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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6 | 연재 [읽고 싶은 이 책]
키스를 원하지 않는 입술 외
임주아 기자(2013-06-05 10:14:55)

<키스를 원하지 않는 입술> - 김용택/ 창비
“초딩 2학년 애들이 가장 좋아하는 말이 뭔지 아냐?” 모두 눈을 크게 떴다. 시인은 양손을 척 뻗으며 연극배우처럼 소리쳤다. “나가 놀아라!” 그 말에 신난 아이들이 운동장 한가운데 머리를 맞대고 꼼짝을 않길래 가만히 보았더니 기어가는 벌레를 한참이나 보고 있더라는 거다. 시는 그 지점에 있다고, 그렇게 보아야 한다고 했다. 대학 2학년 때 임실 진뫼마을 문학기행을 다녀오고 쓴 글. 노트를 보다가 잠시 흐뭇해졌다. 시인의 신작 시집을 함께 읽었다. 시인은 여전히 ‘초딩 2학년’이다. 산 아래 작은 마을에 어둠을 보고(「이 하찮은 가치」), 아침 산에 올라 바위틈에 핀 진달래꽃을 보고(「꽃 보러 왔나봐요」), 산을 내려온 감미로운 바람의 발길을 느끼는(「달콤한 입술」) 그다. 이번 시집엔 「섬진강」 연작 4편도 새롭게 실렸다.

< 예술가의 작업실> - 박영택/ 휴먼아트
미술평론가 박영택이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 12명의 작업실을 찾았다. 파스텔 조각으로 풍경과 사물을 그리는 민경숙, 아크릴 물감으로 시대의 인물을 그리는 안창홍, 먹과 붓으로 사유의 세계를 보여주는 김호득, 엄청난 양의 드로잉을 그려내는 이강일, 신문지에 볼펜과 연필로 선을 긋는 작가 최병소, 고무판과 스티로폼으로 입체의 세계를 보여주는 도병락, 작업량이 가장 많기로 소문난 추상화가 홍정희, 직접 한지를 뜨고 천연 안료를 만드는 장인 정종미, 철과 스테인리스강을 녹여 자르고 두드리는 최기석, 대리석과 씨름하며 조각하는 박용남, 스테인리스 핀못으로 빛을 만드는 유봉상, 사진 인화지에 칼질하며 기하학적 칼 드로잉을 보여주는 조병왕까지.책은 단순히 ‘유명한 작가의 멋진 작업실’을 몇 차례 방문하고 순간적인 감흥으로 쓴 글이 아니라 오랫동안 자세히 들여다보고 그만큼 되새김한 후에 쓰여졌다. 글 곳곳에서 작가와 오랫동안 함께 해온 그의 진심이 느껴진다.

< 종이배를 접는 시간> - 오도엽 외 3명/ 삶창
한진중공업 3년의 기록. 사측이 정리해고 계획을 발표한 2010년부터 최강서 열사가 노조 사무실에서 목 매 숨진 후 66일 뒤에야 솔밭산에 안치된 2013년까지, 옥빛 작업복에 청춘을 바친 노동자들의 삶과 죽음, 절망과 희망을 기록하고 있다. 끊임없이 약속을 깨려는 이들이 있을 때, 누군가는 약속을 위해 곡기를 끊어야 했고, 땅을 버리고 허공에 올라야 했고, 피 터지게 싸워야 했고, 목숨을 걸어야 했다. 이 르포르타주는 약속과 배신 사이에서 삶과 죽음이 교차하며 진행되어온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의 역사이고, 오늘날 모든 노동자들의 역사이다.

< 한국의 거미> - 남궁준/ 교학사
국내 독보적인 ‘거미 연구가’로 이름난 남궁준 선생이 5월 14일 별세했다 . 향년 93 . 전국 200여 곳의 동굴을 탐사하며 표본을 수집하고 60년 가까이 연구에 매진해 황무지 수준이었던 국내 거미 생태분야를 독학으로 개척했다. 2001년, 평생 연구한 거미류를 정리해 펴놓은 이 책은 그의 평생연구록과 같다. 십여년이 지난 지금도 이만큼 거미를 연구한 책은 보지 못했다. 그가 쓴 <한국의 동굴>도 함께 읽으면 좋다.

< 우리에게 과학이란 무엇인가> - 이권우 외 22인/ 사이언스북스
근원적인 것에 대한 동경심, 진리에 대한 끝없는 탐구열, 그 모든 것을 확인해 보려는 왕성한 지적 호기심,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탐구정신, 권위에 쉽게 복종하지 않는 독립정신, 무겁고 견고한 것을 비웃을 줄 아는 광대 정신. 과학자들의 자서전을 읽으며 흥분하고 즐거웠던 마음이건만, 우리 교육현실을 되돌아보면 암담한 심정이 된다. 이 먹구름은 도대체 언제나 걷히려나. -이권우(도서평론가) 가볍고 경쾌하게 자신의 ‘과학 경험’을 그린 이야기. 과학자에서 진성 과학 기술자까지 다양한 필진을 아우르고 있는 이 책을 통해 ‘과학으로 가는 길’이 하나만이 아니라 풍요로운 다양성의 길임을 발견하게 된다. 과학에 대한 지식인 23인의 명쾌한 성찰. 이 책에 수록된 23편의 에세이들은 2008년부터 2009년까지 월간과학 웹저널<크로스로드>에 실린글에서 추린 것이다. 과학도가 아니라도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

< 발리우드 너머의 영화들> - 전주국제영화제 편저/ 본북스
전주국제영화제 기념품 숍에서 가장 눈에 띈 기념품은 다름 아닌 책이었다. 이 책은 영화로만은 알기 어려웠던 발리우드 영화의 이야기가 잘 소개되어 있다. 인도의 쇼마 차테르지(비평가), 텐징 소남(감독), 샥티 다란 야쇼크 루마르(기자)가 전하는 ‘로컬발리우드의 역사와 특징’ 챕터의 글은 벵골, 말라얄람, 타밀 등 지역의 영화 이야기로 연구 자료로도 좋을 글이다. 김영진 이상용 강민영 전주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가 곁들이는 발리우드와 비발리우드 영화 이야기도 흥미롭다. 기존 공식을 깬 다양한 인도영화를 소개하려는 그들의 노력이 빛난다. 책속 부록으로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한 ‘비욘드 발리우드: 인도영화특별전’ 9편의 영화 소개도 들어있다. 김영진 수석프로그래머는 “인도 인접 지역의 영화들까지 포괄해 야심찬 미학적, 산업적, 경제적 지도를 그리려 하는 이 책이 이곳에서 영화역사 담론의 귀중한 1차 자료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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