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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2 | 연재 [보는 영화 읽는 영화]
당신이 기적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송경원 영화평론가(2012-02-06 14:03:05)

인간은 언제 기적을 바랄까. 간절히 무언가를 소망할 , 이상 버틸 힘이 없을 , 절망의 끝에서 우리는 기적을 소망한다. 상식적으로는 아마도 그러할 것이다. 하지만 당신의 가슴에 손을 얹고 가만히 생각해보라. 당신은 기적을 믿는가. ‘기적이라는 단어에는 이미일어날 없는 이라는 체념이 묻어있다. 기적이 일어나길 바라는 간절한 소망 앞에는아마 거야라는 말이 생략되어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기적을 바란다. 적어도 나에게만은 그것이 일어나길 희망한다. 다시 말해 기적의 가치는 그것이 그것의 희소성에 있다. 쉽게 일어나지 않을 것을 알기에 어쩌면 나에게만 특별히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이기심이 바닥에 깔려 있는 불편한 진실. 승자와 패자가 나뉘는 제로섬 게임.그러나 신기하게도 전제를 무너뜨리는 사람들이 있다. 정확히는 누구나 그런 때가 있었고 당신도 예외는 아니다. 그것은 바로 순수하게 기적의 존재를 믿었던 시절, 기적이 일어날 거라는 사실을 치도 의심하지 않는 어린 아이들이다. 아이들의 소원에는 모순도, 이기심도, 불신도 없다. 소원이 이루어진다고다른 사람의 소원을 방해 하지도 않는다. 분명이 이해가 충돌하는 일임에도 동시에 일어날 있다고 믿는힘. 아이들의 입으로 말해진기적이란 단어는 우리가 어느 순간 잃어버린 생경한 힘이 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이하 <기적>) 바로 이러한 아이들의 시점에서 기적의 의미와 가치를 재해석한다.



성장이란 이름의 기적


한국에서 가장 인지도 있는 일본 감독 명인 고레에다 감독은 한시도 걸음을 멈추지 않고 조금씩 변화해왔다. 그가 선보였던 일련의 영화 작업들은 얼핏 갈지자로 비틀거리는 것처럼 일관성 없어 보이지만 반대로 말하자면 소재에 갇히지 않는 자유로운 사고로 이런저런 영역에서 가능성을 넓혀왔다. 그런 고레에다 감독의 영화 세계를 관통하는 키워드를 하나만 꼽자면 단연아이들 아닐까 싶다. <아무도 모른다>(2004)에서부터 고레에다 감독의 시점은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져 있는 것처럼 보인다. 무책임한 엄마와 생존을위한 서늘한 성장기를 보여줬던 <아무도 모른다> 물론이거니와 가족 간의다툼과 이해를 다룬 <걸어도 걸어도>(2008)에서도 갈등 해결의 실마리를 쥐고 있는 것은 언제나 아이들이었다. 영화제를 놀라게 했던 <아무도 모른다>로부터 7, 고레에다 감독은 <기적> 통해 다시 아이들의 세계로 돌아왔다.<기적> 기본적으로 성장영화의 틀에서 진행된다. 부모님의 이혼으로 뿔뿔이 흩어져 살게 코이치는 다시 가족이 모여 있기를 바란다. 문제는그 방법이 참으로 어린 아이 답다는 . 엄마와 함께 화산재가 매일 떨어지는가고시마에 살게 코이치는 차라리 화산이 폭발해서 여기서 없게 되길 바란다. 그렇게 되면 당연히 후쿠오카에 살고 있는 아빠, 그리고 동생 류와다시 합칠 있으리라는 허무맹랑한 기대. 하지만 영화는 소년의 순진하면서도 무서운 희망에 다른 아이들의 바람도 하나씩 차곡차곡 보태며 흥미진진한 사건으로 만들어 나간다. 소원을 이루기 위한 방법도 참으로 아이들답다. 신칸센 고속철도가 교차하는 순간 소원을 빌면 기적이 일어난다는 도시전설을 믿고 신칸센을 보러 모험을 떠나는 아이들의 모습은 그야말로 저절로 흐뭇한 미소를 짓게 만든다. (참고로 영화는 애초에 신칸센 홍보 영화로 제작되었다.) 간단히 요약하자면 <기적> 기적을 바라는 아이들이 성장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영화다. 하지만 영화가 공개된 그토록 극찬을 받은 까닭은 단순히 아이에서 어른으로의 향하는 일방통행의 성장이 아닌 성장이란 이름의 기적의 가치를 되묻고 있기 때문이다.



흔한 기적의 가치


영화 후반 아이들은 이타심을 배운다. 코이치는 히피 아빠의 권유대로세계를 위해가족의 결합을 포기하고, 동생 류는 자신이 아닌 아빠의 공연이 성공하길 빈다. 영화의 마지막 코이치는 여전히 화산재가 뿜어져 나오는 산을 마주하며 가고시마에서 오래 할아버지처럼 그것을 감내하고 살아가는 법을 익힌다. 장면은 얼핏 소년이 체념을 배운 것처럼 보일지도 모른다.죽은 강아지가 살아날 없다는 잔혹한 진실을 마주한 소년은 어떻게든 강아지를 살리려는 집착 대신 강아지를 묻어주고 나아가는 법을 익힌다. 아이들은 지금의 우리처럼어쩔 없음 배워가는 것인가. 그러나 그것이 끝내체념이나 포기, 혹은 자기합리화와 달리 보이는 것은 그들의 행동이 이기심과 가장 곳에서 출발하고 있기 때문이다.앞서 말한 것처럼 기적은 기본적으로 차별을 기반으로 한다. 모든 사람이 로또 1등에 당첨된다면 1등이 된다고 해도그리 기쁘지 않을 불편한 진실. 그러나 <기적> 보여주는아이들의 선택과 성장은 옆의 가장 가까운 사람을 위한작은 선의로부터 출발한다. 나만을 생각하던 아이들이 주위로 눈을 돌리게 되는 계기는 실로 단순하다. 자신들이 그만큼 받고 있음을 깨달은 . 아이들이 각자의 소원을 빌기 위해 신칸센으로 향하는 모험의 길에는 많은 어른들의 사소한배려가 자리한다. 너무나 작고 사소해서 눈치 채기도 힘든작은 도움들. 아이들은 그곳에서 자신이 디디고 있는 사회와 이웃의 소중함을 배우는 것이다. 영화에서 가장 판타지에 가까운 지점은 신칸센이 교차한다는 전혀 낯선 마을에 도착한 아이들을 하룻밤 재워주는 노부부의 에피소드다. 노부부에게는 잃어버린 딸을 그리워한다는 나름 납득 가능한 이유가 있었다. 하지만 노부부와 헤어지며저렇게 착해서야 앞으로가 걱정이군이라는 아이들의 있는 농담은 지금 우리가 잃어버린 것이 무엇인지를 단적으로 일깨워준다. 기적의 사전적 의미는상식으로는 생각할 없는 기이한 이다. 이제는 이웃을 향한 배려와 관심마저 기이한 일이 되어버린 세상에서 아이들은자신들을 향한 사소한 손길들을 통해 진짜 기적의 의미를 배워나간다. 반대로 어른들 역시 기적을 바라는 순수한 아이들에 열망에 감화되어 잃어버린 따스함을 발휘할 기회를얻는다.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며 부족한 것을 메워가는공명과 멈추지 않는 성장이야말로 우리가 잃어버리고 살았던 흔한 기적의 순간들이며 삶의 매순간을 기적으로 만들 있는 가능성이다. 당신도 언제든지 기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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