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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5 | 연재 [읽고 싶은 책]
<채식의 배신> 외
임주아 기자(2013-05-02 16:03:16)

<채식의 배신> - 리어 키스 지음/ 김희정 옮김/ 부키 펴냄
불편한 채식의 두 얼굴. 최근 채식주의자들 사이에서 논쟁서가 되고 있는 <채식의 배신>은 20년간 극단적인 채식을 실천하던 비건(vegan) 출신의 저자가 채식주의의 주요 주장이 무지에 기초한 것이었음을 뒤늦게 깨닫고, 도덕적, 정치적, 영양학적 면에서 그 주장을 논박하는 책이다. 저자는 채식주의가 생명 존중과 정의, 지속 가능한 사회 추구라는 좋은 의도에도 불구하고 무지와 오해로 인해 사람들을 잘못된 길로 인도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그러면서동물 권리주의, 농업의 파괴성, 기아의 해결책으로 곡물이 제시되는 것의 타당성 등 채식주의 진영의 가치들을 검증해 나간다. 또‘포화 지방과 콜레스테롤을 많이 섭취할수록 심장 질환 위험이 높아진다’는 지방 가설을 반박하고 채식주의자들이 만병통치약처럼 떠받드는 콩(대두)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한다.생명에 대한 연민과 개체 간 평등 의식을 온당하게 유지하면서 평화롭게 육식을 받아들이는 저자의 생태론적 세계관이 돋보인다.

< 실수하는 인간> - 정소현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너를 닮은 사람」은 ‘오싹했다’. 작품을 읽고 작가가 궁금해진 것도 드문 일이었다. 내친김에 얼마전 나온 그의 첫 소설집을 샀다. 역시 반전의 이야기꾼다웠다. 빈틈없는 긴장의 연속, 페이지를 넘기지 않고는 알 수 없는 의중. 무엇이 그를 이렇게까지 생각하게 만드는지 궁금했다. “우리 문학에서 흔치않은 집중력”(남진우 시인)이라는 말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이 소설집에는 그의 신춘문예 당선작「양장 제본서 전기」를 포함한 9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실수하는 인간」을 읽으면 모든 사람이 의심스러워지고,「돌아오다」를 읽으면 자다가 귀신이 보일지도 모른다. 첫 책이라 더 매혹적이다.

< 우리는 다른 집에 산다> - 소행주 박종숙 지음/ 현암사 펴냄
우리, 코하우징 해볼까? 도시 주거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은 하루 이틀 된 이야기가 아니다. 도시민들이 ‘하우스푸어’ 혹은 극단적인 표현으로 ‘집 마련의 노예’가 된다는 말이 괜한 게 아니다. 우리는 다른 집에 산다는 일명 ‘성미산 마을’에서, 개인이 감당하던 도시 주거문제를 여럿이 함께 해결해보자고 의기투합한 아홉 가구가 코하우징 주택 ‘소행주 1호’(서울시 마포구 성산동 소재)를 짓고 사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코하우징(Co-housing)은 함께 집을 짓는다는 의미. 소행주 1호가 지어진 후 여러 매체에서 이곳을 다뤘지만 이 책에서는 더불어 살기를 도모한 과정, 우여곡절을 극복하며 이뤄낸 완공 이야기 등 공동체 생활 전모를 모두 풀어 썼다. 코하우징 주택 ‘짓기’와 ‘살기’에 관한 책으로 유일한 이 책은 코하우징에 대한 이해에서부터 설계·시공을 거쳐 함께 더불어 사는 과정까지 모든 궁금증을 풀었다.

< 숨쉬는 양념 밥상> - 장영란 지음/ 들녘 펴냄
『자연달력 제철밥상』, 『자연 그대로 먹어라』의 책을 통해 바른 먹을거리와 자연요리법을 소개해 온 저자가 직접 몸으로 부딪히며 배운‘자연스럽고 건강한’밥상 노하우를 전한다. 모든 맛의 기본인 양념 만들기와 밥상의 중심인 밥 짓기에 초점을 맞춰 쉽고 소박한 요리법을 담은 책이다. 1년 내내 입뿐만 아니라 몸까지 즐겁게 해주는 지혜로운 조리법 47가지를 모았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응용력이다. 같은 양념이라도 봄에는 쑥, 여름이면 깻잎을 만나 다른 반찬이 되고, 된장 하나로도 국, 나물, 장아찌, 샐러드 등 만들 수 있는 요리가 무궁무진하다. 좋은 선생님을 따라 직접 밥을 짓고 장을 담그다 보면, 어느새 부엌에는 돈 대신 자연이 가득하다. 집에 제대로 된 양념과 제철 재료만 있으면 누가 하든, 무얼 하든 맛있다.

< 티베트 방랑> - 후지와라 신야 지음/ 이윤정 옮김/ 작가정신 펴냄
8년의 인도방랑을 마치고 진흙 속 연꽃―히말라야로 떠난 후지와라 신야의 새파란 천국 티베트 방랑기. 이 책은 자연과 인간이 살아가는 방식을 있는 그대로 보고 제 몸에 베껴 적으면서 삶을 찾으려 했던 어느 조용한 여행자가 아대륙을 떠도는 긴 방랑길에 남긴 종언의 기록이다. 그는 책에서 인도를 “땅이 끌어당기는” 곳, 티베트를 “하늘이 잡아당기”는 곳이라 표현하고, “인도에서 티베트에 가면 물방개처럼 늪에서 공중으로 날아오른 듯한, 두 개의 영역을 날아다니는 기분”이 든다고 말한다. 불운한 사람들의 수많은 삶이 들끓는 진창 인도 옆에 너무도 숙연하고 청한하고 순백 무구한, 천공에 가장 가까운, 정토를 연상시키는 땅 티베트가 있기 때문이다. 1944년 일본 후쿠오카 현에서 태어난 저자는 극단적인 산업화에 길들여진 일본인들에게 여행을 통한 자기 성찰과 회복의 가능성을 보여준 전문 여행가이자, 저명한 사진작가다.

< 모든 여자의 이름은> - 최영숙 지음/ 창비 펴냄
유고시집은 대개 특별하다. 시인의 사진이 실려 있거나 설명된 연혁이 적혀 있거나 시인을 가장 가까이 지켜본 이의 애틋한 글이 따라붙기 때문이다. 마치 유서 같은 시들이 시집을 포위하고 있는 것도 그렇다. 이 시집도 예외는 없다. 시인의 사진, 걸어온 길, 각별한 친구의 발문까지. 읽는 이들을 외롭게한다. 시인의 말을 읽으면 가슴 한쪽이 저려온다. 한 장 한 장 넘길수록 죽음에 가까워지는 시는 그래서 더 참혹하다. 슬픔과 고통이 함부로 소비되고 몽롱하고 어려운 시가 범람하는 이 시대. 여전히 빛나는 시가 있다. 5월은 그의 죽음과 아무런 관련이 없지만 이렇게 따뜻한 날이면 이 시집이 생각난다. 모든 여자의 이름이 부유하는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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