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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 | 연재 [신귀백의 영화엿보기]
토이스토리 2겨울방학, 가족과 함께 하는 따뜻한 3D
신귀백(2003-07-03 11:15:40)

저금통을 젓가락으로 벌려 동전을 꺼내 만화방으로 달려가던, 무식한 말로 '베이비붐 세대'들이 어른이 되었다. 그 때 '있는 집 자식들'은 잡지「새소년」을 통해서 <베르사이유의 장미>에서의 오스칼을, 또 최영의가 소뿔을 날리는 만화를 봤었지. 김청기 감독의 로버트 태권 V를 '그냥 넘긴' 그들에게도 뱃살은 오르고 머리가 빠지는 중년은 왔다. 비디오 숍 카운터에 <누들누드>를 사알짝 올리고서 밤에 볼륨을 죽여가며 애들 몰래 보는 것도 쓸쓸한 낙이라면 낙이리라. 그들이 구조조정에 목을 어루만지는 직장인이 되어 모처럼 늦잠을 자는 일요일 아침, 엄마가 깨우지 않아도 어김없이 새끼들은 TV앞에서 디즈니 만화동산 <헤라클레스>를 본다. 어느 집이라고 다르랴?

< 토이 스토리 2>는 극장에 나온 지 일년이 넘었는데 비디오로는 이번 겨울방학에 맞추어 출시된 3D 애니메이션이다. '제발 소파 위에서 뛰지마', '맨날 만화를 보냐'는 잔소리를 하는 엄마와 망년회로 매일 술 마시고 늦는 아빠가 오랜만에 함께 볼 수 있는 영화가 아닐까 싶다. 2차원의 셀 애니메이션이 아니라 디지털 만화영화라 해서 차갑고 삭막할 것이라는 생각은 오산이다. 주인공이 플라스틱 아닌 천으로 만들어진 인형의 질감을 가진 것처럼 따뜻한 내러티브를 갖고 있기 때문에.

장난감에도 골동품이 있어서 콜렉터가 노리는 희귀 장난감인 줄 모르는 앤디의 엄마는 오래된 장난감 우디를 바자회에 내놓는다. 그녀는 연초록 티셔츠를 입고 나오는데, 놀라워라! 그녀의 반팔 티셔츠 등에 비치는 비라인의 아련함까지 담는 디지털 만화의 생생한 묘사력이라니….

60년대의 TV 드라마의 인기스타 주인공을 닮은 카우보이 인형으로 여자친구 제시와 짝이었던 우디가 그 주인공. 털이 숭숭한 대머리 악당은 인형박물관에 넘기려고 우디를 납치한다. 비싼 값으로 팔기 위해 찢어진 팔의 인형 우디를 수선하는 영감님의 솜씨를 담는 장면에서는 어른들의 감탄이 터져 나오리라. 악당에 대항하여 스프링 강아지와 돼지 저금통, 우주전사 로봇 등의 인형들은 서로 협력하여 우디를 구출하고 제시와 카우보이 인형은 서로의 사랑을 확인한다는 해피엔드 스토리. 경탄을 자아내는 승강기 탈출작전과 비행기 수화물 칸에서의 어드밴쳐 신은 다이하드3를 연상시킨다. 그러나 브루스 윌리스 같은 히어로가 나타나서 쉽게 일을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협력의 방식이라는 것도 아이들에게 확실히 긍정적이며 교육적인 요소일 것이다. 우리가 김종래, 임창, 최상록, 엄희자의 만화를 잊을 수 없는 것처럼 우리 애들이 우리 나이가 되어도 헝겊 카우보이가 나오는 토이 스토리 2를 잊지 못할 것이다.

신년 예측! 시간과 정성이 있는 분들은 아이들과 함께 인형이야기를 본 후 또 극장으로 가서 <치킨런>을 볼 것이고, 돈 시간 정성 모두 없는 분들께서는, 애들은 공부나 하라면서 '종간의 모략과 애꾸눈의 포악'만을 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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