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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5 | 연재 [성재민의 올댓소셜]
페이스북이 생각을 망치는 이유
성재민(2013-05-02 16:02:16)

일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하루 종일 페이스북을 한다. 모바일, 데스크탑, 태블릿까지 하루종일 쉴 새 없이 접속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을 업으로 삼고 있기에 항상 접속된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야 당연하지만 요즘은 좀 심하다 싶을 정도로 페이스북 접속이 과도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침에 눈을 뜨면 일단 페이스북과 트위터의 피드를 살핀다. 잠자리에서 일어나기도 전에, 정신이 깨고 눈을 뜨자마자 자연스럽게 스마트폰으로 손이 간다. 출근시간 중간에도 틈틈이 뉴스피드를 살피고, 출근 후에는 일단 페이스북부터 켜놓고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대낮이나 업무시간, 저녁시간에는 말할 것도 없다. 잠들기 전까지, 심지어 자다가도 뉴스피드 확인을 수시로 한다.) 항상 켜놓고 있기에 뉴스피드 확인은 100%에 가까울 정도고, 심지어 페이스북 친구가 1천명이 넘는데도 불구하고 뉴스피드에 새 글이 올라오는 속도보다 피드를 확인하는 횟수가 더 많아 자꾸 ‘새로고침’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처음에는 ‘일이라서 그러려니’했는데 이쯤되니 이제 중독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과거 트위터에도 중독되어봤고, 블로그에도 중독되어 봤다. 그러나 페이스북 중독은 이전의 그것들과 사뭇 다르다. 피드 확인에 집착할 수록 나 스스로의 생각을 잃어가는 느낌이다. 페이스북은 트위터나 블로그보다 더 사적인 이야기가 많다. 허세를 부리는 사람부터 자신의 복잡미묘한 감정을 그때 그때 털어놓는 사람까지 다양하다. 좋은 정보를 주는 사람도, 그동안 알지 못했던 새로운 정보를 전해주는 사람도 많다. 포털에서 ‘헉’이나 ‘충격’ 같은 기사를 읽느니 페이스북 뉴스피드에서 사람들의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접하는 게 훨씬 더 재미있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페이스북 중독은 자꾸 남의 일상에 집착하게 만든 페이스북이 생각을 망치는 이유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궁금해하고 재미있어 하는 것은 모든 사람들이 갖는 근본적이고 비슷한 속성이지만 그 수준이 지나치게 되면 자신에 대한관심보다는 남에 대한 관심이 더 커져 스스로를 잃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최근 느꼈던 생각들이 그렇다. 평소 어렵지 않게 운영하던 개인블로그에 대한 글감찾기나 쓰기가 조금씩 어려워짐을 느끼며, 그동안 내가 얼마나 뉴스피드로 ‘남의 일상’에 궁금해 하느라 내 스스로의 생각을 발굴하고, 다듬고, 풀어내는데 약해졌는지를 깨달았다.자신만의 생각이 없어지는 이유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나는 페이스북에 대한 지나친 관심과 집착이 충분히 문제일 수 있다고 본다. 일상이 바쁘고 몸이 힘들어서 스스로 생각할 여유나 글을 써낼 여유가 없다고 말할수도 있겠지만, 그런 문제들은 이미 여러 해 동안 블로그를 운영해오면서 충분히 겪었고 또 극복해왔던 문제들이다. 글을 써야겠다는 굳은 의지와 글감만 있다면 물리적이거나 상황적인 문제들은 그리 큰 장애가 되지 못했었다.

그러나 페이스북 중독은 사람의 ‘관심’을 빼앗는 문제이기 때문에, 다른 어떤 문제보다 심각하다. 다른 사람에게 관심 갖느라 스스로에 대해 생각하지 못하게 되는 모순에 빠지게 될 뿐만 아니라, 페이스북에 올라오는 주로 짧은 글과 이미지로 생각하게 되기 때문에 논리적 사고나 비판적 사고에 취약해지게 되기도 한다. 그래서 당분간 페이스북 사용량을 크게 줄여볼까 한다. 개인적으로 ‘중독’이라 느끼고 있는 이들이라면 현재보다 페이스북 활용시간을 크게 줄이시길 권한다. 정말 급한 연락이 페이스북으로 오는 경우라면 모르겠지만, 대부분의 뉴스피드나 알림으로 우리에게 전해지는 내용들은 크게 중요하거나 급박하게 돌아가는 경우가 별로 없다. 실시간으로 항상 접속해있지 않아도 괜찮은 이유다. 페이스북 자체가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페이스북을 통해 다른 사람의 일상에 집착하느라 스스로의 삶에 무관심해지는 ‘현상’이 문제라는 것이다. 그리고 페이스북 중독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이들에게 스스로 글을 쓰는 시간을 가져보길 권한다. 종이에 마인드맵을 그려보거나 생각을 정리하는 다이어리를 써도 좋다. 타인의 이야기는 언제나 매력적이지만 디지털 시대에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기 위해선 언제나 ‘나’에 대한 관심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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