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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3 | 연재 [어린이책세상]
어린이 책세상아이들에게 학급문고를 만들어 주자
황춘임 동화읽는 어른모임 회원(2003-03-26 16:49:41)

 새 학년이 되면 선생님은 '깨끗하고, 친구들에게 꼭 소개하고 싶은 좋은 책을 한 권씩 가지고 오너라' 하고 아이들에게 말씀하신다. 막상 부모들이 아이들 손에 들려 보낸 책들을 보면 학급문고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는 폐기처분 직전의 것들이 대부분이다. 이런 현상은 학급문고의 중요성을 바로 인식하지 못하는 데 서 오는 것 같다.
그러면 학급문고는 왜 필요할까?
첫째, 적은 비용으로 많은 책을 읽을 수 있다. 40명의 아이가 좋은 책 한 권씩만 사들고 가면 1년 동안 40권의 책을 볼 수 있다. 전집류의 학습물이 주종을 이루는 가정에서와는 달리 교실에서 다양한 종류의 책을 볼 수 있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부모들이 빛 바랜 헌 책들만 보내기 때문에 이 방법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연구를 많이 해야 한다. 둘째, 친구들과 감동을 나눌 수 있다. 책 속에서 마음에 딱 맞는 주인공과 만났을 때, 그 기쁨을 같은 책을 읽은 친구와 나눈다면 얼마나 신날까? 아이는 정말 부자가 된 느낌이 들리라.셋째, 자투리 시간을 활용 할 수 있다. '쉬는 시간에 책 읽는 게 마음 편해요. 학급문고가 있어서 정말 다행이에요.' 쉬는 시간에도 떠들면 반장이 이름을 적는단다. 나름대로 생존의 법칙을 터득한 아들이 신통하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제대로 된 학급문고를 만들 수 있을까? 학급문고는 학부모의 의지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담임 선생님의 전폭적인 지지가 있을 때 가능한 일이다. 3월 중순이면 학교마다 학부모 총회를 한다. 총회가 있기 며칠 전에 담임 선생님께 e-mail을 띄워보자. 학급문고를 만들고 싶다고. 여태까지 아이들이 한 두 권씩 가져오는 책으로 채워진 학급문고가 실패했으므로 대안을 제시하겠노라고. 비용부담을 줄이기 위해서 임원(명예교사,초록어머니회)을 최대한 많이 뽑아 주십사 하고 선생님께 미리 부탁드린다. 그리고 총회에 참석해서 10명 정도의 사람이 모아지면 방법을 의논한다. 돈을 걷어서 한꺼번에 구입하든지, 아니면 책으로 몇 권씩 사오기로 한다든지. 구입 할 책은 어린이도서연구회나 믿을 만한 단체의 권장도서목록을 참고하여 우리 창작동화, 외국 창작동화, 과학, 환경, 역사, 인물, 동시집, 글모음, 옛 이야기 등, 장르별로 골고루 40-50권 정도 선정한다. 어린이 전문서점의 '학급문고 살리기' 행사를 이용하면 할인도 받고 정보도 얻을 수 있다.
이웃 집 여자아이가 평소에는 내외하던 내 아들과 한 반이 되기를 간절히 원한단다. 내 아들과 같은 반이 되면 좋은 책 많이 읽을 수 있어서 좋다며. 그 이야기를 들으니 어깨가 더욱 무거워진다. 책이 없어서 못 읽는 아이, 도서관이 멀어서 못 가는 아이, 책의 가치를 오직 지식의 습득에만 두는 부모를 둔 아이, 그리고 내 아이를 위해서 올해에도 학급문고를 꼭 만들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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