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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2 | 연재
얘기보따리의 소리로 엮는 전주이야기 - 참죽나무타령
관리자(2011-02-14 11:22:49)

얘기보따리의 소리로 엮는 전주이야기 - 참죽나무타령 


1 오리정 이별할때 춘향이 머리풀어 정든낭군 잊지마소 

목비녀를 건네주니 전주부성 깊은밤에 잠못들고 

뜰에 나와 나무 신표(信標) 심으면서 달님에게 맹세했네 

님과 내가 한몸되어 목비녀에 싹돋으면 원앙새가 부러울까 

금슬화음 탐이날까 하늘이 점지하신 백년가약 연분맺어 

결백하고 진실하고 순결한꽃 피어나라 

(후렴) 내사랑 이대로 


2 목비녀에 꽃피는날 대과시에 급제하여 그꽃으로 어사화삼아 

춘향이를 만나리라 굳은맹세 잊지않고 전주땅을 찾아오니 

꽃피었네 꽃피었어 춘향마음 피어났네 비녀꽂아 피었으니 

비녀나무 이름하랴 장원급제 피었으니 어사나무 이름하랴 

봄춘자에 향기향자 춘향이 진동하니 경기전 조경묘의 참죽나무 분명쿠나 

(후렴) 깨까중 깨까중 내사랑 내사랑 깨까중 이대로 


3 봄살이가 팔천세요 가을살이 팔천세라 

삼만이천 영겁세월 한결같이 푸르구나 춘향이와 어사또가 

백년가약 맺은후에 선남선녀 처녀총각 참죽나무 안아주면 

일심하여 동체로다 참사랑을 이루리니 봄이와도 제짝없는 

전주부성 청춘들이 참죽나무 그늘아래 밤낮없이 모여들어 

좌로세번 우로세번 삼세번씩 안아보네 

(후렴) 깨까중 깨까중 내사랑 내사랑 깨까중 깨까중 

이대로 이대로 총각 귀신이 붙었다! 처녀들의 야간 통행을 금하라 


[창작배경] 태조로에서 경기전 문 앞으로 걸음을 옮기면 우선 하마비를 만나게 된다.“ 지차개하마 잡인무득입(至此皆下馬雜人毋得入)”이라고 새겨진 풍상에 닳은 비석. 그 앞에서는 계급의높고 낮음이나 신분의 귀천을 떠나 모두 말에서 내리고, 아울러 경기전 내부로는 잡인들의 출입을 금한다는 뜻이리라.


눈썰미가 제법 있는 사람이라면 하마비를 떠받들고 있는두 마리의 사자가 짝눈이라는 것을 눈치챌 수도 있을 것이다. 자세히 보시라……, 오랜 풍상도 차마 다 깎아내지는 못하고 남겨둔 그 귀한 눈빛을. 그 눈빛에서 세월의 무상함이나 뼈아픈 역사의 그늘을 보더라도 엎드려 통곡할 필요는 없다. 


혹자는 우리 조선 하늘 같이 맑고 깊은 그 눈빛에서 스스로의 마음을 비쳐보기도 할 것이다. 역사가 보이든 나 자신이 보이든 보이는 그대로를 마음에 담아둘 일이다. 세상이 달라져 신분의 귀천이 사라진 지금, 하마비 앞에서잠시 속세의 나를 버리고 옛 시간 속으로 회귀해보아도 좋을것이다. 시간을 거슬러갈 수 있는 재주가 없다면 경기전에고여 있는 옛 이야기들에 귀를 살포시 열어두어도 좋다.사적 제339호로 지정된 경기전. 조선 건국과 함께 왕국의위용을 세우기 위해 태조 이성계의 어진을 봉안한 곳. 태조 어진은 전주뿐만이 아니라 경주와 평양 등지에도 봉안해두었다.


경주는 집경전, 평양은 영숭전이라 하고 전주는 경기전이라 한 것은 세종 24년이었다.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의화마로 태조 어진은 조선 산천을 떠돌기도 했고, 병자호란때는 무주 적상산성까지 치욕의 원행을 다녀오기도 했다.1984년 동학농민혁명 당시에는 가까운 위봉사로 피난가는수난의 세월을 건너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애써 상기해서 무엇하랴! 과거의 시간은 소멸하고 소멸하여무극의 지점에 고스란히 모여있는 법.


숱한 발길에 닳은 세월을 부드러운 곡선으로 앉힌 문턱을넘어 경기전에 들어서면 정면으로 높이 선 홍살문을 만나게된다. 홍살문은 궁전이나 관아(官衙)·능(陵)·묘(廟)·원(園)등의 앞에 세우던 붉은색을 칠한 나무문으로 대개 9m 이상의 둥근기둥 두 개를 세우고 위에는 지붕이 없이 화살 모양의 나무를 나란히 박아 가운데에 태극 문양을 넣었다. 홍살문에 단청의 오방색 가운데 붉은 색을 칠한 이유는 태양을숭배하던 의식에서 비롯했다. 태양의 색은 음양에 있어 陽의색인 붉은색이다. 


붉은색이 사악한 기운을 몰아내준다는 이유인데, 동짓날 팥죽을 끓여먹는 풍습도 같은 이유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홍살문 가운데에는 삼지창이 만들어져 있는데 삼지창의 목 부분에 태극문양을 새겨 넣었다. 삼지창역시 사악한 기운을 몰아내는 역할을 담당한다고 할 수 있다.이렇듯 홍살문은 경기전을 출입하는 모든 사람들의 사악한 마음을 경계하고 물리치기 위한 것이다. 그러니 무심코지나가버릴 일이 아니다. 


태조 어진에 대한 경의와 엄숙함을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이 홍살문을 지나가는 동안이라도 잠시 스스로의 마음을 다잡아야 한다는 말이다.그래서일까? 남녀간의 사랑은 경기전 뒷담에서 이루어질수밖에 없다. 사랑의 징표인 나무 한 그루가 경기전 북쪽 담장 밖 방범초소 옆에 서 있는데, 이 나무는 약 350년 수령의참죽나무이다. 중국이 원산지로, 중부 이남의 마을 부근에심는 낙엽교목인 참죽나무는 외피가 얕게 갈라져 붉은색의껍질이 나타난다. 


잎은 어긋나며 깃꼴 겹잎에 길이 60cm이다. 작은잎은 10-20장, 잎자루는 길이 1cm, 피침형, 긴 타원형, 끝이 뾰족하다. 꽃은 양성화로 5수성이며 흰색이다.향기가 강하고, 가지 끝에서 밑으로 처지는 원추꽃차례로 달린다. 열매는 삭과로 거꾸로 된 달걀형이며, 길이 2.5cm이고 5개로 갈라진다. 씨는 양쪽에 날개가 있다.경기전 뒷담을 지키고 선 참죽나무는 전주시 보호수 지정번호 9-1-1호로, 높이 13m에 둘레가 3.9m나 된다. 예부터 이 나무에 원한 맺힌 총각 귀신이 붙었다 해서 처녀들의 야간 통행을 금했다는 이야기가 전하고 있다. 참죽나무를 가리키는 한자어는 椿(참죽나무 춘)이다. 중국 전국시대의 장자(莊子)는“대춘(大椿)나무는 8,000세를 봄으로 살고 8,000세를 가을로 산다”고 하여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모두 합치면 32,000세를 사는 장수(長壽)의 상징으로 보았다. 얘기보따리 : 문신, 신귀백, 이병천, 최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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