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킵 네비게이션


분야별보기

트위터

페이스북

2014.1 | 연재 [생각의 발견]
죽음만이 넘치는 실버마케팅
윤목 교수(2014-02-05 14:51:50)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한 해가 저물어 가고 있다. 올해를 돌아보니 광고 마케팅산업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던 것 같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오늘날의 대한민국에  ‘죽음의 마케팅’산업이 엄청나게 뜨고 있다는 것이다. TV를 켜면 쏟아지는 보험광고, 상조광고, 납골당광고 등 ‘죽음의 마케팅’산업 광고들. 어떻게 보면 가장 암울한 오늘의 대한민국을 말하는 현상일지도 모른다.

이 죽음의 마케팅산업을 대표하는 광고사례는 단연 이순재의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라는 광고이다. 이 보험은 ‘가입 후 2년 이후 사망시 사망보험금 1,000만원을 준다’는 내용이다. , 가입자가 저 세상으로 가신 이후에 자녀가 됐건 누가 됐건 남은 사람에게 장지비용이라든지 장례식 비용으로 쓰라고 남기는 보험이다.

‘언젠가는 떠날 몸, 자식들에게 부담주고 싶지 않다. 내 보험금 타서 자식들이 내가 가고 난 뒷마무리해주면 좋지’식의 광고다. 취지는 좋을지 몰라도 참 슬픈 현실이다. 더욱이 이런 류의 광고들은 인포머셜(Information + Commercial) 형태의 광고형식을 띄어 길이가 3분 정도 되는 엄청 긴 광고들이 주를 이룬다. 또한 시청자들을 세뇌시킬 목적으로 반복성을 띈다. 그러다보니 광고를 보는 시청자들을 짜증나게 하고 ‘죽음의 마케팅’이라는 무수무시한 생각마저 들게 만드는 것이 현실이 되어 버렸다.

 

 

보험, 상조, 납골당, 장례식장 광고

 

얼마 전 전라북도 공무원교육원이 있는 남원에 강의가 있어 다녀온 적이 있다. 남원만 하더라도 전북에서는 꽤 큰 도시일텐데 한낮의 거리에 돌아다니는 사람 중에는 50대 정도가 가장 젊은 사람인 것 같았다. 거의 대부분이 7, 80대 노인들, 그야말로 노인들의 도시처럼 보였다. 그 많던 산부인과나 결혼식장은 눈을 씻고 찾아볼 수도 없고 눈에 띄는 것은 장례식장 뿐이었다. 내 눈에 그런 부분만 클로즈업 되서 보였을까. 그야말로 죽음의 마케팅에 대한 무서운 변화를 실감할 수 있었다.

2013년 현재 세계 평균 기대수명은 70세인데 반해 우리나라의 평균 기대수명은 81세라고 한다. 2012년 기준 우리나라의 65세 이상의 노인인구 비율은 전체 인구의 11.7%. 2026년에는 20%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며 65세 이상의 노인인구가 전체 인구의 14%를 차지하는 고령 사회가 곧 현실로 다가온다고 한다. 산업화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했던 대한민국이 고령화 속도에서조차 가장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죽음의 마케팅’에서 ‘젊음의 마케팅’으로

 

그러나 이 어마어마한 실버시장을 우리나라는 왜 아직 이러한 ‘죽음의 마케팅’으로만 이해하는지 알 수 없다. 이 실버시장을 소비자층으로 본다면 여유 있는 은퇴계층으로 가처분소득이 3, 40대에 비해 못지않은 여유로운 세대인데도 말이다. 이러한 점을 간파하여 최근 삼성경제연구소에서는 젊고 능동적인 새로운 실버세대의 니즈를 반영해 앞으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되는 젊은 비즈니스 5가지를 꼽았다.

첫째, 프로액티브 케어(Proactive Care) 비즈니스다. 건강하게 장수하는 것이 중요해지면서 육체적 치료뿐 아니라 정신적, 심리적인 안정을 추구하는 사업이 확대될 것으로 본 것이다. 아울러 외모, 질병, 휘트니스 등을 포함하는 포괄적이고 적극적인 항노화의 개념이 확대되어 관련 비즈니스가 급속히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샌프란시스코의 바이브렌트브레인스에서는 두뇌헬스클럽으로 헬스클럽에서처럼 프로그램에 따라 두뇌를 단련한다 한 것이 한 예다. 치매 등 두뇌활동 저하에 따른 노화를 걱정하는 50대 이상의 실버층이 주요 고객이 되는 것이다.

둘째, 원거리 효() 비즈니스다. 실버세대의 독립적인 생활을 보장해주고 건강관리를 해주는 상품이다. 안부 확인, 응급 대응 등 인간미가 느껴지는 생활 밀착형 서비스가 IT와 결합되어 제공되고 로봇이 주요 도구로 활용될 것으로 예상했다. 한 예로 일본 NEC에서는 노인의 생체신호를 측정해 건강에 관한 조언을 친근하게 전달해주는 커뮤니케이션 로봇 파페로(PaPeRo)를 출시했으며 도쿄가스는 IT 기술을 통해 혼자 사는 부모의 가스 사용량, 사용시간 등의 정보를 자녀에게 제공해 부모의 안부를 확인시켜주는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한다.

셋째, 목적지향 휴() 비즈니스다. 단순한 휴식을 넘어 목적 있는 휴식, 관찰자에서 주도자로 참여하는 방향으로 여가상품이확대될 것이라고 한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과 함께 여행하면서 역사, 지역 문화, 음악 등을 체험할 수 있는 상품이 등장하고, 실버층 스포츠클럽도 증가할 전망이라고 본 것이다.

넷째, 베품 지원 비즈니스다. 은퇴 후 전문 분야에서 숙련된 기술, 능력, 지식 등을 지역 사회와 나누려는 욕구가 확대되면서 이를 지원하는 사업이 발전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아울러 실버세대의 경험과 지식이 지역사회의 현안과 깊이 연계됨으로써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섯째, 스마트실버 비즈니스다. 디지털기기에 익숙한 베이비부머세대는 아날로그적 감성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어 디지로그(Digilog)의 수요 증가를 예상했다. 따라서 편의성은 물론 감성적 위안을 주는 IT 상품에 대한 실버세대의 수요가 증가되고 실버세대를 위한 SNS 및 온라인 쇼핑몰 등이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 예로 실버층을 위한 온라인 쇼핑몰로 성공한 미국의 골드 바이올린을 들 수 있다. 실버세대는 ‘늙은이’로 취급받는 것을 싫어 한다는 점을 고려하여 취급상품을 산뜻한 색감과 세련된 디자인의 의류, 가전, 가구 등을 취급, 시니어 회원들로부터 ‘가장 스타일리시한 사이트’라는 인식을 줬다고 한다.

 

 

올해는 밝고 젊은 실버마케팅이 넘쳐나길

 

우리나라는 실버시장은 급성장하고 있지만 진정 실버들의 마인드를 꿰뚫는 창의적인 실버산업은 미국, 일본에 비해 아직 걸음마 단계인 실정인 것 같다. 따라서 우리는 고령화를 한탄만 할 것이 아니라.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로 인식해 여기에서 수많은 창조산업을 펼쳐가고 일자리를 만들어 실버들을 ‘죽음의 마케팅’의 타깃으로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진정 ‘젊음의 마케팅’으로 실버들의 행복한 삶에 일조할 수 있는 2014년이 되었으면 좋겠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