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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4 | 연재 [생각의 발견]
후즈파정신과 비빔밥DNA
윤목 광고회사 굿앤파트너즈 대표, 성공회대 외래교수(2013-04-05 11:58:32)

이스라엘에서 배운다?
바야흐로 ‘창조경제’라는 말이 우리 사회를 흔들고 있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새정부의 핵심 키워드로 부상하면서부터이다.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는 대한민국이 진정한 선진국 반열로 올라가려면 아이디어와 상상력밖에 없다는 점을 생각할 때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고, 때늦은 감마저 있지만 지금이라도 잘된 일이다. 세계에서 이 창조경제를 이야기 할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나라가 이스라엘이다. 인구 750만, 우리나라 강원도만한 크기, 가진 것이라고는 우리보다도 더 열악하고, 주변에 온통 적대국으로만 둘러싸인 이스라엘이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가 넘고 특허보유수로는 세계 몇 번째를 오르내리는 그 이유에서 창조경제의 해답은 숨어있다.

후즈파정신의 7가지 요소
흔히 이스라엘이 추구하는 창조경제의 성공비결을 ‘후즈파(Chutzpah)정신’에 있다고 한다. 이것은 히브리어로 ‘뻔뻔함, 당돌함, 철면피, 놀라운 용기’를 뜻하는데 즉, ‘누구든지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내고 질문하고 토론하는 과정에서 생각의 융합이 일어나고 과감하게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는 것’을 뜻한다. 이 후즈파정신에는 7가지 요소(오른쪽 표)가 있다. 참맞는 말이다. 기존의 모든 룰을 타파하고 질문하고 토론하는 과정에서 융합의 아이디어가 튀어나오고 창업에 대한 위험을 감수하면서 끈질지게 하나의 목표를 지향하고 실패하더라도 거기에서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교훈을 얻는다면 성공하지 않을 기업, 성공하지 않을 아이디어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의 교육시스템은 이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토론과 아이디어를 교환하는 질문의 과정이 전부라고 한다.

창업하지 말 것을 유언으로 남길 수 밖에 없는 나라
거꾸로 우리나라를 살펴보자. 우리나라의 교실에 과연 질문과 토론이 끼어들 구석이 얼마나 있을까. 오로지 수능이라는 하나의 목표에 매달려 주입식 교육으로 점철되는 우리의 교육현실부터 바꿔야 되지 않을까. 그리고 다음, 기존의 룰을 깨는 형식타파다. 이번 미래창조과학부의 업무관장에서 우리는 칸막이를 없애는 형식타파가 아니라 칸막이를 더 많이 세우는 형식수호의 경험을 하고 있지 않은가. 그 다음은 또 위험에 대한 감수시스템이다. 실패에서 교훈을 얻고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사회시스템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이디어와 특허, 기술이 뛰어난 창업기업에 대해 기술보증기금이란 곳에서 보증을 서준다. 그야말로 그 기업이 갖고 있는 특허기술에 대하여 국가가 보증을 서서 금융기관의 대출을 알선해주는 제도이다. 그러나 이것을 들여다보면 기술보증기금이란 곳에서 보증을 설 때는 그 대출기업의 CEO는 물론 가족까지 보증인으로 세워야 한다. 한마디로 ‘기술보증’이 아니라 ‘가족보증’인 셈이다. 따라서 벤처기업을 창업한 사람은 만의 하나 실패로 돌아갔을 때 자신은 물론 가족에게까지 그 보증채무를 물어야 한다. 특허와 기술을 보고 보증을 서준 기술보증기금은 한 푼도 손해보지 않고 가족보증에 의해 창업자 자신뿐만 아니라 그 가족까지 3대가 빚의 올가미에 갇혀야 한다. 여기에서 어떻게 실패에 대한 교훈을 얻을 수 있겠는가. 오히려 창업을 후회하고, 자기 자식들에겐 다시는 창업하지 말고 공무원이나 의사의 길을 갈 것을 유언으로 남기지 않으면 다행일 것이다.

창조경제를 생각한 각 기업들의 발맞춤
대통령이 바뀌고 국정의 한 방향으로 ‘창조경제’를 부르짖으니 각 기업들도 이에 발맞추느라 바쁘다. 삼성은 사장단회의에서 ‘인재, 융합, 상생’을 새로운 경영전략의 키워드로 제시했다. ‘토지, 자본, 노동력’으로 대표되는 생산의 3요소에 ‘아이디어와 기술’을 더하고 그 핵심전략으로 인재육성을 꼽은 것이다. 그리고 그 실천의 일환으로 우선 인문계 인력 200여명을 뽑아 소프트웨어 인력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강구한다고 한다. 또한 상생의 일환으로 중소기업들이 창조성을 발휘할 수 있게끔 삼성이 보유한 특허를 중소기업에 무상, 혹은 저렴한 가격으로 대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발표하였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작년부터 ‘New Thinking, New Possibility’라는 슬로건을 사용하고 있는데 이것이 창조경제에 부합되는 것으로 보고 이러한 그룹목표를 더욱 충실히 한다고 한다. 그 일환으로 ‘협력업체 채용박람회’같은 것을 개최, 기술력은 출중하지만 인지도가 낮아 구인난을 겪는 중소기업의 채용을 지원함으로써 ‘중기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이라는 상생의 목적을 달성해나간다고 한다. SK그룹은 ‘융합’을 키워드로 잡았다. 기존의 정보통신기술에 첨단을 덧입혀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겠다는 전략으로 통신과 석유화학 분야에서 앞선 기술력을 바탕으로 융합의 영역을 넓혀갈 생각이라고 한다.

안타까운 2000년 초반의 기억을 거울삼아야
‘창조경제’라는 키워드는 실은 비단 정권이 바뀐 오늘날 대두된 것만은 아니었다. 2000년대 초반 한일월드컵 4강신화로 대한민국의 국운이 상승한다고 모두가 들떠 있을 당시 경험했던 벤처붐의 아픈 기억이 우리에겐 남아있다. IT강국으로서 그 당시의 벤처붐만 잘 활용하고 그 에너지를 잘 이끌어 나갔다면 오늘날 대한민국은 제 2의 이스라엘이 되기에 충분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때 당시 우리는 어땠는가. 온 국민은 벤처기업에 투자하면 일확천금을 버는 것처럼 눈이 어두워있었고 젊은 벤처기업인들은 상장 후, 돈방석에 앉아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보다는 흥청망청 하기에 바쁘지 않았던가. 따라서 ‘창조경제’라는 말이 시대의 화두가 된 지금, 우리는 2000년대 초반 벤처의 성공신화는 물거품처럼 사라지고 창업의 의욕에 찬물을 끼얹은 아픈 기억들을 거울삼아야 한다. 벤처기업을 창업하려는 사람들은 오로지 이스라엘 후즈파정신의 핵심인 ‘Mission Orientation(목표지향)’과 ‘Tenacity(끈질김)’로 그 기업을 진정한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이끄는데 노력해야 하고 국민들도 벤처에 대한 생각을 일확천금이 아닌 국가경제의 페러다임을 바꾸는 밀알을 심는다는 생각으로 투자해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벤처기업에 대한국가의 기술보증기금 제도도 ‘실패로부터의 교훈’을 배울 수 있도록 가족보증제 같은 구시대적 제도를 하루빨리 바꾸어야 한다.

‘후즈파정신 대 ‘비빔밥 DNA’
대한민국은 이스라엘 못지않게 창조경제를 실현할 DNA를 갖고 있다. 그 사례로 백남준은 ‘전자와 예술과 비빔밥’이라는 수필에서 ‘비빔밥의 본질은 그것이 콩나물도, 숙주나물도, 표고도, 시금치도, 고비나물도 아니라는 점에 있다.’고 했다. 밥에 들어가는 재료들이 각각 하나씩 맛을 내기보다는 그 모든 재료들이 따로 겉돌지 않고 한데 섞어질 때 새로운 맛의 시너지가 발휘된다고 한 것이다. 바로 이것이 창조경제의 핵심이 되는 융합이 아닐까. 낡은 요소들의 새로운 결합을 통하여 한국경제가 세계를 주름잡는 날, 대한민국이 이스라엘보다도 더 빛나는 ‘창조경제’를 만들 날이 반드시 올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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