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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2 | 연재
[신귀백영화엿보기] <투어리스트> 를 위한 변명
관리자(2011-02-14 11:22:40)

<투어리스트> 를 위한 변명 베니스에 대한 두세 가지 것들 


2006년 제79회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수상작인 <타인의 삶>을 만들었던 플로리안 헨켈 폰 도너스마르크(73년생)는참을성 있게 주제를 전달하는 독일 감독이다. 그러나 <투어리스트>는 참을성 있게 만든 영화가 아니다. 액션도 부족하고로맨스는 배경에 치이고 말았다. 배우와배경도시를 소비해버렸다는 비난이 없지않지만 그렇다고 그렇게까지 조악한 영화는 아니다.주인공은 쓰리 톱이다. 안젤리나 졸리와 조니 뎁이면 그별 하나만으로도 원톱 플레이가 가능한데, 그러면 나머지는?바로 베니스다. 사막 위의 도시도 아름다울 수 있는데 하물며 물 위의 도시랴! 아드리아 쪽빛 바다의 인공 섬, 베니스.한동안 유럽문화의 중심이자 도시 해군력이 지중해를 지배하던 시절의 영광은 관광 또 영화제로 지금도 계속 된다.성지순례의 중심지이자 어디에 렌즈를 둘러도 사진발 그윽한 물위에 세운 도시. 


사실 진흙과 개펄 위에 말뚝과 돌받침으로 세운 도시인데.1971년 칸 특별상을 수상한 비스콘티 감독의 전설 <베니스의 죽음>의 원작인 토마스 만의 소설「베니스의 죽음」은문단 하나가 한 페이지를 넘어 애들은 읽기 어려운 텍스트이다. 고귀하고 유능한 정신을 갖춘 독일 최고의 소설가 구스타프 아센바흐는 일에 치인데다 비 내리고 축축한 고향이 싫어 오스트리아 휴양지로 향하다가 변덕이 일어 베니스로 향한다. 자신의 작품이 교과서에 실릴 만큼 정석으로 가득 차예술적 치열함이 부족하다는 것에 대한 고민으로 즉흥적이고 빈둥거리는 삶을 찾아 베니스를 찾는 것. 


변덕? 사실은 자연스런 충동과 갈망의 다른 이름 아니겠는가? 토마스 만이라는 산맥의 익숙하지 않은 통사구조는 베니스를 아양 떠는 미녀 같은 도시라기보다는 수상한 늙은이로 그린다.소설 속 그가 찾아온 베니스 역시 그리 좋은 날씨가 아니어서 베니스의 아름다움에 대한 서술에 인색하다.다만 아센바흐의 심리와 벌꿀색 머리칼을 가진 폴란드에서 온 조각으로 빚은 듯한 미소년 타지오의 행동묘사에 많은부분을 할애한다. 훌륭한 규율과 정밀한 사고가 깃든 완벽한 아름다움을 지닌 소년의 몸에 대한 묘사와는 달리 베니스는 찌는 듯한 열풍에 소독약 냄새가 풍기는 어두운 도시로 바다는 쓰레기가 둥둥 떠다녀 냄새나고 거지와 앵벌이또 바가지 상혼이 넘치는 묘사는 타치오의 아름다움을 위한장치일 것.영화 <베니스의 죽음>은 조금 다르다. 


소설가 대신 독일의 늙은 대작곡가 말러가 모델이라고. 베니스에서 발견한 아름다운 소년(만화 베르사이유 장미의 오스칼의 실제모델이라는 비요른 안드레센)의 모습에서 그가 오랫동안 갈구했던정신적인 미와 관능미의 완전한 결합체의 발견에 따른 생의환희와 노년에 이르는 초보노인의 절망, 황홀과 고뇌로 흔들림을 느낀다. 그래서 동성애 영화라고 말하는 이도 있지만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신적 존재에 대한 예찬, 두고 온 길,갈 수 없는 길에 대한 애착이라 보면 어떨까 싶다. 그녀의 미모 사용법 우선 파리. 경찰의 미행 카메라에 성장차림의 여성 엘리스(안젤리나 졸리)가 잡힌다. 


경찰에 2년째 쫓기는 이유는 그의 남자친구 알렉산더가 러시아 마피아 대부의 어마어마한돈을 먹고 튀었기 때문에. 아무리 급박해도 뛰지 않는 엘리스는 옛 연인 알렉산더가 전한 편지대로 경찰의 감시를 따돌리면서 리용역을 향한다. 2년 동안 일자무소식인 상태에서갑자기 베니스행 열차를 타라는 편지를 보낸 이 자식이 아직도 자신을 사랑하는가에 대한 확인 아니면 돈 욕심 때문인지그녀는 베니스행 떼제베에 올라탄다. 허리를 펴고 눈을 들어기차 안 승객을 훑는 카메라의 시각은 엘리스의 눈이다. 게서 자신과 닮은 사람을 만나 방패를 삼으라는 메시지대로 한남자를 만난다. 


당연히 인터폴이 뒤를 쫓고 러시아 마피아가여인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한다.엘리스는 파리에서는 우아하고 세상에서 가장 독특한 도시 베니스에서는 고혹적이다. 수려한 이마 내놓기를 즐겨하는 이 배우는 드레스에 머리를 묶고 귀를 드러낸다. 입어도벗은 것 같은, 입은 옷을 보면서 벗은 것을 상상하게 만드는여자는 남자의 신념이나 이상을 허물 수 있게 하는 눈을 가졌다. 두꺼운 입술은 탐욕을 나타낼 법 한데 슬픔에도 어울릴 입술에는 의지가 보인다. 클로즈업 시 각진 턱이 부담스럽기에 정면보다 약간 높게 잡아야 아름답다. 졸리는 메리야스만 입고 뛰면 전사가 되고 드레스를 입으면 기품 있는 여성이 된다. 부츠를 신으면 전사가 되지만 킬힐을 신으면 요부가 되는 뒤태도 예쁜 여자. 표정이 상대숏을 연기하는 배우. 여신이다. 여신은 베니스에 찾아온 초저녁보다 더 예쁘다.공포에 질려도 아름답고 용기를 내면 또 동정심이 생긴다.유럽 여성의 클래식함을 위한 장치로 감독은 졸리에게 드레스를 입히고 적은 말수에 몸매 노출을 자제한다. 가슴의융기를 살짝 드러내며 물 아래를 내려다보는 졸리가 발하는저 빛은 도대체 영화 속 측광인지 그녀 자체가 발광하는 것인지? 진한 쌍꺼풀 그 아래 잘 뻗은 코, 먼저 말하지 않는 입그것을 견디는 눈, 거짓을 눈치 채는 눈과 그것을 덮는 입술.눈 속에 비밀이 있고 그 열쇠가 입술에 있을 여자, 판도라 역을 하면 어울릴 배우다. 졸리는새벽에도 예쁘고 지중해 바닷바람에도 상하지 않는다. 


모든 스토리는 그녀의 얼굴과 몸을 위해 봉사하는데 사실 스토리가 허접한 게 사실이다. 그래서 감동 강박증에 빠진 관객들 볼에바람이 들어가는데 이분들에게 한 마디 한다. 낚인들 어떠랴? 졸리인데<툼레이더> <원티드> <솔트>의 사람을 치고 패고 총을 쏘아도 사랑스러운 치명적인 여전사, <체인질링>의 지둔을 견디는모성애를 보여주면서 물위에 뜬 도시처럼 조금씩 나이 먹어가는 배우 안젤리나 졸리 그녀가 가리키는 달은 구름에 가렸으니 그녀의 손가락만 봐도 되지 않겠나? 하늘빛과 물빛, 건물군의 명도와 채도를 달리하지 않는 조화에다 지중해의 햇빛에 손차양 모습이 아름다운 안식은 아니어도 휴식을 주는 배우인데 뭘 더 바라시는가? 어차피 이야기는 보트에 잠깐 튀어 오른 물기처럼 금방 잊혀질 텐데. 참을성 있는 남자 조니 뎁 시놉시스는 간단하다. 


프랭크라는 평범하게 생긴 미국 관광객이 베니스 여행을 갔다가 신비한 여인을 만나 거대한 음모에 휘말린다는 것. 캐릭터는 정해졌으니 캐릭터가 행동하게 하고 감독은 그 뒤를 따라가야 하는데. 조니 뎁이라는 불멸의 퍼스날리티나 카리스마를 평범한 남자로 만드는 것은물 위에 도시를 건설하는 것처럼 어려운 일. 실연의 상처를잊으려 베니스로 여행하는 프랭크는 수학선생으로 스릴러소설을 즐긴다. 많은 외로움을 이겨낸 사람이라는 증거도 없이 비범한 재능을 가진 남자일 것이라는 추측만 있을 뿐. 기차 안 빈자리에 여신이 앉는다.기차에서 만난 이 여자를 두고 <비포 선라이즈>를 찍기엔그녀는 눈길에 많은 함의를 품고 있다. 엘리스는 매력을 무기로 접근한다. 


당연히 미모는 우월한 교섭력을 만들어 남자는 그녀의 음험한 계획 속으로 발려들고 만다. 결국 경국지색을 만나 프랭크는 고생길로 접어드는데, 나이가 나이인 만큼 액션은 자제하고 스릴러로 가는데 머리 나쁜 관객이 아니라면 이 남자가 누구인가 하는 답은 빤하다. 그는 철저히 어시스턴스로 카리스마나 남성적 매력보다는 평범한 남자로가기에 이것도 저것도 아닌 결과를 만들고 만다. 결국 마케팅이나 특수효과보다 중요한 것은 스토리텔링이라는 말씀.그 다음이 배우고 감독 아니겠는가?최고급 호텔에 투숙하여 촌놈인 듯 긴장하며 수동적으로여신의 키스를 받는 행위가 과연 그의 본질이고 진심일까가관건인데, 이 때 관객은 온갖 추측을 다하지만…. 수화도 필요 없을 그 여자의 입에서 떨어지는 어떠한 말도 센텐스가되어 명령에 따른 수행과 금지를 다 견뎌야 한다. 처음의 스릴러 소재가 후반의 영향을 주는 집중력을 배치할 만한데,아쉽다. 예쁜 여자에 홀려 정신을 놓치게 만들고 후회하게만들어야 하는데, 도시의 밤이 주는 여유를 만끽하기도 전에그녀는 매정하게 방문을 닫고 만다.


한 남자의 참을성에 대한 이야기다. 다 안다는 표정의 졸리와 그걸 받아주는 뎁. 내면을 감춘 착한 수학선생 컨셉은뎁을 조절해서 졸리를 빛나게 하려는 의도다. 액세서리 없이도 빛날 여자에게 드레스와 고급 보석을 감아놓으니 그 옆의조니 뎁이 치인다. 졸리를 스러지는 물의 아름다움으로 간다면 조니 뎁은 차라리 진흙과 개펄 스타일로 갔어야 하는데…영화는 소설과 달리 부감숏으로 잡은 노을 깃든 어둠이 오는베니스의 높은 성당과 뾰족한 초록의 지붕을 가진 붉은 벽돌색 건물군을 스치는 모터보트 위의 과장된 조명을 둔 졸리와뎁은 아름답지만 이야기가 따라가지 못한다. 


다가올 화면에대한 예상에 대한 흥미를 위해 젊은 감독의 부드러운 자해가계속되는데. 베니스 즐기기 순서 <투어리스트>에서의 베니스는 유럽의 영혼과 정신을 탄생시킨 도시가 아니다. 이 물의 도시가 이제는 사색이나 몽상의 여유 아닌 유희와 오락의 도시가 되었다는 반증일 터.졸리만큼 날씬한 몸매의 보트를 타고 레알토 다리와 숨겨진수로를 지나 쫓고 쫓기지만 비가시적인 의미를 찾기는 어렵다. 그러니 이건 패키지 상품이다. 


자유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실망하겠지만, 패키지 그게 어디냐?한국 관객들, 확실한 목적을 가지고 영화를 본다. 당연히 상업적 의도만 보인다고 투정한다. 맞다.유럽적 영혼을 가진 여자와 평범한 미국적 남자를 그리려는 감독의 욕심에 혹평이 많다. 주인공 뒤로 그림같은 배경 그리고 카메라가 빠지면서 드러나는 소품들은 그저 눈요기일 뿐. 그래서, 환불? 너무 본전에 집착하지 마라. 안젤리나 졸리에 조니 뎁 거기다 베니스까지 보고서 너무 욕심 많은 것 아닌가? 모든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도박적이듯우리의 초이스도 작은 도박이다. 그러니 너그럽게 잉여를 즐기시라.토마스만의 소설은 소설 배우는 자의 용기에 찬물을 끼얹지만 <투어리스트>는 글읽는 자, 영화 만들고 싶은 사람에게 용기를 준다. 쉽다는 말이다. 몸 컨디션이 최고일 때 소설「베니스의 죽음」을 읽으시고 피곤한 술자리 간신히 이기고왔을 때 영화를 보시라. 아 참! 오래된 번역본보다는 최근 나온 열린책들 본이 이해하기 쉽다. 


꼭 동성애 영화나 소설이라고 라고 규정짓지 마시길. 말러 교향곡 5번 중 4악장 아다지에토를 들으면서 책을 읽는 것도 괜찮은 사치가 될 것이다.마지막으로 할 일은 베니스를 가는 일이다. 생활의 의무를벗어난 사람들의 행운의 경유지 베니스! 문화 경제적으로 혜택을 받은 자만이 갈 수 있는 곳이리라. 괴테나 토마스 만 같은 추운 나라 사람들이 가지는 동경과 관찰에 기죽을 필요는없다. 비둘기 날리는 산마르코 광장을 걷던 조니 뎁의 등 뒤그 긴 대리석 회랑 안 플로리안 카페는 괴테가 들른 곳이다.맥주나 커피 값이 결코 싸지 않은 데다 영수증에는 무지카값을 따로 받는다. 안젤리나 빠돌이 올림. 흐흐. butgood@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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