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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 | 연재 [음악이야기]
문화적 재생산에 동참하기
문윤걸(2003-07-03 14:42:04)

한 해의 끝과 한 해의 시작이 교차하는 이 무렵엔 많은 음악회가 열린다. 어느 곳이건 찬바람이 돌기 시작하는 가을부터 한 해를 새로 시작하는 무렵까지가 가장 활발한 음악시즌이다. 봄과 여름의 왕성한 기운은 그 자체로 우주가 우리에게 선사하는 즐거움이며 기쁨이다. 이때는 우리 모두 대자연이 주는 꾸밈없는 아름다움에 흠뻑 취한 나머지 음악을 가까이에 둘 겨를도 없다. 그러나 대자연이 주는 풍성한 선물을 거두어 드리는 가을부터 움츠러드는 대자연의 빈 공간을 인간은 스스로 창조하는 아름다움으로 메꾸어 나간다.

올해도 많은 음악회가 열렸다. 예년에 비해 다소 활기가 덜 하긴 하지만 어려운 여건에서도 음악회는 계속되고 있다. 반가운 일이다. 음악회장에 가보면 아는 얼굴들이 많다. 그 곳에선 좋은 음악도 듣고, 반가운 얼굴도 만나고, 서로의 음악적 견해도 나누곤 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서로 아주 가까운 친구가 되어 있음을 깨닫게 된다.

또 자주 연주회장에 다니다 보면 때로는 수인사가 없어 어디서 무얼 하시는 분인지 전혀 알 수 없지만 연주회장에서 자주 마주쳐 낯이 익은 나머지 어색한 눈인사를 나누게 되는 분들도 있다. 또 어떤 때는 아주 오래된 친구를, 그러나 너무 오래 만남이 없어 기억마저 가물가물한 그런 친구를 만나는 날도 있다. 연주회장을 두발로 걸어 찾아간다는 것. 그건 음악을 듣는 기쁨 외에 이런 부수적인 기쁨까지 내게 선사한다.

그런데 요즘 서양 고전음악 연주회장에서는 젊은 관객을 만날 수가 없다. 몇몇 눈에 띠는 젊은 관객들은 연주자의 가족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누구에게나 좋아하는 음악과 별로 관심이 가지 않는 음악이 있기 마련이다. 연주회장에 발을 옮기지 않는 젊은이들 그들에게도 그들 나름대로의 음악적 세계와 문화가 있을터이지만 그들의 음악적 편식에 대해서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

미국에서도 서양 고전음악 연주회장은 대부분 머리에 서리가 내린 노년층 관객들이 자리를 메우고 있다 한다. 그래서 몇 년 후 이들이 더 이상 연주회장에 가지 못하는 상황이 되면 연주회장은 황량한 황무지가 될 것이라고 걱정이란다. 우리의 상황도 이에 못지 않다. 우리의 연주회장은 친지와 가족, 지인들로만 객석을 메우고 있다. 그래서 많은 연주단체들이 어떻게 하면 자발적 관객을 모아낼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관객동원이 곧 존재의 이유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새해는 '지역문화의 해'라고 한다. 물론 편안한 집에서 세계 최고의 음악가가 최상의 조건에서 하는 연주를 오디오를 통해 감상하는 것도 훌륭한 문화적 삶이지만 내가 숨쉬며 살아가는 이 고장의 문화적 재생산에 동참하기 위해서 새해에는 '한달에 한번 연주회장 찾기'를 금연, 금주 같은 일년 실천항목 속에 꼭 집어 넣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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