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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3 | 연재 [읽고 싶은 이 책]
<한국 현대건축의 지평> 외
임주아 기자(2013-02-28 11:43:00)

<한국 현대건축의 지평> 전2권/ 임석재 저/ 인물과사상사
어떤 미술 작품을 접하려면 작품을 만나러 미술관에 가야 하고 공연을 접하려면 극장을 찾아야 한다. 그러나 건축 작품은 우리 옆에 늘 자리 잡고 있어서 굳이 만나러 가지 않아도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그렇다면 작품으로서의 한국 현대건축이 그 꽃을 피운 황금기는 언제일까? 건축사학자 임석재 교수는 그 황금기를 1990년대라고 말한다. 우리 사회가 소득이 향상되면서 작품으로서의 건물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드러내던 시기이며 동시에 그 이전 시기의 거대 담론이 아직 살아 있던 때였다. 두 가지 경향은 자칫 서로 상쇄되기 쉽지만 당시의 한국 건축을 둘의 가능성을 합해내는 데 어느정도 성공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IMF 외환위기와 FTA 체결, 글로벌 금융위기등 일련의 경제 사변을 겪으며 우리의 모든 기준은 경제 논리로 획일화된다. 건축에서는 부동산 건축을 낀 대형 개발 사업이 독식하다시피 하면서 작품으로서의 건축은 그 존재를 위협받았다. 이 책은 1990년대 전후의 시기에 있었던 다양한 양식적 실험에 대해 해석한 비평서로, 1998년에 출간된 <한국 현대건축 비평>을 고쳐 쓴 것이다. 1권은 건축가론과 건축가 인터뷰, 건축문화비평을 담았으며, 2권은 개별 건물에 대한 비평을 실었다.


< 난 빨강> 박성우 저/ 창비
출간된지 2년이 넘어 새삼 다시 주목 받고 있는 <난 빨강>. 게스트가 선정한 책을 패널과 시청자가 미리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북토크 TV프로그램 ‘달빛프린스’ 때문이다. 이 프로그램은 출판계에서 ‘달프 효과’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무서운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 책의 매력은 뭘까.연두와 빨강 이 두 색깔은 청소년을 상징하는 중요한 키워드. 연두는 “풋풋한, 시큼한, 떫은” 같은 수식어와 어울려 미완성된 청소년의 모습과 동시에 수많은 가능성을 품고 있는 존재로 그려진다. 반면 빨강은 “누가 뭐라든 신경 쓰지 않는, 튀는, 천방지축의” 같은 표현과 함께 기존의 가치를 거부하고 독립적인 존재가 되고자 하는 청소년의 기상을 상징한다. ‘청소년 시’는 불모지나 다름없던 문단, 2년 전 뿌린 단비가 소나기가 될 예감. 2000년 등단하여 <거미> <가뜬한 잠> 등의 시집을 통해 서정시단의 유망주로 떠오른 전북 정읍 출신의 박성우시인은 2009년 동시집 <불량꽃게>를 발표하면서 새로이 주목받은 바 있다. 시인은 <난 빨강>을 집필한 계기에 대해 “직접 청소년들을 만나면서 알게 된 이들의 속 깊은 이야기를 시로 쓰고 싶었다”고 말했다.


< 자고 있어, 곁이니까> 김경주 저/ 난다
시인 김경주. 결혼과는 사뭇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방랑자의 풍모를 자랑하는 그가 책 한 권을 썼다. 책을 쓰고 책을 내는 일이야 반복되는 그의 생계이니 뭐 별스럽다 하겠냐만, 이번 책은 쓰고 만들어 내미는 손에절로 분홍빛을 번지게 하는 그런 재주를 가진 듯하다. 쓴 자는 부끄러움으로, 읽는 자는 경탄으로 받아들게 되는 책, 사내에서 아비가 되기까지 40주간의 순간순간을 시심으로 기록한 책. 시인 김경주의 <자고 있어, 곁이니까>는 호들갑스럽게 제 아이의 태어남을 낱낱이 고한 아버지의 출산일기 정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사람을 만든다는 당연한, 그럼에도 곱씹으면 놀랍기 그지없는 우주의 섭리에 근거하여 이 신비를, 이 두려움의 속내를 샅샅이 밝히는 책이다. 누군들 한 사람의 피와 살과 뼈로부터 빚어지지 않은 자 있을까.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아이를 낳는 일의 희망과 아이를 낳는 일의 절망을 함께 말한다.


< 영화가 보낸 그림엽서> 정락길 저/ 이모션북스
세르주 다네의 비평집이 국내에 처음으로 출간됐다. 프랑스 영화 비평에 있어 그는 앙드레 바쟁 이후 가장 중요한 인물로 꼽히는 그는 이 책을 결국 완성시키지 못하고 타계했다. 자신의 죽음을 예감한 다네는 ‘본격적인 저서’를 위한 소재로 공동편집장인 ‘세르쥬 투비아나’와 인터뷰를 진행했고 이 최후 인터뷰의 흔적은 그의 사후인 1994년에 출간됐다. 그의 사후에 그와 <카이에 뒤 시네마> 공동 편집장을 지냈던 세르주 투비아나에 의해 묶여져 나온 <인내>(Perseverance)를 번역한 <영화가 보낸 그림엽서>다. 삶과 영화가 미로처럼 겹치고 지나가면서 다네 자신의 생이 이야기되고 있는 이 책은 ‘영화’와 ‘20세기의 역사’의 몽타주이면서 동시에 가장 치열한 영화적 자서전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세르주 다네는 1944년 파리에서 태어나 1992년 에이즈로 세상을 떠났다.


< 눈물을 자르는 눈꺼풀처럼> 함민복 저/ 창비
함민복 시인의 신작 시집이 출간됐다. ‘선천성의 그리움’ 의 힘으로 이 시대에서 소외된 삶을 노래해온 그가 8년 만에 선보이는 다섯 번째 시집. 요즘 시단의 풍경으로 보자면 꽤 느린 걸음이지만, “함민복의 상상력은 우리가 기꺼이 공유해야 할 사회적 자본이다”(이문재, 추천사)라는 평이 무색하지 않을 만큼 세월의 무게에 값하는 70편의 수작을 자랑한다. 부드러운 서정의 힘이 한결 돋보이는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가난한 삶 속에서도 희망의 불씨를 지피는 여유로움이 배어 있는 삶의 철학과, 타자와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을 꿈꾸는 “경험에서 이끌어낸 실존론적 사유”(문혜원, 해설)의 세계관을 펼쳐 보인다. 과장없는 그의 시가 오래 마음을 울린다. 그는 1962년 충북 중원군 노은면에서 태어났다. 서울예전 문예창작학과에 입학했고, 2학년인 1988년 <세계의 문학>에 ‘성선설’등을 발표하며 등단했다. 1990년 첫 시집 <우울氏 一日>을 펴냈고 2005년 10년 만에 네번째 시집 <말랑말랑한 힘>을 출간해 제24회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했다. 대표시로‘눈물은 왜 짠가’ ‘긍정적인 밥’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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