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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5 | 연재 [수요포럼]
속도를 늦추고 참여공간 열어라
편집팀(2013-05-02 16:01:13)

덕진공원과 덕진연못은 오랫동안 전주시민의 사랑을 받아온 쉼터였다. 최근 덕진공원의 의미와 역할을 더욱 확장하고자 하는 계획들이 나오고 있다. 덕진공원건지산명소화 시민모임을 중심으로 덕진공원과 건지산 일대에 대한 개발방안들이 논의되고 있고, 전주시는 덕진공원 일대 아시아전통정원조성 사업을 발표했다. 역사·조경·생태·도시계획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에 대한 청사진이 제시되고, 한옥마을과 함께 전주 명소의 양대 축이 될 것이라는 기대도 크다. 그러나 결과물에 대한 기대보다 중요한 것은 과정이다. 제대로 된 과정을 거쳐야 기대하던 성과가 나온다는 것을, 전주는 한옥마을이라는 선례를 통해 배운바있다. 현재 덕진공원과 관련된 계획들이 어떻게 세워지고 추진되고 있는지 들어보고 덕진공원이 시민들이 참여해 만든 시민의 공간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을지에 대해 의견을 나눠봤다.

사회자 | 마당이 주최하는 123회 수요포럼 ‘덕진공원, 시민의 공간이 되기 위하여’를 주제로 토론을 진행하겠습니다. 덕진공원에 대한 많은 얘기들이 꾸준히 나오고 있는데 아직 정확한 실체가 드러나고 있지 않고 있는 것 같습니다. 고민을 하고 계신 분들을 통해 이야기를 해보고 싶어서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이 자리가 덕진공원과 건지산 그 일대에 명소화 사업에서 좀 더 밑거름이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먼저 박일두 시민모임 사무처장님께서 발제를 해주시겠습니다.

박일두 | 항간에 몇 사람에 의해서 또는 자치단체장, 국회의원에 의해서 덕진공원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는 오해가 있습니다. 그건 사실과 다릅니다. 먼저 덕진공원의 옛 사진을 몇 개 뽑아봤습니다. 단오절이면 수많은 사람들이 물맞이를 하기 위해 왔었죠. 1925년 동아일보판이 사진입니다. 덕진공원 소학교 소풍(1927년) 사진도 있습니다. 이때만 해도 맑은 물이어서 많은 사람들이 수영을 하던 공간이었습니다. 이 사진은 65년 덕진연못을 항공사진으로 찍은 것입니다. 덕진공원은 오랫동안 전주의 문화공원 랜드마크였습니다. 또 생태지도상에 생태의 보고이고 전주의 허파입니다. 이러한 역사적, 생태적 가치를 갖고 있는 거점인데도 불구하고 시민들 의식에서 너무 멀어진 것이 사실입니다. 이렇게 덕진공원이 소외되는 현실을 보다 ‘그렇다면 시민들이 나서서 명소로 만들어보자’ 뜻을 모으게 됐습니다. 2009년 12월에 처음 이야기가 나왔고 2010년도 2월에 덕진공원 문화해설사이신 강회경 선생님 제안으로 추진되기 시작했습니다. 덕진공원에 추억을 갖고 계신 어르신들이 먼저 나서서 덕진공원 이대로 놔두면 안 된다고 적극적으로 참여하셨습니다. 당시 이 내용을 당시 김성주 도의원에게 제안했고, 시정발전연구원에 계셨던 김인순 박사님께 다시 제안을 했습니다. 그 후로 9월, 11월에는 두 차례 시민 토론회를 가졌습니다. 공원 답사도 하고 토론도 많이했죠. 덕진공원이 수질 개선에 대한 의견도 시민들에게 받았습니다. 몇 개 묶어봤습니다. 1안은 오수와 빗물을 구분해서 생활하수는 하수관으로 빗물은 우수관 타고 덕진연못으로 보내자는 안이었습니다. 2안은 인근 전북대 옥상이나 건물들에서 우수를 모았다가 갈수기 때 흘려보내자. 이런 제안들이었습니다. 2011년 2월 덕진공원건지산명소화 사업 전문가 준비위원회 모임을 열었고 2011년 4월 국토디자인시범사업에 덕진공원을 주제로 응모하기도 했습니다. 이 일을 하는데 무엇보다 시민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2011년 5월에는 송천동 주민들과 선진지 답사를 하고 건지산편백숲 작은음악회도 개최했습니다.같은해 6월에는 준비위원회 워크숍을 거쳐 9월 덕진공원건지산명소화 시민모임이 정식으로 창단됐습니다. 10월에서 11월까지는 건지자연학교를 10회 운영하기도 했습니다. 2012년 6월에는 전주의 시민단체들과 이 사업에 대한 협의를 진행했습니다. 전주의제21, 전북의제21, 시민행동21, 전주생태하천협의회, 전북강살리기추진단, 오송제시민지킴이 등 여러 단체와 의견을 나눴습니다. 이후로도 여러차례 회의와 토론회, 자연학교를 진행했습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많은 시민들과 단체들이 덕진공원건지산 명소화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여러 의견을 종합해 덕진공원과 건지산 일대에 대해 다섯 가지 의제를 도출했습니다. 천년의 마을, 천년의 길, 천년의 마을, 천년의 물, 천년의 숲, 천년의 문화입니다. 천년의 길은 자동차 도로로 나눠진 덕진공원 건지산 일대를 보행자중심으로 정비하자는 계획입니다. 천년의 물은 덕진호수의 수량과 수질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입니다. 천년의 숲은 숲과 사람이 공존할 수 있는 등산로를 개발하고, 건지산 본래의 모습으로 수종을 갱신하자는 제안입니다. 천년마을은 덕진공원과 건지산 권역 내에 있는 3개 마을을 되살리는 마을재생프로그램입니다. 마지막으로 천년문화는 건지자연학교와, 문화아카이브 사업을 통해 덕진공원과 건지산의 문화적 기능을 키우자는 계획입니다.이처럼 덕진공원건지산 명소화는 즉흥적거나 개인을 중심으로 진행된 운동이 아닙니다. 이 저희 시민모임에는 200여명의 회원과 37명의 운영위원이 있습니다. 올해는 전주시에서 전통정원 사업을 진행하고 계셔서 어쨌든 그 사업이 잘 되기 위해 거버넌스를 해주는 게 우리 역할인 것 같고, 그런 쪽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상 마치겠습니다.

사회자 | 2009년부터 4년 동안 계속해서 준비했다는 말씀이신데, 그간에 많은 이야기들이 오갔고 많은 내용들이 정리가 됐고 일단 기본적으로 거버넌스를 충실히 하면서 진행했던 것 같습니다. 혼자의 생각이 아니라 그 일대의 주민들과 합의 하는, 함께 가는 과정을 이행해 오신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전주시에서는 전통정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잖아요. 이것과 지금 처장님께서 하는 말씀하고는 온도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전주시에서 가진 계획들을 얘기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어떻게 다른 건지, 또 어떻게 같이 가는 건지 말씀해주시죠.

김동영 | 시민모임과 시는 지금까지 두 차례 공동으로 포럼을 개최했고, 한차례 간담회와 답사를 진행했습니다. 덕진공원 전통정원화는 두가지 의미에서 출발했습니다. 첫 번째는 전주의 관광과 시민여가 구도가 너무 한옥마을에 집중되어 있다, 북부권 시민들을 위한 여가, 그리고 관광객들을 확산할 필요하다는 얘기가 있었거든요. 또 하나는 북부권 발전을 위한 여러 가지 계획에서 덕진공원을 출발점으로 삼게 된 것입니다. 향후 에코시티나 전주 완주 통합 등 멀리 바라보면 덕진공원 전통정원사업은 그 출발점이 되는 것입니다. 저희가 전통정원 사업을 추진하기 전부터 시민모임에서 ‘덕진공원을 어떻게 시민들 쉼터로, 과거의 모습으로 다시 한 번 돌릴 것인가‘하는 고민을 갖고 계셨던 것이구요. 만나보니 저희 의견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가졌습니다. 다만 한 가지 풀어야 할 것이 있다면, 지금 저희는 덕진공원을 단순한 자연적 생태공원으로 추구하는 것만 아니고, 좀 더 시민들이 여가를 누리면서 더불어 관광객들도 즐길 수 있는, 두 가지 의미를 담고 있는데요. 그러다보니까 완전히 생태 공원이 아니라 전통정원을 조성하려고 하는 겁니다. 정원이란게 사람이 쉬기 위해서 어느 정도는 인공적인 부분이 들어가 조성한 땅이기 때문에, 그 부분에 있어서 어느 지점까지 가져갈 거냐 하는 게 조금은 쟁점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박일두 | 저도 시에서 추진하는 안이 저희 고민과 대립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공원이라는 개념이 생태 보존뿐 아니라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곳’이라는 곳이라는 의미도 담고 있다고 봅니다. 도시민들에게 공원 기능을 어떻게 회복해줄 것인가를 고민하고 성공한다면 그 자체가 세계적인 문화컨텐츠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주시가 전통정원사업을 잘 추진한다면 말씀하신대로 한옥마을 관광객 유입효과도 누릴 수 있을 겁니다. 무엇보다 전주 시민 생활권 사람들이 자주 이용하고, 말 그대로 휴식의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면 생태적으로 완전히 보존만 해야 한다 이런 건 아니죠. 문제는 생태 보존 하지 않고 정말 좋은 거점, 슬로우시티, 힐링시티 이런 건 불가능하다. 그런 것이 제 생각입니다.

문윤걸 | 다르지 않다고 말씀하시는데, 그게 저는 좀 의아합니다. 덕진공원 건지산 시민모임이 하는 일과 시에서 하려는 일은 완전히 달라요. 개념상으로. 같은 거라고 말씀하시는 것은 굉장히 문제가 있다고 봐요. 앞에서 박일두 처장님이 쭉 발표를 해주셨는데 덕진공원 건지산 시민모임은 말 그대로 현재 덕진공원이 가지고 있는 환경적인 문제를 개선하자는 사업이에요. 사업 대부분이요. 반대할 이유가 전혀 없죠. 덕진공원 주변 시민들이 더 조금 더 유익하게 더 좋은 환경을 만들자고 하는데, 열심히 한다고 박수를 쳐드려야죠. 오히려 더 도와 드려야 하고요. 문제는 갑자기 전주시에서 새로운 계획을 들고 왔다는 겁니다. 이건 환경 문제가 아니고 완전히 새로운 사업을 하겠다는 것이죠. 같은 선상에서 두고 같은 방향으로 볼 수 없는 거죠. 시에서 하고자 하는 것은 덕진공원을 완전히 새로운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것이거든요. 아시아 3대 정원, 한국 전통정원, 그것이 과연 덕진공원이라고 하는 위치에 옳으냐 그르냐는 타당성을 따져봐야 한다고 봅니다.

김인순 | 글쎄요. 굳이 완전히 다르다고는 생각하진 않습니다. 전주시가 3무의 덕진공원을 만들겠다고 나왔고요. 저희는 고민하는 장소의 역사성 또한 전통정원조성사업에서도 고민하는 내용입니다. 크게 충돌하는 부분은 없습니다. 다만 시설에 대한 부분에서, 전통정원포럼을 통해 발표자들이 발표하는 내용이 충격적이었습니다. 실은 전주시가 요구하는 내용의 주로 그리고 있는 그림은 누를, 정자를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완전히 평면인 공원을 정자를 만들거나 담장을 가지고 변화를 주겠다는 것이 발제자들이 줬던 메시지였는데요. 원래 오래 전부터 덕진연못 주변에 정자와 누가 있었기 때문에 그래서 그걸 되살리는 것 자체에는 별 이견이 없었죠. 다만 염려하는 건 혹시 갑자기 너무나 많은 과도한 시설이 집중되거나 관광에만 집약되는 것 아닌가 하는 겁니다. 그 부분을 개발속도를 늦추면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가면서 가자는 것입니다.

문윤걸 | 그런데, 전통정원이라는 게 있습니까? 뭐가 전통정원인가요? 저는 이게 다 수사적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섣부르다고 보고요. 취지에는 다 동의해요. 덕진공원 북부권 개발 거점으로 삼자, 충분히 동의하죠. 또 한옥마을에 너무 집중돼 있으니까 제2에 거점으로 필요하다는 의견에도 끄덕이고, 오랫동안 소외 됐다는 말도 맞는 말입니다. 그런데 왜 전통정원이냐 하는것이죠. 전주시 전체를 볼 때 어떻게 덕진공원을 가져가는 게 좋겠느냐와 시민모임이 덕진공원·건지산 명소화에 대해 얘기하는 것과는 다르다는 얘깁니다. 전주시 전체에서 덕진공원이 가지고 있는 비중을 어떻게 보고, 또 어떻게 하면 좋겠나를 먼저 논의해야지요. 덕진공원 하나만 가지고 얘기하는 것도 이해가 안가고요. 그 옆에 조경단이라든지, 전주가 전통문화중심도시이기 때문에 도시 계획으로 본다면 덕진도 전통의 요소들이 많은 곳이거든요. 그러면 전부 묶어서 검토를 해야 하는데, 달랑 덕진공원 하나가지고. 이것을 전통정원으로 만든다는 말은 너무 앞서가는 거라고 봅니다.

김동영 | 전통정원 조성방안에 있어서 많은 분들이 오해 하고 계시는 부분이 있습니다. 덕진 연못을 전통정원으로 만든다고 생각하시는데요. 그게 아니라 지금 전통정원의 범위는 330㎡, 건지산 일대까지 100만평정도 되는 땅이에요. 물론 단계적으로 갈 필요는 있다는 말이 나오긴 합니다만 그 부분에 있어서 조경단 역시 상징적 공간으로 이해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고요. 지금 저희가 논의할 때 한 번도 조경단을 빼놓고 얘기한 적이 없습니다. 문제가 된다면 오늘날 정원의 개념이 남아있는 게 자체가 조선시대밖에 없다는 건데요. 물론 경주 안압지가 하나 남아있긴 하지만, 그것도 원형이 아니라 안압지 하나만 조그맣게 남아 있어서 지금 현재 볼 수 있는 곳은 조선시대 정원밖에 없다는 말이죠. 그래서 개념만 조선시대로 가자, 하는것이지 공간은 전체를 놓고 보고 있습니다.

문윤걸 | 그렇다면 더더욱 전통정원조성이라는 사업명이 이상하죠.

박일두 | 저도 그 부분을 좀 말씀 드리면 지금 아시아 3대 전통정원사업이란 명칭 자체가 행정의 성과주의 냄새가나거든요. 예를 들면 100만평 전역을 놓고 어떤 하나의 명칭을 새로 부여하고, 내용에서 아시아권에서도 세계적으로 컨텐츠가 분명한 공원 기능을 회복하겠다, 이런 내용을 적어야 하는데, 제목에서 아시아전통정원이라고 딱 붙여버리니까 거기서 걸리는 게 굉장히 많은 것 같아요. 결국은 우리가 정원이라 하면 누를 지을 테고, 마당 앞에 시설물 들어설 것 같고. 실제로 지난번에 전통정원 포럼 자료를 보니까 조경 아카데미 회장님께선 조선시대정원에 있던 석물들을 많이 나열 해놓으셨더라고요. 그런 건 돈만 있으면 누구나 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덕진공원, 덕진지가 갖고 있는 역사성과 지역 문화적 특성을 이용해야 한다는 것이죠. 서울사람도 와서 ‘거기가면 특이하다’ 하는 곳. 한국가면 거기 괜찮다 하는 목표설정을 주민들도 같이 해야 하는데 제목에서 좀 걸립니다. 제목을 좀 바꿨으면 좋겠습니다.

문윤걸 | 방금 김동영 박사님 말씀이 시의 계획이라고 하면 전통정원은 정말 이상한 것이 됩니다. 왜냐하면 덕진공원의 가치를 전통정원으로 좁혀버렸으니까요. 그 큰 조경단까지 포함 돼 있다면 더더군다나 정원이라는 조그만 의미로 다 몰아버린 게 되잖아요.

김동영 | 정원 개념에 대한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요. 보통은 정원이라 하면 궁궐정원이 가장 잘 남아있고, 궁궐정원은 말 그대로 특정인을 위한 정원이란 말이죠. 일반인들이 향유할 수 있는 형태의 정원은 아닙니다. 궁궐정원 대표적인 예가 북경의 이화원 같은 황제가 쓰던 정원들인데, 일반인은 쓰진 않았죠. 일반인들이 만들어서 쓰던 정원은 담양 소쇄원 같은, 양반들이 만들어 놓은 정원이 있고. 서원에 딸린 정원이 있고요. 그런데 한국사회에 있는 정원의 규모들이 큰 건 없다 보니까, 정원하면 작은 정원을 떠올리는 것에 익숙해져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저희가 그런 차원에서 일본이나 중국 등 외국 벤치마킹을 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게 규모에 따라서 정원의 개념이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는 겁니다. 전주가 전통문화에 대한 상징적 공간이라고 할 때, 주거와 인문학적 생활공간으로서의 한옥마을이 있다면, 자연과 생태적 공간으로서의 원형들이 분명히 덕진공원에 있습니다. 이것을 새롭게 재발견하고 재창조하는 과정들이 필요한데, 그걸 옛날의 방식을 되돌려보자면 인간 친화적이고 생태적 모델이 바로 전통 정원이라고 개념을 잡은겁니다. 그런 차원에서 시민모임이 얘기하고 있는 생태의 복원과 환경개선 개념이 함께 간다고 본 거죠. 이 정원화 작업에서 정원의 요소 중에 물을 활용하거나 정자, 루, 석물을 활용하기 때문에 이런 걸 도입할수 있다고 한 것이지 이걸 꼭 넣어야 한다고 말한 것은 아닙니다. 어떻게 효율적으로 자연친화적이면서 생태적 공간으로 만들거냐 하는 게 숙제로 남아 있는 것이지, 대립적 개념은 아니다고 봅니다.

박일두 | 유추해보자면 순천정원박람회도 있고, 심지어 저희한테도 정원 엑스포를 계획해봐야 된다. 이런 제안들도 왔는데요. 시대적 조류도 따라 명칭도 떠올랐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이제 명칭은 다소 애매한 부분이 있습니다. 저는 처음 전통정원조성방안을 들었을때 문제제기를 했던 게, 문화적 마인드뿐만 아니고 생태와 수질부터 고민해봐야 할 것이라고 이야기를 했는데요. 그런데 요즘은 영역을 넓히는 것에 동의를합니다. 명소화하려면 관광자원화하는 것이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까 김동영 박사께서 말씀하신대로 생태적으로 문화적으로 잘 복원하고 그러면 잘 될것 같습니다. 우리가 꿈꾸던 것들을 시가 잘 해주는 거니까 좋은 거잖아요. 그러면서도 정원이란 단어가 계속 시민들에게 홍보를 하면서 막히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문윤걸 선생님께서도 제안하는 게 아마 그런 지점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향후 사업이 끝났을 때 명칭을 아시아전통정원이라 할수는 없을 거 아니에요. 기존대로 덕진공원이라 하든지 아니면 시민 공모로 해서 뭔가 다른 명칭이 부여돼야 하겠죠. 그래서 그 공원이 아시아 3대 전통정원이 되도록 하는 거지, 행정 서식에 아시아전통정원이 아예 제목이 되어버리니까 문제가 되지 않을까 싶거든요.

사회자 | 이야기를 들어보니 시민모임과 전주시가 공유가 안 되는 부분이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김동영 | 그렇게 생각하시면 무리가 있고요. 현재 시민모임하고 전주시와는 굉장히 긴밀한 관계 속에 모임을 가져가는 게 사실이니까요. 단적인 사례로 서로 두 차례 포럼을 했는데 첫 번째는 ‘정원의 개념이 가능 하냐’라는 포럼을 한차례 했고요. 두 번째는 ‘덕진공원이 가지고 있는 스토리와 역사성을 어떻게 반영할 거냐’ 하는 토론을 했습니다. 마지막은 마을주민들과 상생방안이었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서 천년의 물길찾기 같은, 명소화모임에서 진행해온 과정들이 수용되고 있습니다. 물론 정원이라 하는 것이 단순히 생태만 복원하는 방향은 아니라고 봅니다. 하지만 정원전문가들이 주장하는 것들이 중국, 일본과 한국 정원이 다른 가장 큰 특징이 자연친화적이라는 거거든. 가능하면 훼손하지 않는다는 거죠. 저희가 생각할 때, 정원의 개념 자체가 그래요. 주인이 되는 건물이나 공간이 있는 거고, 그 공간을 둘러싸고 있는 뜰을 휴식이나 또는 편의, 즐기기 위해서 꾸며놓는 거거든요. 그게 정원이에요. 정원 자체를 생태복원으로 상충 되는 개념으로 가져가는 것도 문제고, 정원이란 개념이 너무 개괄로 가기 때문에 생태 복원만 하는것도 어폐가 있다고 보는 겁니다. 종합적 개념으로서 생태적 복원과 약간의 재창조, 이런 게 결합된 개념이 정원이 아닌가 보고 있습니다.

김인순 | 잠깐 정리를 해보자면, 저희가 시민모임에서 또 김성주 의원님이 하고 있는 게 생태 복원만 하자, 복원해야 한다, 그 외엔 안된다 이런 건 아닙니다. 환경과 사람이 어울려 되는 살아온 삶을 최대한 복원하는 입장에서 가자고 했던 거고요. 그간 편의에 의해 사람이 공원에서 즐겨야 될, 혜택을 누려야 될, 혹은 보호받아야 될 환경들이 계속해서 밀려나고 있기 때문에 그것을 다시 중심으로 옮겨오자는 겁니다. 생태만을 이야기하고 나머지를 배제하고 가자는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전주시민이 다시 사랑하게 되고 좋아하게 되고 이용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이 공간에 우리말고도 다른 사람들이 들어올 것이고, 들어오게 되면 관광하십시오, 얘기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찾게 될 겁니다. 저희 출발은 전후를 놓고 봤을 때 내부인들이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좋겠다는 겁니다. 전통정원이라 하는 것도 단순하게 생각하기로는 후백제 선조들부터 우리 후예들까지 같이 공유하던 자원이라고 봅니다. 모두가 공유하는 공간, 뜰이지요. 이렇게 이해를 했었고, 여기서 전통은 아스팔트, 철근, 콘크리트가 없는, 그래서 가장 자연적인 공간으로 만들자 생각했습니다. 이것이 슬로시티, 힐링의 공간이 되는 것이라고 했던 것이죠. 이게 잘 되고 주변의 공간들로 영역을 확장하게 되면 전주는 그야말로 슬로시티가 될 것입니다. 전통정원을 얘기했을 때 크게 저항하지 않았던 부분은 그런 포괄적인 의미를 갖고 있겠다 생각해서였습니다. 덕진공원과 건지산이 방금 말씀드렸던 것처럼 슬로시티의 거점이고, 사람들을 치료해주고 즐길 수 있는 일종의 문화해방구가 됐으면 좋겠다는 게 이야기의 출발점이었습니다. 그런데 전주시에서 하고 있는 전통정원은 관광에 포커스를 두고 있는 것 같아서 속도와 영역에 대한 개념에 대한 부분을 맞춰가자 했던 것입니다.

사회자 | 잘 맞춰지고 있나요?

김인순 | 조정을 하고 있는 과정이죠. 그걸 위해서. 전주시도 명확하게 ‘무엇이다’ 짚고 있는 부분은 아니기 때문에 충분히 조정할 수 있다고 봅니다.

김동영 | 그런데 관광이라고 하는 개념도 오늘날에는 시민들의 여가공간이 빠진 관광은 무의미합니다. 시민들이 찾지 않는 관광은 불가능한 겁니다. 그런 차원에서 전주시에서 이야기하는 관광의 개념도 거기에 살고 있는 시민들이 사랑하고 자주 휴식할 수 있는 공간 중심으로 가야한다고 생각해야지, 단순히 외지인들만을 위한 편의시설 중심의 공간의 개념은 아니라고 보고요. 현재 이야기되고 있는 덕진공원 공간을 관광자원으로 본다는 것은 초점이 시민들의 여가 공간, 그리고 그 공간에 외부에서도 같이 오는 공간으로 봐야할 것 같다고 봅니다.

문윤걸 | 김인순 박사님이 제가 하고 싶은 얘기를 다 해주셨어요. 바로 그런 것들에 대한 논의가 선행되고 입장정리가 된 뒤에 세부 계획들이 들어가야 되는데 마음이 급하고 얼른 성과를 내려다보니까 그런 거죠. 사전에 서로 비전에 철학을 공유하지 못하고 당장 해야 될일들을 수집을 하는 거예요. 이제 해야 할 일은 다 수집이 되어 있어요. 그런데 전부 하고나면 과연 저 모습이 어떻게 되어 있을까 하는 거죠. 사전에 덕진공원을 어떤 관점과 철학으로 바라보고 어떤 비전을 가지고 만들어갈 것인지 더 많이 이야기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거기에 따라서 우선할 것 나중에 해야 할것을 나눠야 하지 않느냐 생각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너무 계획만 나와 버렸다는 거죠.

사회자 | 박일두 처장님은 어떻게 보십니까?

박일두 | 이왕 전주시가 한다고 하니까 목표설정이 시민들이 생각하는 쪽으로 하게 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서로 우호적으로 네트워크를 통해 우리 전문가들의 이야기도 들어달라고 주장하는 입장이고요. 실은 처음에는 시민모임에서 여론을 형성했든 어떻든, 덕진공원에 대한 필요성이 느껴지니까 전주시에서 성과주의적인 측면에서 서두르는 건 아닌가 걱정도 했습니다. 하지만 서로 이야기를 나눠보면서 전주시 공무원 분들이 가지고 있는 의지가 상당히 깊은 것 같아서 그런 걱정은 덜었습니다. 사실 이렇게 대화를 하면 커뮤니케이션이 되는데, 실제 실행 하시는 분들을 만나면 좀 답답합니다. 저는 이 일 때문에 일주일에 두 세 번씩은 현장답사를 갑니다. 오늘도 뵈었는데, 이미 결정해놓고 동의 구하는 식으로 말씀을 하세요. 그럴 때면 당혹스럽습니다. 시에서 주관했던 지난 두 차례 토론회가 저는 사실 가슴에 확 와 닿지 않았습니다. 지난 5일에는 시민모임에서 덕진공원 관련 시민 토론회를 했습니다. 저는 그날 토론회에서 아주 의미 있는 지적들이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그날 제가 느꼈던 건 ‘역시 이건 서두를 일이 아니다’는 겁니다. 덕진지의 역사만 해도 아직 학자들마다 의견이 분분합니다. 학계의 도움도 받고 개념 정리부터 해야 한다고 봅니다. 또 덕진공원 포함, 건지산 일대 105만평에 존재하는 생태, 문화지표조사가 전혀 없었어요. 이런 조사를 통해 생태·문화적으로 무엇을 지켜내고 무엇을 증진 시켜나가야 될 것인가 하는 개념정리가 되지 않은 채 사업이 추진되는 건 아닌가 싶습니다. 저희가 작년에는 덕진연못 수질에 대해 전주시 TF팀과 시민공청회를 했는데요. 올해는 천년의 길을 중점적으로 하고 있는 중 입니다. 더불어 사업 권역 내의마을, 네 군데 마을까지 포함해서 내부적으로 정리를 좀 하고 TF팀과 논의를 할 겁니다. 그런데 전통정원조성 사업에서 그런 각 분야에 대한 고민이 없이 조경관련 용역에 맡겨버리면 하나의 목표만 남을 거라는 거죠. 좀 더 진지하게 같이 추진해줬으면 좋겠다는 겁니다.

김동영 | 저희가 계속 포럼을 하고 간담회를 하고, 또 시민들 의견수렴을 한 이유가 용역의 방향을 잡기 위해서였습니다. 지금 이 자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처음에 저희가 용역하려 했던 내용도 그런 의견을 반영해 계속 수정되고 있습니다. 왜 첫 용역 발주 내용이 중요하냐면요 우리가 뭘 요구할 것인지 정확히 알고 맡겨야 하기 때문입니다. 사실 그 범주가 계속 늘어나고 있어요. 처음에는 말씀하신대로 조경적 관점이 굉장히 강했는데 최근에 스토리와 역사에 대한 이야기하면서 이 부분도 굉장히 중요하다는 걸 느꼈고요. 사학자들과 의견도 나눴습니다. 아직 의견이 분분합니다. 이런 내용을 학계에서 논의하고 사회적으로 합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또 방금 말씀하신대로 개발사업에서 가장 먼저 하는 것이 문화지표와 생태지표조사인데 이런 부분들은 어떻게 할 건지도 고민하고 있습니다. 지금 현재 발주를 준비하고 있는 용역은 기본계획입니다. 그 안에 어디까지 포함할 것인지 고민 중이고요. 실시계획으로 넘어가기 전 에 어디까지 갈 거냐 하는 것들이 구체화되는 단계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다양한 의견이 쌓이고 쌓여서 좀 더 발전된 용역제안서와 이후 계획들을 짜고 있습니다. 실제로 4월에 발주하려했던 용역이 지금 계속 미뤄지고 있어요. 계속 토론과 간담회를 하면서 새로운 내용이 나오고, 그걸 반영하다 보니까 미뤄지고 있는 겁니다. 그런 상황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문윤걸 | 예를 들어서 그 제목을 덕진공원·건지산에 관한 계획이다, 이런 식으로 용역이 간다면 동의하는데 처음부터 아시아 3대 정원을 만들겠다 박아놓고 계획을 내니까, 만약에 계획대로 안 되면 도중에 그만하겠어요? 어떻게 해서든지 정원을 만들려고 계획을 짤 거아니에요. 그게 이상하다는 거죠.

김인순 | 저희가 김성주 의원님 사무실에서 시민토론회를 다시 개최했을 때 이게 전통정원이라 표현하는 게 맞나? 라고 하는 물음을 굉장히 많은 분들이 던졌어요. 참석하신 분 중 반절 이상은 그랬습니다. 그때 문교수님도 참석하셨는데, 정말 중요한 방점을 찍으셨어요. 한옥마을과 전통문화도시 조성을 했었을 때 시민과 관과의 거버넌스가 얼마나 촘촘하게 짜여있었는가를 상기할 필요가 있다고 말입니다. 이 사업의 용역발주를 5월 안에 해야 하기 때문에 그 안에 의견수렴을 다 해야겠다고 하는 게 아니라 보다 여유를 두고 들어올 수 있는 다양한 요구들 받아 안고 그리고 어떻게 이것을 실현할 건가 하는 고민들을 훨씬 더 넓게 해야 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전통문화도시를 조성한다고 했을 때 그 거점 공간을 한옥마을로 뒀었던 것처럼 실제로 이 공간에 일종의 건강한 개발을 한다고 한다면, 그 관계형성이 정말로 중요합니다. 용역사에게 이걸 모아서 준다고 하더라도 용역사 혼자 독주하게 두면 결국 용역사가 만들어내는 결과가 되는것 아닙니까. 그날 그 문제를 문교수님이 짚어주셨는데 실제로 그 토론 자리에서 가장 많은 이야기가 오고갔지만 가장 중요한 부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자 | 가장 우려되는 부분입니다. 전체적으로 전주시민과 전주시와 거버넌스를 같이 구성하는 방안에 대해 고민이 필요할 것 같은데요. 우린 선례가 있잖아요. 한옥마을을 통해 어느 정도 그것이 가능하다, 그렇게 하면 잘된다는 경험이 있기 때문에, 그 경험을 살려보자는 건데요. 지금 현재의 상황은 시측에서는 아니라고 말씀은 하시지만 밖에서 보기에는 그 선례를 잘살리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문윤걸 | 그걸 꼭 용역으로 해결해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들어요. 저는 시민모임이 내놓은 이 계획이 너무 좋거든요. 이건 현상을 개선하는 거예요. 바꾸는 게 아니라. 개선을 해나가겠다 시민들이 뭔가를 하겠다고 나섰단 말이에요. 그렇다면 시 입장에서는 이 사람들을 후원해서 열심히 하게 하고 이 모임 속에서 다양한 계획들이 나오게 하고 시는 그 수많은 계획들을 정리해서 그걸 가지고 목표와 비전을 삼아서 나가면 아무도 뭐라 할 사람 없거든요. 그런데 뭣에 쫓기는지 먼저 계획을 세워놓고 이 용역을 하라고 거꾸로 시민들한테 들이대면 안된다는 거죠. 제 생각에는 일의 순서를 바꿔야 할 것 같아요. 용역에게 주는 시간과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 모르지만 지금까지 수많은 전문가들을 불러서 계속 토론회를 하고 있잖아요. 그러면 나는 그걸 쓰면 된다고 생각해요. 토론의 결과가 보고서로 나오면 그게 용역보고서라는 거지. 전문가들이 쭉 진행하는 것이 좋은 면도 있겠지만 이 경우는 이미 시민들이 진도를 많이 나가있기 때문에 그런 방식으로 한번 해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김동영 | 방법적으로 나쁘지 않다고 봅니다. 이게 추진의 방법이 문제인 것 같습니다. 저는 계획을 세우는 문제하고 추진을 하는 문제하고 약간 다르게 봐야한다고 봅니다. 그러니까 덕진공원 전체, 100만평 되는 땅을 생태적으로 문화적으로 앞으로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가 마스터플랜은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게 어떤 몇사람 주민들이 하자고 해서 만들 수 있는 게 아니고 실제로 큰 그림이 전문가들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것은 필요하다고 보고요. 다만 단순히 그 계획에 의해서 전에 했던 계획들이 깡그리 뒤집어 지는 방법은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그 전에 추진해왔던 시민모임들을 더욱 활성화하면서 새롭게 만들어지는 사업들을 하나씩 방향을 잡고, 추진 방법에 있어선 굉장히 밀접한 거버넌스 방법으로 가는 게 맞다고 봅니다. 계획을 세우는데 있어서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주민들의 의견, 아이디어, 그걸 공모하는 내용도 현재 용역제안서에도 들어 있습니다. 간담회, 공청회를 몇 차례 할 것인지, 그걸 전문가들이 한달에 한 번씩 보고하라는 부분도 제안돼있어요. 생각보다 촘촘하게 요구를 하고 있습니다.

김인순 | 덕진공원에 관련한 용역이 없었을 것 같지만 이미 97년에 굵은 책자로 있었고, 그 다음에 2005년, 2007년 그 이후에 도시정계기본계획, 도시재생팀에서 만들어 낸 것 마스터 플랜이 있습니다. 공개입찰을 통해 용역사를 정하겠지만 기존처럼 주제를 주고 이만큼 해 와라 하면 괴리가 생깁니다. 여기서 말하는 괴리는 나쁜 말이 아니라 용역에서도 자신들의 의견을 만들어가려는 경향이 있을 거란 말이죠. 그런데 이미 아래서부터 모아진 내용들이 이만큼 나왔고 이걸 수렴해가면서 정리 하는 것이 더 건강한 자료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문윤걸 | 한옥마을에서 배울 점은 관광객이 많이 오는 결과물보다 추진과정입니다. 그 때도 기본계획이 처음에 나올 때 그 보고서가 얼마나 중요했겠어요. 그 보고서가 잘 나오게 하기 위해서 사전에 굉장히 많은 노력을 했죠. 이게 워낙 큰 계획이었고 많은 비용이 들어가서 전북권에는 맡을 사람이 없었어요. 더군다나 국가를 상대로 하는 계획이기 때문에요. 국가에서 인정해 줄만한 연구소에서 해야 되잖아요. 그래서 서울에 맡길 수밖에 없었어요. 그런데 우리는 너무 불안했죠. 왜냐면 어떤 보고서가 나올지 빤하죠. 항상 해보니까. 그래서 우리가 먼저 예산 일부를 떼서 지역에서 먼저 용역을 했습니다. 전통문화중심도시추진단에서 연구자들 중심으로 먼저 용역을 해서 ‘플러스 천 프로젝트’라고 하는 보고서가 먼저 나왔어요. 그것을 만들어 놓고 용역제안서를 만들었어요. 이게 전북의 의견이라고 그 보고서를 주고 용역팀을 짤 때 반드시 지역의 연구원들을 거의 동수로 넣어달라고 요구했어요. 귀찮은 일이죠. 서로 왔다 갔다 해야 하니까요. 지역 연구자들은 항상 지역에 와서 회의 하고 다시 토론 하고 그 결과를 가지고 반영하고. 그래서 지금도 그 보고서는 가장 유용하다고 봐요. 잘 만들어졌고 지역의 의견이 충실하게 반영됐다 생각합니다. 요구사항을 꼼꼼히 넣는 것도 중요하지만 오히려 지역 연구자들이 어떻게 참여해서 공동연구를 해나갈 것이냐 그게 더 중요할 수 있습니다.

사회자 | 말씀을 듣다 든 생각인데요. 누가 주체가 돼서 어떻게 진행을 해야 할까도 생각해봐야할 것 같습니다. 현재처럼 전주시가 주도하고 시민이 서포트 하는 게 맞는 건지, 아니면 주체를 시민위원회나 추진위원회등 기구를 만들어서 맡기고 시에서 서포트 하는 게 맞는지 이런 것도 고민해야하지 않을까요?

김동영 | 저희는 이렇게 하면 좋겠어요. 현재도 용역 전에 계속 시민모임이나 공청회를 하고 있는데, 덕진공원 문화지킴이 모임에서 제안서를 줬어요. 10여 페이지정도 되는 제안서를. 이런 내용이 포함됐으면 좋겠다 하는 것을요. 그 열정에 저희들도 깜짝 놀랐습니다. 그걸 충분히 반영을 하겠다고 말씀드렸고요. 용역연구 과정 안에서 주민 분들의 제안들, 성과들을 담아내는 게 꼭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게 꼭 한옥마을식이라고 하긴 그렇지만 갈수록 주민밀착형으로 가는 것이 더 중요해지고 있거든요. 그래서 그런 것들을 어떻게 해서든 더 넣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 방안들을 용역 연구 안에 할 수 있도록 강제하는 것도 어떻게 보면 밖에서 활동하고 있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커지면 커질수록 더 강해지는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전주시도 노력해야겠지만 바깥에서 시민들의 적극적인 요구도 필요합니다. 그 과정은 반드시 지역주민들과 함께하는 방향으로 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김인순 | 김동영 박사님 말씀의 배경에는 전주시가 메인이 되서 나머지 이야기를 우리가 흡수해서 전달하겠다는게 전제돼 있거든요. 이건 행정중심적 사고입니다. 협의기구를 만들어서, 물론 협의체를 구성하는 것도 전주시가 하겠지만, 그 안에서 시민들이 일정한 역할을 담당을 하게하고, 전주시도 그 안에서 목소리를 내서, 그 협의체를 통해 방안을 내도록 하는 게 우리가 오늘 얘기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데 중요한 부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김동영 | 맞는 말씀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일두 | 저도 김동영 박사님이 말씀하신 토론회 현장에 있었습니다만 반대로 똑같은 현상을 보면서도 사실 답답했거든요. 주민들의 의견을 어떻게 바라보는가에 시각차가 좀 있는 것 같습니다. 주민 의견을 다 모으는것도 좋은데, 저희 내부에서도 여러 의견들이 있습니다. 그 의견들을 단순히 자료로서 쓸 건지, 이 자료를 바탕으로 하나의 목표설정을 함께할 건지 이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시민모임에는 동네 주민뿐 아니라 각 분과의 전문가들도 있거든요. 회의 20여 차례했지만 식사도 제대로 못 챙겨드립니다. 그런데 우리 동네 일, 우리 일이라고 생각하시기 때문에 열정을 다해서 참여하시는 전문가들이 있습니다. 그런분들과 지역주민들이 바탕이 돼서 기본계획이나 목표설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마을사람들에게 시에서 어떤 목표를 전달하고, 거기서 의견을 수렴해서 시 쪽의 전문가가 그 보고서를 쓴다면 그것도 어떤 의미에서는 소통이 안 되는 행보라고 봅니다. 요식행위보다는 직접 시민을 주체로 세우는 실제적 거버넌스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사회자 | 의견이 모아진 부분들이 많이 있어서 유익한 토론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한 말씀씩 부탁드리겠습니다.

문윤걸 | 저는 지금 시점에서 ‘전통정원이다’ 이렇게 못 박지 말고 갔으면 합니다. 하나의 예인데요. 사업이름을 예를 들면 ‘전주덕진역사공원화사업’ 이렇게 큰 바운더리로 묶고, 그 하부내용으로 어디는 전통정원사업, 어디는 덕진지 사업, 이렇게 하면 모두가 이해하기가 쉽습니다. 전통정원조성사업이라 해놓고 ‘전통정원이 덕진공원만 얘기하는 게 아니고 건지산 일대까지 대상으로 합니다’ 하면 이해가 어렵거든요. 시민참여도 그렇습니다. 이미 전통정원하겠다고 하면 시민이 들어갈 자리가 없죠. 전문가들이 만드는 거지요. 그러니 서로 오해 없이 추진하려면 사업명을 다시 하자는 거죠. 그 속에서 부분별로 시민들이 해야 할 사업, 전문가들이 해야 할 사업 이렇게 세분화해서 지혜를 모으면 좋지 않겠나 생각하고 기획을 다시 하면 어떤가 싶습니다.

김동영 | 정원이라고 하는 것은 현대에서 새롭게 만든 개념이 아니고 과거에 우리 조상들이 자연을 즐기는 하나의 수단을 찾은 거거든요. 현대에서 이걸 어떻게 재창조하는가가 숙제라고 봅니다. 단순히 정원을 만드는 개념이 아니라 더 크게 봐주셨으면 좋겠고요. 오늘 토론회에서 더 강하게 다가오는 것은 지역주민들이 단순히 의견 제출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들이 직접 만들어 갈 수 있는 통로를 열어주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봅니다. 용역 전문가들이 참여할 수 있는 그런 컨소시엄을 하고 있었거든요. 그런 방식뿐 아니라 주민이 참여할 수 있는 거버넌스가 필요하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오늘 토론은 그런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박일두 | 토론이 상당히 유익했습니다. 이 자리를 마련해주신 마당에 감사드립니다. 전주시에서 추진하는 사업이 정말 잘되었으면 하는 게 저희 시민모임의 입장이고요. 다만 목표를 좀 분명히 했으면 좋겠습니다. 예를 들면 한마디로 떨어지는 걸로 하자는 거죠. 아시아 3대전통정원이 목표가 될 순 없는 거잖아요. 슬로우시티 거점이든지, 힐링 거점이든지, 어떤 공원인지, 무슨 공원인지 한 문장으로 떨어지는 목표설정을 명확히 했으면 좋겠습니다. 언어 하나에 의해서 과업이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인순 | 유익한 토론이란 말씀에 저도 공감합니다. 저희는 2009년부터 지금까지 속도는 느렸을지라도 많은 사람들과 함께 어떻게 하면 더 풍성하게 채울까 고민을 많이 해왔습니다. 강회경 시민모임 대표님은 이게 죽기 전에 해야할 필생의 과업이라고 할 정도인데요. 그 주민들의 염원을 담아서 예쁘게 만들어가고 싶고요. 시민들의 의견을 다 담겠다고 하셨는데 그 자체는 공감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담아가는 과정이, 행정 중심으로 가게 되면 속도가 굉장히 빨라요. 그 속도에 대해서 조바심 내지 말고, 좀 늦추더라도 제대로 가면 좋겠습니다. 시가 중심이 아니라 협업해서 간다는 걸 끊임없이 채근해보자 하는 거죠. 행정은 ‘고’만 있고 ‘백’이 없다고 하잖아요. 한번 앞서나가기 시작하면 돌이키기 힘듭니다. 시민과 함께 갈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태도가 바탕이 되면, 덕진공원도 성공 시킬 수 있고, 그 이후에 북부문화권이든 슬로시티든, 힐링이든, 관광이든 다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결국엔 시민과 관의 적극적인 거버넌스가 가장 중요합니다.

사회자 | 이 사업에 중요한 역할을 해주실 분은 김동영 연구원인 것 같습니다. 오늘 말씀들을 잘 정리해서 시에 잘 전달했으면 하는 바람도 있고, 시에서 하는 이야기도 시민들에게도 잘 전달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업명부터 시작해서 다시 목표를 분명히 하자는 말씀도 주셨고, 주민의 참여 통로를 만들어달라는 얘기도 있었습니다.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도 다시 한 번 강조됐고요. 저는 오늘 토론을 통해 덕진공원 전통정원조성 사업이나 명소화 이전에 결국은 거버넌스가 다시 한 번 시험대에 올랐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떤 형태로든 서로의 의견이 잘조율돼서 조화롭게 사업이 진행되길 바랍니다. 오늘 말씀 모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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