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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2 | 연재 [꿈꾸는 학교, 행복한 교실]
있는 그대로의 모습 보여주는 선생님
신성환(2013-02-05 10:36:10)

작년은 내게 많은 것을 깨닫게 해준 소중한 시간이었다. ‘EBS 선생님이 달라졌어요’라는 프로그램을 신청해 여러 가지 미션을 수행하면서 많은 것들을 느낄 수 있었다. 먼저 고통스럽고 힘들었던 순간들이 있었다. 아이들이 내 말을 잘 따라주지 않은 것이다. 반응을 예상해가며 내 나름대로 수업준비를 해서 실제로 해보면, 왜인지 아이들은 잘 따라주지 않았다. 나의 수업의도와 설계와는 상관없이 자기들 하고 싶은 것들만 이야기하기 일쑤인 아이들에게 이끌려 가다보면 수업은 종종 산으로 갔다.

나조차 무엇을 가르치려고 했는지 헷갈리고, 아이들도 수업에서 무엇을 배우는지 알 수가 없었다. 매일매일 ‘내가 교사로서 자격이 있나?’ 하는 회의감이 들었다. 또한 아이들이 하는 상처 주는 말은 더 힘들었다. 수업 중 “아~ 지루해요.” 라든지“짜증나~” 라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했다. 그런 말들이 많은 상처가 되기도 했다. ‘내가 교사로서 참 모자라는 사람이구나. 이 아이들을 내가 망치고 있는가 보다’하며 지나치게 자책도 했다. 아이들은 왜 이렇게 나에게 상처를 주었을까? 지금 와서 성찰해보니 그 이유는 인격적 만남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선생님과 학생이지만 틀에 박힌 관계 이전에 인간적인 만남이 필요했던 것이다. 교사와 학생은 사람으로서 만나야 아이들도 선생님을 선생님으로서 받아들이고 존중해 주는 것이다. 나는 스스로 나에게도 완벽한 교사상을 심어놓고아이들에게도 완벽한 학생상을 요구했다. 우리는 모두 부족한인간인데, 잘못된 완벽주의 이상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내본모습대로 아이들에게 다가가지 못하고 꾸민 모습으로 아이들에게 다가갔다. 거리를 두게 된 까닭은 그 탓이이었다.힘든 시간 속에서도 아이들과 함께 한 즐거웠던 때가 있었다. 반에서 함께 요리를 만들어 먹었던 때, 눈 왔을 때 운동장에서 같이 눈싸움 했던 때, 그리고 소소하게 수업 중에 이야기나누다가 함께 웃었던 순간들. 뭔가 굉장히 큰 사건이 있었다기보다 아이들과 함께 한 작은 것들이 참 즐거웠다는 것을 깨달았다. 뒤이어 아이들에게 고마웠던 때, 감동받았던 시간들이 떠올랐다. 장난기 넘치지만 속 깊은 보민이와 자기표현을잘하지 않지만 선한 마음을 가진 한빈이의 진심이 담긴 편지.마음속 깊은 곳의 소중한 이야기를 일기로 쓰는 겨울. 어려운 일에 앞장서서 도와주는 재덕이와 지윤이. 때론 직설적으로 말해 상처가 되기도 하지만, 나를 성찰할 수 있는 계기를주는 서현이와 수진이, 그리고 혜진이. 쉬는 시간에 다가와 귀엽게 재잘거리는 모습들. 때론 엉뚱한 모습으로 반 친구들 모두를 웃게 만드는 혜진이. 사랑하는 방법을 알려준 준이. 반아이들 모두가 고마웠다. 돌아보니 나를 아프게도 했지만, 이렇게 많은 사랑을 보내주기도 했던 아이들이었다.

일 년이란 시간은 과연 내게 어떤 의미였을까? 돌이켜 생각해보면 작년 한 해는 아이들이 내게 행복을 찾는 방법을 알려준 소중한 시간이었다. 행복이란 이상적인 무언가가 완성될 때 얻을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러려면 ‘완전한 무엇인가’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완벽한 교사가 되려 노력해 왔던 것이다. 좋은 교사의 모습도 하나의 정해진 규칙이 있다고 생각한 것이 잘못이었다. 아이들에게도 완벽한 모습을 요구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건 잘못된 생각이었다. 인간이 신처럼 완벽할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결국 그 생각들 때문에 나와 아이들 모두 서로 힘들었다. 좋은 선생님의 모습은 어떤 하나의 획일적인 모습이 아니다. 각자 선생님들이 자신의 성격에 맞게 자신만의 좋은 선생님의 색깔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저마다 자신에게 맞는 방법으로 아이들에게 다가가고 있는 것이다. 완벽한 교사상을 버리기 위해서는 교사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그런 모습을 인정하며 아이들에게 다가가야 한다. 그것이 지극히 인간적이기 때문이다.교사도 부족한 사람이다. 너무 완벽을 가장하지 말고 교사의 있는 그대로의 인간적인 모습으로 아이들에게 다가가야 한다.그럴 때 아이들과 진정한 사람 대 사람으로 만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 만남 안에서 서로를 진실하게 만나고 진정한 교감, 소통, 사랑의 나눔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행복은 크고 굉장한 그 무엇이 아니다. 일상의 작고 소소한 것에서 정말 은은하게 피어나는 행복의 향기를 맡을 수 있다. 그것이 바로 행복이다. 앞으로 나의 삶은 지나친 완벽함과 이상을 나와 타인에게 강요하지 않고, 인간적인 부족함 들을 서로 이해하고 인정하고, 참된 인격적인 만남을 추구하며 살 것이다. 그리고 그 안에서 진실한 사랑을 나누며 살 것이다. 이제 이 아이들을 떠나보내야 할 때가다가오고 있다. 남은 시간 잘 보내고, 잘 작별하며 또 새로운만남을 준비해야겠다. 설레는 만남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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