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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 | 연재 [서평]
화쟁의 정치, 통합의 리더십
『쟁점을 파하다』- 법륜. 한겨레출판
백상웅 시인(2013-01-04 15:06:20)

법륜 스님의 책, 하면 떠오르는 몇 가지 단어가 있다. 위로와 치유 그리고 멘토가 바로 그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일어나는 문제적 현장의 전방에 서 있는 스님이지만, 책으로 만나는 스님은 달랐다. 책 속의 도법 스님은 어려운 단어보다는 쉬운 단어로, 이론보다는 일상적인 화법으로 독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자세를 낮춰 대중을 찾아가 공감대를 형성하는 스님의 방식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러나 이 책, 『쟁점을 파하다』는 그간 스님의 어법과는 상당한 차이를 가지고 있다. 정치의민감한 사항들을 직접적으로 다루고 있으며, 우리 사회 정치적 쟁점에 대해 시원한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2013년은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는 해이다. 대선으로 인하여 분열된 정치를 조화롭게 화합해야할 시기이고, 갈등으로 인해 생겨난 문제들을 하나씩 해결하지 않고서는 사회의 분위기는 암울할수밖에 없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 사회에는 복잡다단한 여러 갈등이 얽히고설켜 있지만, 그 갈등을 풀 수 있는 답이 없는 것이아니다. 답을 찾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정치란 바로 이 답을 찾는작업이어야 한다.”는 스님의 발언을 눈여겨 보아야할 필요가 있다. 한 마디로 이 책은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는 2013년을 살고자하는 이들의 지침서라고 할 수 있다.

법륜 스님은 그간 한국의 정치를 이끈 산업회 세력과 민주화 세력을 각각 ‘성장의 리더십’과 ‘투쟁의 리더십’으로 정의 한다. 스님이 보기에 이 각 세력은 현재 한국 사회의 기득권 세력이다. 그러나 “이제 우리에게는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이전과는 다른 안목과 지혜 그리고 리더십이 필요”(본문 25p)하다고 일갈한다. 법륜 스님의 이 책에서 말하는 가장 빛나는 지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스님은 “사회구성원들의 복잡다단한 이해와 요구를 제대로해결”하기 위해서는 “산업화 및 민주화 세력뿐만 아니라 지역·성별·노동·환경·중소기업 등 자신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새로운 정치세력”이 형성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각 사회 계층이 스스로를 정치세력화 시켜 의견을 내고, 다시 의견을 모으고 토론하는 새로운 정치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우리는 양 기득권 세력에 의해 소수의 의견을 자주 짓밟곤 했다. 소의 정치적 의사를 아직 때가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혹은 다수의 의견이 아니라는 이유로 무시하고 사회의 그늘 속에 오랫동안 방치했다. 법륜 스님이 이야기 하고있는 건 방치된 자들의 정치세력화이다. 기존의 기득권 세력과다른 새로운 정치 세력이 등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에는새로운 정치 세력의 필요성을 보여주는 여러 가지 쟁점들이등장한다. 강정마을, 4대강, 원자력발전소, 비정규직, 학교폭력,다문화가정 뿐만 아니라 경제민주화, 개헌, 지방분권, 남북통일등의 우리 사회의 뜨거운 쟁점들에 대한 해법을 스님은 제시한다. 그러나 이러한 해법은 우리 사회가 새로운 정치 세력을받아들일 수 있어야 가능한 임을 스님은 먼저 제시하고 있다.

스님은 화쟁이란 “서로 부딪치고 있는 쟁점을 조화롭게 화합시키는 것”이라 설명하고 있다. “이미 불거져 있는 갈등만을 보면 일견 서로 이기고 지는 문제 혹은 어느 한쪽을 선택하고 편을 들어야 하는 문제 같아 보이지만, 서로가 공존의 토대위에 있다는 것을 알면 갈등을 해소되고 진정한 화합”(본문 17쪽)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점이 있다. 바로 ‘정치권’이다. 갈등을 조정해나가면 모든 게 해결되는데, 정치권 자체가 자기들의 이익만 쫓고 공동체 전체의 이익을 고민하지 않고 있다는 스님의 주장은 우리 사회, 특히 기득권 계층이 새겨 들어야할 부분이다.

스님이 이야기하는 분열된 현장은 ‘강정 마을’에서 찾아볼 수 있다. 강정 마을 주민들은 해군기지 찬성파와 반대파로 나뉘어 감정의 골이 깊어졌다. “우리 사회의 갈등의 단면을 보여주는 아픔의 현장”이라는 법륜 스님은 이 책임을 정치인들에게 넘겼다. “정치인들이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지 못하기에 국민들이 들고일어나는 것이다. 이는 사회적 비용의 낭비다. 어느 한쪽을 편드는 데서 벗어나 쟁점을 조율하고 이해당사자들을 적극적으로 설득하는 통합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말한다.2013년, 국민이 뽑은 대통령이 통합의 리더십을 가지고 있다면, 강정 마을과 같은 갈등을 해소시키기 위래 노력할 것이다.그러나 그게 아니라면 국민의 감정의 골골 점점 깊어져 서로를 향해 날 선 칼을 들게 될 게 뻔하다.

도법 스님의 『쟁점을 파하다』는 나아가 분권과 통합의 시대에 맞는 새로운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스님은 지방자치제의 권한을 강화하고 국가의 틀을 넘어서는 동아시아지역의 차원을 통합을 준비해한다는 국가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새로운 체계를 마련하기 위해서, 우리가 지금 당장 필요한것은 ‘통합의 리더십’이며 그 안에서의 ‘화쟁의 정치’이다. 쟁점을 화쟁으로 이끌고, 갈등이 봉합되기 전까지, 우리의 국가 비전은 제자리걸음일 뿐이다. 법륜 스님의 『쟁점을 파하다』는 새로운 시대를 향한 첫 번째 발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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