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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3 | 연재 [건강보감]
금연, 7층과 20층 사이
.(2003-03-26 16:53:02)

올해 금연 열풍이 뜨겁다.
해마다 년초에 불었다가 이내 삭으러 들고마는 금연 열풍과는 사뭇 다르다.
더욱 강하고 지속적이다라는 느낌이 든다. 여기에 정부와 언론이 한 몫하고 있다. 신문잡지는 물론이고 매일 KBS 9시 뉴스에서는 금연에 관한 소식을 다루고 있고 주만 TV 오락프로그램에서 조차 금연에 관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코미디언 이주일씨, 야구 해설가 하일성 등도 합세해서 금연 운동이 바야흐로 메마르고 건조한 날씨에 발생한 산물처럼 크게 번지고 있다.
20년전에는 이런 일도 있었다. 고속버스를 타면 앞줄 1번에서 20번까지는 금연석이고 21번부터 끝번까지는 흡연석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세상에 어떤 담배 연기가 눈이 달렸다고 칸막이도 없는 공간을 옮겨가지 않고 지킬 수 있었던 말인가? 한마디로 웃겼던 일이다. 그렇지만 그때는 그랬다. 추운 겨울날 미국도시의 한 모퉁이 건물 밖에서 옹기종기 모여서 벌벌 떨면서 담배를 피우던 흡연가들을 생각하면 안쓰러운 생각이 들곤 했었다. 건물 내에서는 금연이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고속버스 속에서의 흡연개념은 완전히 없어졌다. 우리나라에서도 점차 금연 건물이 늘어나고 회사원전체가 금연하는 새로운 풍속도가 만들어지고 있다.
세상에서 담배끊기가 가장 쉽다고 한다. 어떤 사람은 20번도 더 끊었다고 한다니 이해가 되는 말이다. 끊었다 피었다를 수도 없이 반복하는 사람들도 무수히 많다. 년초에는 끊었다가 언제 어느 때 슬그머니 피우기 시작하거나 감당 못하는 스트레스가 오면 핑계 대고 다시 담배를 피우기 시작하는 것이 통례다. 그래서 담배는 아예 처음부터 배우지 않게 하여야 한다. 일단 배우고 나면 끊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한창 담배를 배우기 시작하는 나이인 중고등학교 시절에 금연에 대한 보건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한때는 군에 입대하면 '화랑'이라는 담배를 무료로 나누어주던 시절이 있었다. 담배를 피울 줄 모르는 장병들은 다른 사람에게 나누어주거나 모아서 가지고 있다가 휴가 올 때 가지고 나와서 주변 사람들에게 나누어주곤 하였다. 그러나 그러한 제도는 수없이 많은 젊은이들을 끽연가로 만들었다. 정부가 앞장서서 끽연가를 만들어 냈던 것이다. 이제 그 제도는 오래 전에 없어 졌다. 당연히 없어져야 할 제도 였다.
필자가 의과대학에 다니던 시절에 해부학 실습을 하던 기억이 난다. 담배를 많이 피운 사람의 폐는 한눈에 알아 볼 수 있었다. 콜타르가 폐 조직에 침착 되어 딱딱한 검정색 고무처럼 굳어져 있는 폐를 보았다. 반면 담배를 전혀 피우지 않은 사람의 폐는 엷은 선홍색으로 매우 부드러웠다. 담배는 건강의 적이다. 미국에서는 담배 피우는 의사한테는 환자들이 진료를 기피한다고 한다. 그 이유인즉 자기 자신의 건강도 못 살피는 사람이 어떻게 다른 사람의 건강을 잘 살필 수 있겠는가 에서이다.
어떤 이는 하루에 담배 7개피 밖에 피우지 않는다고 하면서 이 정도는 괜찮을 것이라고 하였다. 그러니까 하는 말이 하루 1갑(20개피)피면 20층에서 떨어지는 것이고 7개피는 7층에서 떨어지는 것인데 죽기는 마찬가지라고 하면서 웃었다. 7층과 20층 사이에서 고민하지 말고 안 떨어지는 것이 상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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