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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5 | 연재 [기획시리즈]
노래문화 임실 이영석 할아버지의 노래 2
심인택 우석대 교수(2003-09-08 17:47:16)

진달래 피는 봄이 오면 이영석 할아버지를 만나자고 작년에 약속을 했었다.
이제 봄바람이 지나면서 할아버지의거동도 불편하지 않을 것이고 약주한잔에 겨울동안 움츠렸던 목이 풀려 한가락씩 노래가 나옴직하다.
사설이 정리되면 할아버지를 찾아뵙고 인쇄된 노래사설도 드리고 그간 할아버지의 삶에 대해서 애기도 듣고 더불어 흥이 절로 나는 노래도 듣게 될 것이다.
지금은 세월이 좋아서 그런지 작곡자의 이름을 버젓이 쓰고 있지만 사실 누구나가 작곡을 할 수가 있는 것이다. 다만 음악적인 재질이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 뿐이다.
분명히 할아버지는 타고난 음악성에 문학적인 면도 있을 것이며 시대에 따른 감각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잘 불리어지지 않는 노래를 오랫동안 기억을 하고 또 흥이 나면 그때의 기분으로 흠뻑 취해서 노래를 부르게 된다.
할아버지는 오늘날 라디오나 텔레비전이 마음에 들지 않을 것이다. 이런 전파매체가 드물었을 때 할아버지는 바쁘게 살았었는데 요즈음은 어디를 가나 대접은 커녕 면박 당하기가 일쑤이니 못내 노래 한귀절도 못하고 집에 오기가 쑥스러울 뿐만 아니라 오늘날의 노래판이 도식적인 진행과 미리 짜여진 계획 때문에 항상 섭섭함이 가슴에 남아 있을 것이다.
사라져가는 현장의 노래, 삶의 즐거움과 그늘이 있는 노래를 부르기에는 세상이 너무 빨리 변하고 있다. 우리 모두 이러한 노래가 살아 움직이도록 해야 한다. 사람은 각기 해야 할 일이 있으면서도 서로의 공감대를 넓히고 이해의 폭을 넓게 하는데 노래를 즐겨 사용한다.
지난 호에 이어 이영석 할아버지가 기억하고 있는 노래의 사설이다.

·메뚜기
야야야 너그머니 오시래라
앞동산에는 뻔히 비치고
뒷동산에는 단풍이 들었다.
너그머니하고 나하고
한땅안에 죽으나 볼란다.

·남 자
강원도 금강산이 아무리 높으고
높다 하여도 솔나무 새에서 놀아요
여자가 아무리 똑똑하고 잘나도
남자 밑에서 놀아요

·머슴살이
일년 열두 달 남의집 살아서
청치마 속으로 다들어 가네
청치마 끈에다 소주병 달고
오동나무 숲 속으로 임찾어 가네
일년 열두달 먹어 술잔을 든게
우주앞 공론이 갈보라구네
갈보야 찔보야 몸단장 말라
돈없는 건달이 겉몸만 사네
해줄라면 해주고 말라면 마네
열두놈이 어울려 모기장 치네
스물두놈 어울려 사잡아 찢네

·진달래
꽃아 꽃아 진달래 꽃아
육시평전 다 어디다 두고
소아큰 태산에로만 만발이 되었냐

·시어머니
시어머니 죽었다고 고솝다고 하더니
본보리 방에 물부어 놓으니
생각이 나네
시아버지 죽었다고 고솝다고 하더니
동지섣달 맨발 벗으니 생각이 나네

·회 갑
백년을 해로하고 부부간의 이슬막은
백로술을 한잔 받으시오
이술을 받으시면 만수무강 하십니다

·우 산
임 오실줄 알았으면 하다 못하면
남목신 우산이나 가지고 갈것인데
원수놈의 비바람 때문에
임오실줄 모르는구나.

·빨 래
바람은 지동치게 부는데
구진 잔비는 펑펑 퍼 붙는지
서다홍이고 서다 빨래 난질간다고
시내 강변으로 빨래 난질 갈거라

·맞바람
바람은 이바람 저바랍 다 불어도
동풍이나 북풍이나 서푼이나 다 불어도
맞바람 하나를 못이기네

·십오야 밝은 달
십오야 밝은 달은 일모중에 놀고
우리나 같은 세계 각국의 무심자들
일자방죽에 도네
방방곡곡마다 일자로 노네

·새 봄
봄이왔네 우리나라에 새봄이
완연히 왔네
강가에서 불으친 바람이
괴동산 산중으로만 다 모여드네

·중노릇
야야야 천하말년 너그 누님이야
나를 마다고 까끄 까끄 머리를 까끄서
바람 젊어지고 목탁을 들고
장삼을 입고 굴갓 쓰고
금강산 모퉁이 돌아가면
목탁을 두드리면서 중노릇이나 간다네

·심황후 기러기
추월은 만경하고 산호주렴 비춰들
심황후는 기가 막혀 기러기 불러
말을 한다
오느냐 저기 저 기러기
소둥나무 부케선에 가거들랑
황주도화동 가거들랑 우리 부친 전에
편지장만 전해다오
심황후 기러기 불러놓고 방으로 들어가서
필연을 내놓고 편지를 쓰는데
한자쓰고 한숨짓고 두자쓰고 눈물짓네
눈물이 떨어져서 글자마다
혹으로 도책한다.
편지를 써서 들고 기러기를 불러본
기러기는 소동나무 부케선에
끼르룩 끼룩 떠나 버리고
간곳없고 하늘과 별만 뚜렷히 밝네
심황후는 편지를 땅에 내리고
울음을 대성통곡한다.

·할미꽃
앞동산 뒷동산 할미나 꽃은
늙으나 젊으나 꼬부라졌네

·싸리나무
앞동산 뒷동산 싸리비 나무는
꽂감 꼬쟁이로 다 나갔네

·청개구리
개골 개골아 청개골아
너그집 찾으려면
온 각광 다 더듬어 보라

·흰나비
백설같은 흰나비는 부모님 의상을
입어야 하고
소복단장을 곱게 하고
장다리 밭에도 넘노는다.

·임의 정은 녹수
꽃은 되어 하산이요 잎은 되어 청산이요
내의정은 청산이고 임으나 정은 녹수로다
녹수는 청산을 못잊으고
청산을 녹수를 못잊으네

·연
연걸렸구나 연걸렸네
올갈피 상상의 가지가지 연걸렸네
삼천의 귀동자들아 내연을 날려달라

·편 지
육맹이요 난맹이요
사사로 불사로 갈것자는
셜워말고 보낼 송자는 나도 있네
귀하귀는 설워마라 전송작별을 마소

·오동위 까막까치
오늘 아침에는 오동위에 까막까치가
짖었건만
오늘이나 임이 올까 내일이나 편지올건가
기다리고 바래고 바래었더니
오늘도 임이 아니오고 일락서산에
해 떨어지고 월출동량에 달만솟네
행여나 내일이나 편지 일장이나 올란가
편지 일장이나 올란가 하였더니
오늘도 허사로구만
행여나 기다리고 바랬었더니
오늘도 허사네
어느 부량자도 품었던가
내일 모두가 허사로구나
믿고 믿었더니 모두가 허사네

·황 천
황천에 가시는 님은 절용절시 갔건
마는
여아 물결 치는 소리 서리친다
내곁만 떨어져도 임의나 생각
새소리만 들어도 임의나 생각
벗소리만 들어도 임의나 생각
단장소리만 들어도 임의나 생각

·구렁천지
구렁천지를 가시는 님은
돈이나 벌으시면 오시련만
공동묘지 가시는 낭군은
기지사 저녁이나 만나를 볼까

·도라지
도라지 캐러 간다고 두해 삼년 머무르더니
총각낭군 무덤으로 사모시 지내러간다네

·부모님 생각
나물먹고 물마시고 팔을비고 누웠으니
대장부 살림살이가 요만하면 넉넉하지
일편단심 먹은마음 모두가 부모님 생각
너와 곽곽의 곽문이 어디로 갈꺼나
곽원은 갔건마는 언제나 새로 만나
방방곡곡마다 다니어 볼거나

·첫날밤
원앙금침 돋은 이불을 뉘기랴 덮고 잘거나
베개는 높거들랑 내팔을 베거라

·호남선
호남선아 정기도 경부선아
너는 무슨 사무가 그리도 바빠서
우리님 싣어다 놓고서
다시금 한고향 싣어다 줄쭐을
왜저리 모르는고
가끈 동서요 가끈동서가 웬말인가

·배
칠산 바다는 윤선이 폈는데
저기나 저윤선아 우리님을 싣어다놓고
한고향 다시금 싣어다 줄쭐을
왜저리 모르는고
가끈 동서요 가끈동서가 웬말인가

·이 별
한양 천리를 작별하고
돌아설때는 할말을 하고
떠나갈줄 알았더니 할말은 무궁무궁하나
차후로 미루시고 그냥 돌아서서
뚝 떠나 가시네

·풍 년
바람이 불려면 기와바람이 불거나
풍년이 들라면 가시내 풍년이 들거

·신유복전
무주군 무주면에 사는 신진사는
그때에 거기 살았는데
구대진사로 살았는데
아들딸이 없어서 최씨부인 만나 사는지
아들딸을 못나서 소원이 성취로만
하루는 뭇밖에 비가 오는데
친구들 사랑에 갔더니 친구들 하는말이
그건 우리 어릴적에 대인들도 공을 드리어
자손을 두는데 공이나 한번 들여보소

·오라버니 장가
오라버니 장가는 후년에 가고
외양의 농업소 팔아서 날 여워주소
농업소 팔기가 아깝거든
나를 동네방에 여워주소서

·까투리 봉
시어머니 산소가 명당이라 하더니
까투리봉에다 썼는가
아들딸만 나며는 기어나가기를 잘하네

·딱따구리
청산에 푼 딱따구리 생나무 구멍을 잘뚫네
우리집 멍텅구리 양반은
뚫어진 구멍도 못찾네

·지옥과 천국
제불 제천에 건너가보니
칠성으로 집을 짓고
철근으로 사람을 묶어 놓고
날랜 기졸들이 좌우로 늘어섰고
그 죄인중 무슨죄냐 물으니
도둑죄라 하더라
그놈을 칠성안에 나무에다 목을 매어 단다
목을치니 갔고 굶주린 매가 와서
살만 다 뜯어먹고 뼈만 남았네
칠성안에 죄인들을 무수히 묶어놓
울음소리가 가히없고 끝이 없더라

이영석 할아버지는 약 80수의 노래를 기억하고 계셨다.
이 노래를 녹음하고 분석을 하면 대부분 잘 알려진 가락들이 나올 것 이다.
그렇지만 할아버지의 가락도 있을 것이다. 할아버지의 가락을 찾아야 한다. 외롭게 부르고 계신 할아버지를 위해 할아버지만이 갖는 신명나는 가락을 찾아야 한다. 그것이 할아버지의 꿈이 아닐런지 또 우리의 희망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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