론 컴퓨터의 독서 대체기능은 아직 염려할 단계에 이르지 않았으나 컴퓨터의 보급이 확산되면 인터넷의 활용이 독서를 대체할 위험도 없지 않다. 이에 따라 출판분야는 독서와 텔레비전, 독서와 컴퓨터의 관계에서 나타날 수 있는 대체효과를 최소화 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하는 데에 많은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둘째, 우리의 독서행위는 지나친 베스트셀러 지향적인 출판문화로 인하여 부정적인 독서문화 인식이 팽배해 있다. 베스트셀러는 '황금 알을 낳는 거위' 혹은 '출판계의 꽃'이라고 불릴 만큼 매력적인 것이기 때문에 출판계는 돈과 명예를 한번에 거머쥘 수 있는 베스트셀러 만들기의 유혹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런 탓에 최근 출판계는 '베스트셀러 사재기' 등 왜곡된 유통구조, 수용자의 입맛을 끌기 위하여 선정적인 출판 기획에도 주저하지 않는다.
셋째, 우리는 독서문화를 향상시킬 체계적인 독서교육 방법을 가지고 있지 않다. 정보화 사회는 수용자의 미디어 선별, 활용 교육을 요구한다. 수용자들이 왜 독서를 해야 하고, 또 어떻게 할 것인가에 관한 체계적인 교육방법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독서교육이 수용자들에게 어떤 책을, 어떻게 읽어할 것인가를 알려주며 장기적으로는 침체된 독서 문화를 향상시킬 장을 마련해줄 것이다.
따라서 독서문화 활성화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정책이 정착되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우리는 독서문화 활성화를 위해서 서적을 텔레비전과 상호 보완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방법 개발에 관심을 두어야 할 것이다. 독서문화의 활성화를 위하여 우리는 출판매체의 특성을 살리는 매체전략 마련에 힘써야 할 것이다. 다매체 환경 속에서 효율적인 독서행위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독서를 텔레비전 매체와 상호보완적 관계 속에서 전문화되고 세분화된 수용자들의 오락 지향적인 욕구 및 관심을 충족시킬 수 있는 매체로 변화시켜야 할 필요가 있다. 이는 독서가 기존의 정보전달 및 교육의 기능을 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에서 벗어나야 함을 의미한다. 이제 독서는 정보전달 및 교육을 위한 일상적이고 관습적인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아니라 사적, 심리적 가치를 충족시켜주는 특수 커뮤니케이션 매체로 자리잡아야 한다. 또한 이와 맞물릴 수 있는 수용자 세분화 전략, 출판 기획전략이 모색되어야할 것이다.
다음으로, 독서문화 활성화를 위해서 베스트셀러에 대한 새로운 의미정립이 수반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출판문화의 바람직한 방향이 재정립되어야 할 것이다. 베스트셀러는 독자들의 관심유발과 유용한 책의 기준이 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이에 따라서 베스트셀러에 대한 인식이 과거의 상업주의적인 편향된 사고에서 벗어나 독서문화 향상의 유인책으로 정착되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독서 활성화를 위한 체계적인 독서교육이 정립되어야 할 것이다. 독서인구를 확충시키는데 있어서 가장 큰 걸림돌은 불완전한 독서교육과 관련이 있다. 최근 한국출판연구소(2000:95)의 조사결과에 의하면, 응답자의 26.1%가 가장 중요한 독서의 장애 요인으로 '독서습관이 형성되지 않아서'를 꼽았다. 게다가 이 조사에서 응답자의 12.9%는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모름', 그리고 7.2%는 '읽을 만한 책이 없음'을 지적하였다. 이상의 조사에서 알 수 있듯이 독서율 감소는 무엇보다 독서교육, 즉 독서의 생활화 및 습관화, 독서방법 등에 관한 무지 등에서 기인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독서인구의 확충과 관련하여 독서교육이 대단히 중요하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독서교육 방법은 아직 체계화되어 있지 않다. 이에 따라 우리는 가정, 학교, 지역사회에서의 구체적인 독서교육의 방법 및 절차를 개발하여 이를 하루 빨리 현실화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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