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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3 | 연재 [매체엿보기]
식상한 소재의 종합세트 <그 햇살이 나에게>
송미정 전북민언련 회원(2003-03-26 16:43:19)

TV채널을 돌리다 보면 홈쇼핑 광고를 흔히 볼 수 있다. 이런 홈쇼핑 광고를 소재로 한 MBC 미니시리즈 <그 햇살이 나에게>(극본 김인영, 연출 김사현)가 침체되어있던 드라마왕국 MBC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쇼 호스트'라는 신종 직종을 전면에 부각시키며 기존의 드라마에 식상해있던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어 모으는데 성공한 것이다. 20% 중반을 넘나드는 시청률과 시간대 순위 1~2를 다투던 미니시리즈 <그 햇살이 나에게>는 그러나 종영으로 치달으면서 '식상한 소재 종합선물세트'라는 세간의 비판처럼 또 하나의 식상한 드라마로 전락해 가는 분위기다.
미혼모, 출생의 비밀, 또순이의 성공 스토리, 삼각 연인 관계, 백마 탄 왕자 등 상투적인 소재에 뒤이은 뻔한 스토리전개는 지난 8월, MBC가 야심적으로 선보였던 <선희 진희>의 재판이라는 평가까지 낳고 있다.
주인공 김연우(김소연)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피나는 노력 끝에 유명한 쇼 호스트가 된다. 건강한 젊은이들이 출생의 비밀과 복잡하게 얽힌 운명을 딛고 성공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을 보여준다는 기획의도답게 열심히 노력하여 자신이 원하던 길을 찾아가고, 복잡한 가족관계를 이해하며 풀어나가는 과정을 드라마틱하게 연출한다.
하지만 '쇼 호스트'라는 신종 직종을 소재로 한다는 점을 빼고는 보면 볼수록 여느 드라마와 다를 게 없다.
여자의 적(敵)은 여자! 전형적인 콩쥐 팥쥐형이다. 착한 이복동생 연우를 괴롭히는 팥쥐 준희. 그럼 왕자님은 동석(류시원)?
게다가 여성들의 능력이나 재능, 노력하여 성공하는 모습보다는 한 남자를 가운데 놓고 시기하고 질투하는 모습만이 전면에 부각된다.
집안, 능력, 학벌 어느 것 하나 뒤질 것 없는 젊고 아름다운 여성 준희지만 동석 앞에서는 한 남자의 사랑을 구걸하기에 바쁜 연약한 존재일 뿐이다. 연우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곤경에 빠진 연약한 여성과 연우를 구해주는 백마탄 왕자.
한편에서는 물신주의 적이고, 이벤트 적인 설정에 현실감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잘 나가는 쇼 호스트 연우, 변호사 동석, 대명그룹 회장의 딸이며 쇼핑채널 회사의 기획이사 준희, 유명한 영화배우가 된 한수. 경제력이 뒷받침되는 상류계층의 사랑얘기라는 것이다. 남성은 고위직이고 여성은 하위직 이라는 설정 또한 예전의 몇몇 드라마와도 다르지 않으며, 우연성의 남발은 시청자들에게 허상만을 안겨주는 꼴이 된다.
시청자는 드라마를 보며 자기와의 현실을 비교하며 희망도 갖고, 즐거움을 찾게 되는게 사실이다. 그 희망이 건강한 삶의 가르침 내지는 지표가 될 수도 있고, 아님 어긋난 허상으로 남을 수도 있다. <그 햇살이 나에게>도 처음의 제작의도처럼 일과 사랑을 '스스로 만들어 가는' 젊은이들에게 햇살과 같은 희망과 깨달음을 안겨주는 드라마로 기억되었음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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