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어는 ‘관심’이다! 윤 목 커뮤니케이션 디렉터, (주)굿앤파트너즈 대표 거리와 가로에서 세상을 읽어라 대학을 막 졸업하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광고회사에 취직을 했다. 이 세상 모든 광고는 그 누구보다 잘 만들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하늘을 찔렀다. 그러나 3개월 동안 나에게 주어진 일이라고는 커피 타는 일 뿐. 선배들의 아이디어 회의에 참가하고 광고를 만드는 일을 곁눈질 하는 것뿐이었다.3개월째 되는 날, 드디어 카피라이터 사수가 나에게 과제를 주었다. 3개월 만에 주어진 과제는 오늘퇴근하면서 종로 네거리에 걸어 다니는 여자들의 치마길이만 보고 가라는 것이었다. 그 다음 날의 과제는여자들의 헤어스타일만 보라는 것. 또 그 다음날은가게들의 쇼윈도만 보라는 것. 이런 식의 과제가 일주일동안 이어졌다.세상의 광고는 내가 다 바꿔보겠다고 벼르던 나에게 기껏 여자들의 헤어스타일이나 치마길이를 보고오라니? 나는 너무나 큰 실망감속에서 그 의미도 모른 채 일주일을 그렇게 퇴근하였다. 그러나 그 의미를 이해한 것은 몇 년 후 아이디어는 세상에 대한 관심, 사람에 대한 관심이 없고서는 나오지 않는다는 평범한 진리를 깨우치고 난 후였다. 아이디어는 세상읽기에서 시작된다 신입사원 티를 벗고 대리가 되었을 때, 나는 어느 제과회사의 광고를 담당한 적이 있었다. 이 때 가장 힘든 일은 어린이들이 즐겨보는 TV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일이었다. 어린이들이 즐겨보는 주 시청시간대는 내가 평일 날 도저히 볼 수 없는 시간대였다. 따라서 나는 와이프에게 어린이들이 주로 보는 TV만화영화, 개그프로 등을 테이프로 복사해달라고 하여 주말 내내 일주일분의 프로그램을 보곤 하였다. 그것을 보면서 뜨는 연예인들, 유행어들, 뜨는 프로그램들을 눈여겨보고 회의에 참여하곤 하였다. TV도 내가 보고 싶은 프로그램을 보고 싶을 때 봐야 재미있지, 주말마다 의무적으로 테이프를 복사해서까지 봐야하는 것은 무척 고역이었다. 그러나 어린이가 소비자인 과자광고를 하려면 어린아이가 돼봐야 하고, 생리대광고를 하려면 여대생이 돼봐야 하고, 세제광고를 하려면 주부가 돼봐야 하는 것이 아이디어를 내야하는 사람들의 운명이니 어쩌겠는가? 관심이 있는 일에는 눈이 반짝거리는 사람들 작년 여름, 우리 회사엔 여름휴가로 보름동안 혼자 프랑스 여행을 하고 돌아온 여직원이 있었다. 그 여직원이 휴가에서 돌아온 날 아침, 직원들은 두 부류로 나뉘었다. 몇 명은 잘 다녀왔냐는 눈인사만 형식적으로 하는 친구들이었고, 또 한 부류는 그 여직원의 옆에서 프랑스 어디어디를 갔다 왔느냐, 거기에서 의사소통은 어떻게 했느냐, 사람들은 어땠느냐, 잠은 어디서 잤느냐 등등 귀찮을 정도로 꼬치꼬치 캐묻는 직원들이었다. 하나의 사건을 두고도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들과 건성으로 넘어가는 사람들 - 내가 아는 대부분의 아이디어맨들은 이렇듯 오지랖이 넓다. 모든 일에 끼어들고, 어느 것에나 관심이 많고, 관심이 있는 모든 일에는 눈이 반짝거린다. 진정 세상 모든일에 관심이 많은 것이다. 영화를 보더라도 맨 끝자리에서 봐라 아이디어맨이 되기 위해서는 영화를 보더라도 중앙의 가장 좋은 자리가 아니라 맨 끝의 가장자리에서 봐야 한다는 말이있다. 맨 중앙에서 영화 그 자체만을 즐기는 사람은 그냥 평범한 사람일 뿐, 영화와 함께 그 영화를 즐기는 관객들의 반응도 관심 있게 살펴봐야 한다는 말이다. 어떤 장면에 관객들이 웃는 지, 어떤 내용에 하품을 하는 지, 영화와 관객을 동시에 볼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아이디어는 Re-create 작업이기 때문 아이디어맨이 되기 위해 이렇게 살아야 하는 이유는 우리가 내는 아이디어란 피카소나 모차르트처럼 세상에 없던 것을 창조(Create)하는 예술이 아니라 세상에 있는 것들을 결합시켜 다시 만드는 재창조(Re-Create)작업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기존에 있는 것들을 결합시키고, 극대화시키고, 다른 용도로 사용하게 하고, 새로운 비주얼로 보이게 하는 작업들 - 거기에서 사람들을 감동시키고 사람들의 눈을 휘둥그레 하게 만드는 그런 아이디어가 나오는 것이다. 그러한 아이디어맨이 되기 위해 오늘부터라도 여자들의 치마길이부터 보고 퇴근해 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