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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2 | 연재
옹기장이 이현배의 생활의 발견 - 그·해·겨·울
관리자(2011-02-14 11:22:57)

옹기장이 이현배의 생활의 발견 - 그·해·겨·울 


북해도의 겨울이 아까웠다. 그래. 호텔에서 체크아웃하기 전에 아침 일찍 북해도대학의 교정을 찾았다. 가늠하기 어려울만큼 큰 교정이라 혹시라도 길을 잃을까봐정문에서 일자로만 가다보니 농학부 건물에 닿았다. 뭔가 알만한 것도 같은 그러니까 어려서 고향땅 면사무소건물 같기도 하고 다리건너 동동에 있던 훈식이병원 같은 건물이다. 


규모로는 서울역이나 중앙청 같다고 해야겠다. 훗카이도의 문화유산으로 1930년대 지어진 건물이라는 설명글을 통해 건축유전자가 같은시대 것임을 알았다. 땅 크기가 남한만 하다는 북해도 땅을농업적으로 경영하기 위한 제국주의의 의지가 보이는 듯했다. 습습하게 느껴지기만 했던 본토와 달리 북해도는 건조하게 느껴졌다.


그 많은 눈도 건조하기에 무게로 느껴지기보다 심층으로 느껴져 왠지 안기고 싶은 그런 땅이었기에이렇게 다음날부터 추억하게 되었을 것이다.예술가의 집 다목적홀이라 했다. 종로 쪽에서 찾아갔기에여기 어디겠지 싶은 곳에 그대로 있었다. 그런데 이게 건물자체는 그리 크지 않은데도 우뚝 솟아있다.


그래. 선뜻 다가서지지 않는다. 살짝 비켜 돌아서서는 괜히 대학로 여기저기를 쏘다니고서야 다시 찾았다. 대리석 계단을 딛고 올라서서는 알 수 있었다. 그랬다, 사적 이백 칠십 팔호 경성제국대학 건물이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청사로 쓰이다가지난달 말부터 예술가의 집으로 꾸려졌단다. ‘경성제국대학’과‘예술가의 집’처럼 그날 그 자리에서 얘기된 것도 그런 거였다. 


예술과 마을, 도시와 농촌, 생활과 예술, 주민과예술가 등등 그런 거였다. 삶의 형태도 그러하였다. 알아서사는 삶과 살아서 아는 삶. 지식기반사회로 이야기되는 현대도시산업사회에서‘알아서 사는 삶’이 도회지적 지식분자의 삶이라면, 이 삶은‘살아서 아는 삶’으로 역사로 치환되는 오늘의 삶, 일상적인 삶, 살았던 삶, 경험에 기반한 농경의 삶이겠다.돌이켜보면 이런 풍경을 기억하고 있다. 


고향땅 개안들 동무들의 말을 빌리자면‘동정대 미친년 보지바람’을 타고 오는 눈보라 얘기다. 살을 에는 듯한 칼바람과 함께 그 혹독했던 눈보라를 추억하게 되니 왠지 북해도와 이 겨울이 정겨워진다. 북해도에서 지역진흥과 아트라는 주제의 강연을 마치고는 안내교수께서 가보고 싶은 곳을 말하라 할 때도 차라리 허허벌판에 가서 그 상태를 만끽하고 싶을 뿐이었다.예술가의 집에서 예술은 마을에서 어떤 의미냐고 했을 때도마을이 내포하는 이상성은 곧 문화예술이 지향하는 지점에이미 맞닿아 있다고 했다.다시 또 눈이 올 태세다. 


북해도를 떠날 올 때도 눈이 날렸다. 공항에 왔을 때 이게 웬일, 안내방송에서 이 사람을 찾는다. 순간 생각이 많았다. 몰래 넣은 게 있었기에 그게 검열에 걸렸나 싶었다. 북해도의 겨울을 응축한 듯한 굴 껍질하고 자작나무 토막을 챙겨 넣은 게 있었다. 상품화 된 게아니라 걸릴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렇게 잔뜩 겁먹고 갔는데 오히려 좌석을 일등석으로 바꿔주는 거였다. 일상의 의외성과 구름위의 안락함에‘저게 모야’하면서 가끔은 하늘을 날아야겠다고 했다. 구름아래 저 산들에 올라야겠다고했다. 저 땅들을 밟아 이 몸 세포구석구석을 살아야겠다고했다. 그러니까 숨이 턱턱 막혀 그 숨 이쪽저쪽에 닿아있는이 삶을 성찰할 일이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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