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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 | 연재 [생각의 발견]
‘상창력’이라는 말을 들어보셨습니까?
윤목 광고회사 굿앤파트너즈 대표, 성공회대 외래교수(2013-01-04 15:05:39)

몇해 전 읽은 책 중에서 석탄공사 사장을 지냈던 조관일이라는 저자가 쓴 상창력이라는 책이 있었다. 아이디어가 현실화되려면 상상력만으로는 부족하고 상상력+창의력+실행력, 이 세가지가 삼위일체가 되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는 그것을 영어로 Cremaction(Creative +Imagination+Action의 조합어)이라고 불렀다. 참 그럴듯한 말이다. 우리 주변에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은 많이 있지만 이 상상이 상상으로 끝나지 않고 창의력으로 발현되고 거기에 실행력이 결합되었을 때 비로소 그 아이디어는 꽃이 핀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아이디어맨들은 상상을 하고 창의력을 발휘하는데 까지는 성공하지만, 대부분 여기에서 머물러 버린다. 수많은 특허와 아이디어들이 사장되고 그것이 현실화의 꽃이 피어보지도 못하고 꺾여버리는 것은 이 실행력의 부족 때문이다.

상상이 창의력이 되려면
스티브잡스는 평소에 ‘창의성이란 서로 다른 사물을 조합하는 능력’이라고 말했다. ‘자유로운 상상을 통해 외형상 서로 연관이 없어 보이는 사물을 연관짓는 능력’이라고 했다. 이것은 광고에서 말하는 아이디어의 정의, ‘즉 아이디어란 낡은 요소의 재결합’이라는 것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

그렇다면 상상력은 어떻게 창의력으로 발현될 수 있을까. 그것을 ‘스티브잡스 프리젠테이션의 비밀’이라는 책을 출간해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를 기록한 카민 갤로는 2010년에 내놓은 ‘스티브잡스 무한혁신의 비밀’이라는 책에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고 있다. 그가 레오나르도 다빈치부터 스티브잡스에 이르기까지 창조력의 천재들을 분석해 봤을 때 세가지 공통점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끝없는 호기심’과 ‘변화에 대한 갈망’, ‘새로운 도전에 대한 용기’가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비결은 세기의 명연설로 알려진 2005년 스티브 잡스의 스탠포드대학 졸업식 축사에 그대로 녹아있다. 잡스는 졸업생들에게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끝까지 찾아 행하라’라는 명연설을 남겼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는 누구든 열정을 다하게 되며 혁신을 이루게 되고 결국 성공에 이르는 단초를 제공한다는 충고였다.

창의력이 실행력을 갖추려면
그렇다면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나 분야에서 혁신을 이룬 사람들이 모두다 성공을 할까. 그 창의성이 이룩한 혁신은 아직까지도 종이 위에 그려진 특허나 그림일 뿐이다. 이것이 제품화가 되고 그 제품이 적절한 유통망을 통해 우리들의 생활에 접목되어 사업화가 된 후,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해 내기까지는 사람과 기술과 자본이 필요하다. 상창력의 마지막 요소인 실행력을 갖추어야 하는 것이다. 어떻게보면 상상력이 씨앗이고 창의력이 줄기라면 이 실행력은 꽃에 해당하는 것일 것이다. 아이디어에 꽃을 피게 하는 이 실행력을 갖추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운이 좋은 사람은 자신의 아이디어에 반한 투자자들을 만나고 유통의 협력자들을 만나게 되지만 늘 새로운 것에 대한 불신과 성공에 대한 의심으로 가득찬 이 세상은 아이디어의 꽃을 피게하는 실행력을 선사하기엔 늘 인색하다. 그렇다면 아이디어맨들 자신의 힘으로 이 실행력을 갖추는 방법을 찾아 봐야한다. 카민 갤로가 찾아낸 스티브잡스 실행력의 비밀은 비전과 설득력이었다. 스티브 잡스는 끝없는 제품 혁신 과정에 자본과 인재들을 끌어들이는 강력한 비전을 갖춘 인물이었다. 그 자신의 창의력에 얹어진 스티브잡스의 비전은 주위 사람을 움직이게 하고, 투자자들을 끌어들이는 강력한 원동력이 되었다. 스티브잡스가 가진 두번째 실행력의 비결은 바로 설득력이다. 세상이 그를 프리젠테이션의 대가로 부르는 바로 그 스티브잡스의 설득력이야말로 그의 아이디어가 실행력까지 갖게된 가장 강력한 자산이었던 것이다. ‘누구나 세계 최고의 아이디어를 낼 수 있지만, 다른 사람을 설득할 수 없다면 그 아이디어는 아무런 쓸모가 없다’는 말이 있듯이 스티브 잡스는 수많은 인재와 기술자, 투자자, 하물며 기자들까지 자신의 비전에 따라 움직이게 하고 설득시킴으로써 자신의 상상력과 창의력에 실행력을 더해 나갔다.

애플의 사과, 아이모리현의 사과
그렇다면 우리 아이디어맨들이 이 실행력까지 고민하면서 아이디어를 생각해야할까. 그것까지 생각하면 대부분 아이디어가 싹트기조차 어려울 것이다.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아이디어 그 자체에 실행력까지 갖추어 저절로 굴러가는 아이디어도 많기 때문이다.

1991년, 어느 가을 일본 아이모리현에 태풍이 몰려왔다. 이 태풍은 아이모리현 사람들에게 큰 시련을 안겨줬다. 이 지역 사람들은 사과농사를 지었는데 수확을 얼마 남기지 않은 상태에서 사과가 90% 가까이 떨어져 버렸다. 땅에 떨어진 사과는 더 이상 상품으로서의 가치를 갖지 못했다. 하루밤 사이에 거의 모든 사과가 떨어져 버렸으니 얼마나 참담했을까. 농민들은 슬픔과 절망에 빠졌다. 이 때 상창력이 뛰어난 어느 농민이 아이디어를 냈다. ‘아직 떨어지지 않은10%의 사과를 수험생들에게 ‘합격사과’로 팔자는 것이다. 그래서 ‘태풍에도 떨어지지 않은 사과, 여러분의 합격을 보장합니다’라는 홍보문구를 만들었다. 이렇게 탄생한 합격사과는 보통사과의 10배나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날개 돋힌듯이 팔려나가 거꾸로 그 해 최고의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고 한다. 이렇듯 아이디어 자체로서 비전과 설득력까지 갖춘 것을 광고에서는 ‘빅 아이디어’라고 부른다. 남들이 들었을 때 ‘아, 나는 왜 저런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라고 땅을 치게 만드는 아이디어, 그러한 아이디어는 아이디어 그 자체에 실행력까지 포함되어 스스로 굴러가는 힘을 갖고 있으니 말이다. 우리는 상창력을 고민해야 하지만, 그것보다 아이디어 자체에 실행력까지 갖춘 빅 아이디어를 더 고민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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