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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5 | 연재
제134회 백제기행
관리자(2012-05-14 11:00:18)


 제134회 백제기행‘변혁과 대안의 땅 - 부안, 변산’ 하룻길에 만난 천년의 역사 한규일 기자 첫 소풍처럼 설레는 발걸음 맑게 갠 3월의 마지막 날, 마지막 토요일. 부안으로 향하는 버스 안은 설렘으로 가득하다. 어제까지 내리던 비가 거짓말처럼 맑게 갠 것도 이유려니와, 오랜만에 만난반가운 얼굴들과 함께하는 나들이길이기 때문이다. 이번 백제기행에는 문화유산 답사를 다시 시작한다는 소식을 듣고 몇 년 만에 참가하신 분들이 많았다. 엄마 손 잡고 처음 답사에 따라왔을 때 꼬마였던 아이가 벌써 중학생이 되었고, 예나 지금이나 백제기행의 열성팬인 교수님은 지난 해 정년퇴직을 하셨다고 한다. 반가운 마음에 도란도란이야기꽃을 피우는 모습이 마치 소풍가는 학생들 같았다.문득 그런 의문이 생겼다. 1박2일 등 여러 방송 프로그램이나 인터넷을 통해서 좋은 여행지들이며 관련 정보들을 얼마든지 쉽게 얻을 수 있고, 예전에 비하면 정말 다양한 여행상품들이 판매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백제기행 문화유산 답사가 그리웠던이유는 뭘까. 오늘 기행이 끝나고 나면 그 답을 알게 되지 않을까 싶다. 이상 세계를 향한 수많은 발걸음들 변혁과 대안의 땅, 이번 백제기행의 주제다. 답사 코스는 부안에서 시작해 새만금방조제와 홍보관을 들른 뒤 점심을 먹고 죽막동 수성당과 적벽강을 거쳐 내소사, 우반동 굴바위, 개암사를 돌아오는 것이다. 부안, 변산 하면 해수욕장이 먼저 떠오르고 문화유산이라고는 내소사 정도밖에 모르겠는데 변혁과 대안의 땅이라니? 그 역사적 출발점은 백제부흥전쟁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660년 나당연합군에 의해 백제가 멸망한 뒤, 복신과 승려 도침 등은 주류성을 중심으로 백제부흥운동을 펼쳤다. 백제부흥군은 한때 대전·금산까지 수복하고 662년 5월에는 일본에 머무르던 왕자 풍(豊)을 데려와 백제 왕위를 회복하여 더욱 기세가 높아졌다. 그러나 지휘부의 내부 갈등에서 시작된 균열이 연이은 참패로 이어지고 풍왕이 고구려로 망명하는 등 결국 백제 부흥운동은 4년 만에 막을 내리게 된다. 이러한 백제부흥운동의 핵심인 주류성이 어디인가에 대해 다산 선생으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많은 학자들이 연구했고 여러 가지 설이 있었으나, 문헌에 묘사된 주류성의 지리적 환경과 가장 일치하는 곳이 바로 부안군 상서면의 위금암산성이므로 이곳을 주류성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부안·변산에는 신라의 고승 원효대사와 금산사 미륵불을 창건한 진표율사가 수행을 했다는 불사의방이있다. 부설거사가 재가수도로 득도한 땅이고, 속세에서 죄를 많이 지어 오갈 데 없는 이들이 개과천선하고 승려가 되었다는 당취(땡초)의 거점 내소사와 선운사가 있다. 사회의 부조리를 타파하고 새로운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이상을 담은 홍길동전의 무대이기도 하다. 변혁과 대안의 땅일 수밖에 없다. 안내와 해설을 맡은 조법종 교수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부안과 변산이 새롭게 보인다. 특별히 유머가 넘치는 것도 아닌데 교수님의 이야기에는 자연스레 빠져들게 하는 매력이 있다. 귀 기울여 듣다 보면 걷는 것도 힘든 줄 모르고, 버스는 어느새 다음 목적지에 도착해있곤 한다. 간척으로 덮지 못할 천혜의 자연 관광 자원 이번 백제기행 문화유산 답사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건국 이래 최대의 국책사업이자 세계 최대의 간척사업이라는 새만금방조제와 작지만 진주처럼 빛나는 천혜의 자연 관광 자원이 이루는 극명한 대조였다. 방조제가 완성된 지금은 이 광활한 땅을 어떻게 하면 친환경적이면서도 효과적으로 개발하고 활용할 것인가가 분명한 과제다. 물론 잘 되어서 세계적인 명품이 되리라 기대한다. 그러나 여기에 투자한, 그리고 투자해야 할 엄청난 시간과 돈과 인력이 무색하게도 부안·변산에는 발견하는 그 자체만으로 이미 명품인 천혜의 자연 관광자원이 너무나 많았다. 해안가 높은 절벽 사이로 아늑한 공간을 품은 수성당과 엄청난 유물이 발견된 죽막동 유적, 밀물 때면 몽글몽글 몽돌 구르는 소리가 들린다는 아름다운 적벽강 몽돌해변 그리고 과연 홍길동의 활빈당이 거처로 삼았음직한 우반동의 거대한 바위동굴. 새만금에 크기로 비할 수는 없으나 그 차이를 넘고도 남는 값진 자원들이다. 사람 내음 물씬한 여행 역사문화 답사, 생활문화 답사 그리고 다시 시작한 문화유산 답사. 아침 일찍 시작해 해 저물어 끝난 뒤 생각해보니 이들의 공통점은 많이 걷는다는 것이다. 걷는다는 것은 인간의 가장 자연에 가까운 행위 중 하나다. 함께 걷고 이야기하는 여행에서 서로 정이 들지 않는다는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그렇게 사람 내음 물씬한 여행이 바로 백제기행 문화유산 답사였다. 그러니 다시 그리울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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