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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 | 연재 [꿈꾸는 학교, 행복한 교실]
아이들 행동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이현아 덕진중 상담교사(2013-01-04 15:04:57)

책상 밀리는 소리, 복도 전체를 울리는 바쁜 발걸음 소리와 함께 쉬는 시간을 알리는 종소리가 들려오면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상담실을 나선다. 그 이유는 화장실을 가고자 하는 것이 아니요, 교무실에 가고자 하는 것도 아닌 학생들을 만나기 위해서다. 종종 쉬는 시간을 활용하여 지난주에 상담을 받았던 아이의 현재 상태는 어떠한지, 또래상담자 아이들이 활동은 잘 하고 있는지 확인도 해보고 상담실에서 진행되는 체험 활동에 참가할 학생들을 모집하고 있다.혹자는 왜 학생들이 상담실을 찾아오게 만들어야지 상담사가 아이들을 직접 찾아다니느냐고 물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학교 장면에 와서 아이들의 하루일과를 직접 지켜본다면 어느 정도 이해가 될 것이다.

최근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교과교실 수업 운영으로 인해 수학, 영어, 체육, 음악 등의 수업이 있는 날이면 학생들은 옷 갈아입느라, 전용교실을 찾아 이동하느라 화장실도 제때 못갈 정도로 너무나 바쁘기에 직접 찾아가는 상담서비스는 하루일과의 중요한 부분이 되었다. (여기서 잠깐 교과교실제 운영에 대해 잠시 언급하자면, 교과교실제도는 학생들의 학력 신장을 위한 수준별 수업이 이뤄진다는 장점을 내세우고는 있지만 실상은 허세에 불과할정도로 단점이 더 많다. 학생들의 잦은 이동으로 많은 분실물이 발생되고 있고, 친구들과 교류하는 시간이 적을뿐더러 교실에 입실하지 않고 복도에서 배회하는 학생들이 허다하다. 필자가 다니던 중학교 시절과는 다르게 교육과정과 운영방식은 선진화되어 가고 있으나 학교교육의 효율성은아직까지 상당히 미미한 것으로 생각된다.)

올해 4월, 생애 첫 직장인 중학교에 입사하게 되었다. ‘첫 직장은 그 사람의 미래를 결정짓는다’라는 말이 있어 직장을 선택하는데 많은 고민이 되었고, 더 나은 여건과 환경이 갖춰진 직장을 찾고자 하는 욕심을 부려보기도 했지만, 어디로 튈줄 모르는 천방지축의 아이들을 860명이나 만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첫 직장이기에 정말 잘 해내고 싶었다. 학생들에게 많은도움을 주고 싶었고 교사들에게도 많은인정을 받고 싶었다. 그래서일까? 수고와 애씀의 결과는 별로 좋지 않았다. 하루 하루가 힘이 들고 ‘내가 어쩌다 이곳에 와 있는 걸까’ ‘나는 과연 상담사로서자격이 있는 걸까’라는 회의감마저 드는일들을 자주 경험하게 되었다.

내가 배운 심리학이라는 학문을 통해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선사해주리라는 부푼 꿈과 기대를 안고 입사한지 한 달도 채 안되어 어떤 한 아이에게는 큰 실망을 안겨주는 사건도 일어났다. 학교폭력으로 인해 얼굴에 흉한 상처가 난 아이를 보고 “많이 아프지? 괜찮니”라는 따뜻한 말과 위로는 고사하고 임시방편적으로 접근하여 오히려 아이에게 상담사로서의 신뢰감을 잃게 되고 실망감을 안겨주었던 것이다. 그 사건이 있은 후로 7개월이 지난 요즘은 그 아이는 물론 학부모와도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잘 지내고 있지만 그 당시에는 정말 고개도 못 들고 다닐 정도였다. 당시 교장선생님께서 그 사건에 대해 살짝 언급하시면서 “교육은 언제나 학생중심이여야 된다”는 가르침을 주셨는데 그때만 생각하면 얼굴이 붉어질 정도로 너무나 부끄럽다.

그 이후로 모든 일을 학생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려고 노력했다. 학생들이 나에게 심한 장난을 할지라도, 학생들이 나에게 너무 무리한 요구를 한다 할지라도 ‘그 아이가 어떤 마음으로 나에게 그러한 말과 행동을 했을까’라는 생각부터 하게 되었다. 그래서였을까? 어느 순간부터 복도를 지나가면 나에게 먼저 인사를 하거나 가까이 다가와 자신의 일상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많아졌고, 교사들 사이에서 문제아로 낙인찍히거나 담임교사조차도 통제가 어려운 아이들이 상담실을 찾는 일들이 많아졌다. 항간에서는 “상담을 받아도 변하는게 하나도 없어요. 여전해요”라는 말들이 들려오긴 하지만….

아이들이 몇 번 상담을 받으면 바로 그 잘못된 행동들이 바로잡아지고 문제아가 한순간에 모범생이 될 수 있을까? 그건 정말 교사들의 착각이다. 공부 못하는 아이를 데려다가 몇 시간동안 가르쳐도 성적이 한순간에 오르지 않는 것과동일한 이치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학교교육 운영과정은 날로 성장하고 있는 반면, 학교교육의 효율성이나 교사들의 의식수준면에서는 아직까지도 아쉬운 점이 많다. 예를 들어 학생들이 규칙을 어기거나 학생답지 못한 행동을 한번이라도 할 경우 교사는 그 아이를 원래 그런아이로 낙인화한다. 근본적으로 아이들이 왜 그런 행동을 하는가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학생을 교육하는 교사는 물론 학부모라면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클라렌스 대로우의 명언을 한번쯤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매번 학교 규칙을 어기고 학생답지 못한 모범적인 행동과는 거리가 먼 아이들을 어떻게 처벌할지에 대해 고민하기보다는 그 행동에 기저하는 원인이나 내적동기에 관심을 가져볼 필요가 있다.

학교교육 장면에서는 여전히 처벌위주의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처벌이 만병통치약이라면 왜 똑같은 행동이 반복되고 고쳐지지 않는가. 우리 어른들은 아이들의 행동의 결과에 대한 옳고 그름을 명확히 짚어줌과 동시에 아이들의 행동에 기저하는 동기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요즘 학교장면에 근무하면서 심리학 전공자와 교육학 전공자의 교육철학 및 견해가 상당히 다름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 그렇지만 보다 학생의 편에 서고 학생을 중심한 교육과정은 어떤 접근에서도 무시할 수 없는 꼭 필요한 조건이라고 본다. 흔히 어른들이 자주 하는 말“그건 안돼!”, “그건 하지마” 라고 명령하고 지시하기에 앞서 “왜 그랬어?”라고 물어주며 아이들의 내적 동기와 욕구를 이해하는 교사와 학부모님들이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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