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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2 | 연재 [읽고 싶은 이 책]
<래여애반다라> 외 5권
임주아 기자(2013-02-05 10:37:54)

<래여애반다라> - 이성복 저/ 문학과지성사

‘문학과지성 시인선’ 421권. 시인 이성복이 <아, 입이 없는것들> 이후 십년 만에 일곱번째 시집 <래여애반다라>를 묶어냈다. 언뜻 낯설기만한 제목 ‘래여애반다라(來如哀反多羅)’는 신라시대 향가 ‘풍요,공덕가’의 한 구절로, 이 여섯 글자 이두는 ‘오다, 서럽더라’로 풀이된다. “이곳에 와서(來), 같아지려 하다가(如), 슬픔을 보고(哀), 맞서 대들다가(反), 많은 일을 겪고(多), 비단처럼 펼쳐지고야 마는 것(羅)”이 바로 우리들 삶임을, 탯줄을 끊고 세상에 나온 누구나 예외 없이 생(生)-사(死)-성(性)-식(食)의 기록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하여 우리는 절망과 서러움으로 점철된 생(詩/言語/文學)의 ‘불가능성’을 거듭 되씹는 운명의 수레바퀴를 굴리고 있노라 말하는 시인의 목소리는 시종 담담하고 또 허허롭다. 오랫동안 학생들과 함께했던 대학을 뒤로하고, 지난해 2012년 이순을 맞은 시인은 모두 여든두 편의 시를 여섯 개의 장에 나눠 실은 시집 <래여애반다라>에 자신의 육십 해 인생과 지금껏 발표한 여섯권 시집의 자취를 고루 담아내려 했다.


< 물 수 없다면 짖지도 마라> - 윤치호 저/ 김상태 편/ 산처럼

윤치호의 일기로 다시 읽는 식민지의 역사. 좌옹 윤치호는 지식, 명망, 재력을 겸비했던 일제강점기 조선 최고의 원로로, 1883년부터 1943년까지 장장 60년 동안 일기를 썼다. 한국 근대사 연구에서 황현의 <매천야록>이나 김구의 <백범일지>에 못지않게 사료적 가치가 있으나 방치되어왔던 윤치호의 일기를 다시 정리해 출간했다. 그동안 <윤치호 일기>는 방대한 분량과 한문이나 영문 독해의 부담 때문에 연구자들도 접근하기 힘든 글이었다. 한 개인의 일기를 사료로 볼 수 있느냐는 고정관념과 ‘윤치호=친일파’라는 선입견 때문에 그 가치를 폄하하는 경우도 있었다. 윤치호는 일기에 자신의 일상생활과 공인으로서의 활동은 물론 국내외 정세에 대한 견해와 전망 등을 꼼꼼히 기록했다. 그리고 그가 겪은 여러 사건들의 미묘한 정황, 정국의 추이와 민심의 동향, 각종 루머, 많은 지인(知人)들의 인성이나 사상, 행적을 엿볼 수 있는 각종 정보를 상세히 적었다. 개인저작물이지만 그 어느 공식 문헌에서는 찾아볼 수 있는 이야기들이기에 외면할 수는 없겠다.


< 헬로, 미스터 디킨스> - 김경욱 외 8명 저/ 이음출판사

아홉 명의 한국 작가들이 선보이는 찰스 디킨스 테마 소설집 <헬로, 미스터 디킨스>. 영국의 대문호 찰스 디킨스 탄생 200주년을 기념하여 주한영국문화원의 지원을 받아 펴냈다. 디킨스의 작품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아홉 편의 소설을 만날 수 있다. <두 도시 이야기>에서 <크리스마스 캐럴>과 <올리버 트위스트>까지 디킨스의 걸작들이 한국 작가들의 상상력으로 새롭게 태어난다. 김중혁·박솔뫼·배명훈·백가흠·하성란은 <두 도시 이야기>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런던과 파리가 우주를 유영하는 두 도시, 꿈속의 도시와 현실의 도시, 한 도시의 과거와 현재 등 새로운 두 도시의 모습을 그려냈다. 김경욱·윤성희·최제훈은 <크리스마스 캐럴>을 기상천외하게 리바이벌했다. 박성원은 기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고아 소년이 등장하는<올리버 트위스트>의 느슨한 변주 소설을 선보인다.


< 지역의 재구성> - 김병수 외 3명 저/ 알트

90년대말부터 지난 십여년간 지역을 살리자며 치열하게 지역현장을 지켜온 3인의 필자들이 모였다. 개인의 위기, 지역의 위기 앞에서 놀랍게도 이들은 여전히 답이 지역에 있음을 확신하며 다양한 방식으로 지역에 몸담고 있다. 3인방의 방식이 나름의 색깔을 가지고 강조점을 달리하지만 ‘사회적기업형’의 김병수,‘자생적 커뮤니티 비즈니스형’의 강내영, ‘창조전략형’의 최정한. 이들 모두 ‘지역’이 과거가 아니라 앞으로 살아가야 할 미래가치를 담는 그릇이 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모두 고개를 끄덕인다.<지역의 재구성>은 이들 3인방의 지역 실천을 상세하게 소개하고 그 과정에서 불거졌던 갖가지 문제들을 진단하여 돌파구를 제안한다. 물론 지역현장의 목소리를 담으려 부단히 애썼다. 현장의 온갖 문제들을 끌어안고 씨름 중인 주민들이나 정책실무자, 활동가들이 보고서 자기만의 대안을 찾는데 조그만 더듬이 노릇이라도 할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다. 그 답은 늘 현장에 있었다.


< 멸종위기의 새> - 김성현 외 3명 저/ 자연과생태

우리에게 익숙한 혹고니와 황새, 두루미가 멸종위기에 처한 새라는 것을 아는 이들은 얼마나 될까. 우리나라에 500종이 넘는 새들이 살고 있지만 그중 살아남는 새는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것도. 저자는 생물들은 서로 다양한 관계로 얽혀 있기 때문에 새 한 종이 사라지면 그 새와 관계를 맺고 있는 생물 100종도 함께 멸종한다고 경고한다. 한 새의 죽음은 한 세계의 파괴와도 같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흑고니와 황새, 두루미는 Ⅰ급으로 긴급상황에 처해있다. 환경부에서는 ‘멸종위기야생생물’ 246종을 지정해 특별히 관리하는데, 그중 1/4에 해당하는 61종이 바로 ‘새’라고 한다. Ⅰ급에 12종, Ⅱ급에 49종이나 속해있다. 책은 멸종위기야생생물로 지정된 새 전종의 생태를 사진과 함께 수록했고, 이들과 비슷하게 생긴 종을 쉽게 구별할 수 있도록 ‘닮은 종과의 비교’ 코너도 따로 실어 세세히 설명했다. 우리는 새의 울음조차 귀한 세상에 살고 있지 않은가. 그들의 날개짓을 귀히 여기지 않은 탓이다.


< 롤리타> -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저/ 김진준 역. 문학동네

“ 롤리타는 내 최고의 작품이자 내가 특별히 좋아하는 작품이다”_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세계문학의 거장이자 언어의 마술사로 불리는 나보코프가 자신의 작품 중 가장 좋아한 작품으로 꼽는 <롤리타>. 발표 당시 선정적인 내용으로 더 유명했지만 이후 작가가 겹겹이 숨겨놓은 은유와 상징이 새로이 해석되고 문학적으로 재평가되면서 고전의 반열에 오른 역작이다. 여러 언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는 그는 재치있는 언어유희와 반어적인 표현을 빈번히 문장에 사용하고, 유럽과 미국의 서로 다른 문화를 익살스럽게 전하는가하면 정신의학과 프로이트 이론을 가차없이 조롱하고 풍자하고 있다. 특히 문학동네의 <롤리타>는 살만 루슈디의 <분노> 번역으로 제2회 유영번역상을 수상한 번역가 김진준이 세계 각국에서 출간된 십여 가지 <롤리타> 판본과 주해본을 참조하고 꼼꼼히 비교해가면서 은유와 상징과 언어유희로 가득한 나보코프의 텍스트와 꼬박 1년여를 사투해 내놓은 결과물이다. 이제 독자들은 이결정판으로 나보코프의 진면목과 다시 한번 조우할 기회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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