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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6 | 연재 [김의수교수의 상식철학]
문화가 좋다, 정치는 가라
김의수 전북대 명예교수(2013-06-05 10:12:09)

내 강의를 수강하는 대학 신입생들 중 절대 다수가 대학 입학 전까지는 인터넷을 통해서 관심있게 읽어본 뉴스가 대부분 연예와 스포츠였다고 말한다. 그런데 지금은 복지, 성문화, 교육 그리고 정치 뉴스도 클릭한다고 한다. 죽은 교육과 산교육이 얼마나 큰 차이인지 실감하게 한다. 그런데 오늘 상식철학 원고를 쓰면서 나는 솔직히 고백하고 싶다. 뉴스 같은 건 보고 싶지 않다고.

장한나 공연을 관람하다
바쁜 와중에 최저 문화 생활 목록을 실천하려고 장한나 공연을 보러 갔다. 예술의 전당 개관 25주년 기념 코리언 월드스타 시리즈 중 하나였다. 천재 소녀 첼리스트에서 청년 지휘자로 성장한 장한나는 언뜻 보기에도 너무나 멋졌다. 음악 삼매경에 빠져 조금 일그러진 얼굴로 열정적인 첼로 연주를 하던 소녀 장한나의 모습은 간데없고, 마르고 가냘퍼서 수줍게 몸을 흔드는 듯한 모습으로 무대에 등장한다. 그 멋진 음악의 선율은 떠오르지 않지만 균형 잡힌 그녀의 지휘 모습은 영상을 보듯 선명하다. 특히 긴 손가락이 눈에 들어왔고, 변화무쌍한 곡의 흐름을 일일이 손과 몸과 눈빛으로 이끌어 가는 모습이 정말 예술이었다. 모든 악기들이 다 동원된 듯 무대를 꽉 채운 오케스트라로 라벨(M. Ravel)의 ‘La Valse’를 첫 곡으로, 그리고 황병기의 가야금 협주곡 ‘새봄’을 노 연주가 황병기와 함께 두 번째 곡으로 연주하였다. 매 연주마다 청중을 온전히 음악 속에 빨려들게 만드는 공연이었다. 마지막 곡 쇼스타코비치(D. Shostakovich)의 교향곡 제8번은 정말 경이로운 연주였다. 무려 한 시간이나 꼬박 걸리는 곡을 지휘한 장한나는 지휘의 신기를 보여주는 듯했다. 소련 작곡가 쇼스타코비치의 음악과 생애도 전쟁과 냉전으로 얼굴진 것이었지만, 그의 음악을 통해 온 몸으로 확인하는 역사와 실존의 느낌은 무겁고 복합적이면서도 심오하고 장중함이 있었다.

예술도 역사도 삼킨 인간 군상들
박근혜 대통령은 미국에 가서 무슨 말을 하고 무얼 협상할까? 이명박 대통령이 엄청난 무기 수입을 약속한 것과 다른 것을 기대할 수 있을까? 전혀 그렇지 않을 것이기에 나는 많은 국민들처럼 관심조차 두지 않았다. 그런데 어떤 상상력으로도 예측이 불가능한 일만 저지르고 온 모양이다. 그녀의 고집과 불통의 대표적 인사 사례로 꼽히는 윤아무개가 국내에서 C급 유명인이었다가, 미국에 가서 세계적인 특급 유명인으로 비상한 것 같다. 저런 핵폭탄이 터졌으니, 다양한 꼼수들이 등장하는 것은 뻔한 노릇일 거다. 주진우 기자 구속 영장 발부나 개성공단 실무회담 제안 등이 그렇고 그런 수순이었나? 게다가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폄훼하는 극단적 저질적 행패들을 보노라면 정말 현실이 싫어진다. 독일에서는 네오나치들이 범죄시 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그들보다 더 한 자들이 버젓이 종편TV를 소유하고 온종일 전국으로 방송을 내보내고 있다. 차라리 뉴스 같은 건 보지도 말고 듣지도 말라고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싶다. 생긴 것과는 달리 예민한 데가 있는 나로서는 상식이 숨 쉴 수 없고 철학이 비틀어지는 현장에서 이렇게 모순덩어리가 되어 절규하게 된다.

전주영화제 폐막작을 보다
8년 만에 전주 국제 영화제 폐막작을 보러갔다. 역시 최소한의 문화생활 목록 실천의 일환이었다. 이슬람 전통문화 속에서 해방을 꿈꾸는 소녀의 발랄함이 돋보이는 영화였다. 우리의 젠더감수성으로 볼 때 그 나라의 성평등 문화는 참으로 답답하고 안타까운 수준이었다. 그런데 윤창중 스캔들이 터진 후 한 젊은 블로거는 한국의 젠더감수성은 중세 수준이라고 엄격하게 평가하였다. “청와대 대변인은 대통령과 정권의 수준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얼굴이고 분신이다.” 이렇게 훌륭한 말을 한 사람은 누구일까? 놀랍게도 윤창중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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