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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 | 연재 [무대 뒷 이야기]
긍정의 힘을 만든다는 것
명상종 공연기획자(2014-02-05 14:50:21)

“감독님, 소리 좀 크게 올려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다시 연주해보시죠~

“감독님, 이 부분만 더 크게 올려주세요”, “네, 잠시만요, 어때요? 여기서 듣기는 아주 좋은데요”, “네 좋습니다~ 공연 때도 이렇게 가시죠”

 

리허설 현장에서 매번 반복되는 풍경이다. 연주자와 음향감독의 ‘손과 손’이 맞아떨어져야만 관객들에게 좋은 공연을 선사할 수 있기 때문에 어떤 것보다도 ‘음향’에 가장 민감하고, 가장 마지막까지 꼼꼼하게 체크를 한다.

그런데 이 때 음향감독은 손을 놓고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연주자의 요구와 물음에 대답만 하며 ‘그러는 척’ 할뿐이다. 음향감독은 왜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이런 연기를 하는 것일까?

바로 ‘플라시보 효과’를 위해서다. 플라시보 효과placebo effect는 실제로 효능이 없는 약인데도 효능이 있다고 믿고 복용하면 효과가 나타난다는 현상을 일컫는다. 어린 아이가 배탈이 나면 엄마가 “엄마 손은 약손~” 이라는 말을 반복하며 배를 만져주면 어느새 다 나은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이 플라시보 효과의 대표적인 예다. 콘솔에는 손도 안대고 대답만 열심히 하는 음향감독은 바로 이 플라시보 효과를 노린 것이다.

 

아주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음향의 경우 이미 사전에 공연, 연주자, 악기에 대한 치밀한 공부를 마치고 연주자에게 가장 편한 모니터스피커 환경과 객석에서 듣기 가장 최적화된 사운드를 세팅해놓는다. 연주자가 실제 공연과 같은 환경에서 리허설을 진행해야 최상의 컨디션으로 본 무대에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리허설에서 음향감독은 다양한 기기의 조작이 아닌 연주자의 마음을 세팅한다. ‘플라시보 효과’를 위해 그럴듯하게 연기를 해내면, 잔뜩 긴장한 연주자도 마음을 푹 놓고 리허설 무대를 내려온다.

결국 플라시보 효과는 긍정을 이끌어내는 힘이다. 짧은 시간에 다양한 상황이 벌어지는 무대 위에서도 서로에게 힘이 되는 긍정적인 자세는 누구나 만족하는 좋은 공연을 위한 필수조건이다.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공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음향도, 조명도 아닌 바로 무대를 이끄는 연주자이기 때문에 연주자가 최상의 기량을 선보일 수 있도록 조율하는 것이 무대 뒤 스탭들의 가장 중요한 역할일지도 모르겠다.

 

아티스트가 좋은 컨디션으로 최고의 공연을 선보여야 관객도 더 집중해서 공연을 즐기고, 관객이 진심으로 즐기고 있는 모습에 아티스트는 다시 무대를 즐기게 된다. 공연을 구성하는 아티스트와 관객, 그리고 무대 뒤 기획자, 무대, 음향, 조명 스탭 모두 서로 서로 긍정의 기운을 나누어야만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 하나의 공연인 것이다.

올해도 감동을 위한 수많은 연주자들의 무대 곳곳에서 서로를 믿고 의지하는 플라시보 효과가 일어날 것이다. 당신에게도 당신을 믿고, 당신에게 의지하며, 함께 긍정의 기운을 나누는 마음 씀씀이가 가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수상한 시절은 뒤로 하고, 우리 삶의 감동적인 무대를 위해 ‘긍정’의 마음은 2014년에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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