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킵 네비게이션


분야별보기

트위터

페이스북

2013.9 | 연재 [성재민의 올댓소셜]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편견 플랫폼이 전부인가?
성재민(2013-09-02 17:38:53)

최근 만났던 분과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들었던 이야기중 하나. 디지털을 중심으로 성장한 기업에 몸담고 계신 그 분은 커뮤니케이션의 방향에 대해 “소비자가 있는 곳(플랫폼)이라면 어떤 것이든 이용가능하다”고 말했다. 우리가 타겟으로 하는 소비자가 페이스북에 있다면 페이스북으로, 트위터에 있다면 트위터로, 카카오톡에 있다면 카카오톡으로 가는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의 말에 동의한다.
사람들이 사용하는 툴은 계속 변하고 있고, 타겟에 따라, 고객 세분화에 따라 그들과 만날 수 있는 핵심적인 채널들은 다를 수 있다. 한 두가지 서비스가 모든 커뮤니케이션을 지배하고 있지도, 모든 이용자를 담고 있지도 않다. 페이스북은 여전히 글로벌에선 ‘대세’지만 국내에선 월 이용자 수 1천만명 수준의 서비스이며, 글로벌에서‘듣보잡’일지 모를 카카오는 국내에서 그 어떤 포털이나 서비스보다도 강한 자신감과힘을 가지고 있다. 거기에 다양한 SNS들이 하루가 다르게 쏟아지고 있는 판이니 기업과 브랜드들이 원하는 고객에 따라 접근해야 할 서비스는 달라질 수 밖에 없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그와 이야기 중에 한가지 의견이 엇갈린 부분이 있다. 바로 ‘감성중심의 캠페인은 성공가능한가’다. 결론부터 이야기 하자면, 나는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감동코드 캠페인은 성공가능하고, 많은 기업들이 앞으로 지향하게 될 방향이라고 본다. 그러나 그는 “국내 사정에선 힘들다”고 했다. “참여가 쉽고 피드백(혹은 베네핏)이 빨리 돌아오는 방식이 아니면 힘들다”는 것이었다. 내가 올해 칸에서 수상한 도브의 ‘Real Beauty’ 케이스를 소개하자 “그건 해외에서만 될 뿐 국내에서는 주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이야기에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는가? 나는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그의 주장에 동의할 수가 없다. 나는 세대를, 인종을, 국경을 넘어 모든 사람들이 공감하고 공유할 수 있는 인간의 본성에 주목한 콘텐츠 마케팅은 소셜미디어의 핵심이자 앞으로 발전해 나가게 될 디지털 기반 캠페인의 주된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매력적인 콘텐츠를 만드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내가 기술보다 콘텐츠에 더 집중하는 이유다. 쉽고 편리하고 빠르게 이용할 수 있는 무언가를 제공하는 것은 손으로 땅을 파려는 사람에게 삽을 쥐어주는 것 만큼이나 중요하지만, 이는 더 좋은 도구가 등장하는 순간 금새 구시대적인 것이 되어버리고 만다. 플랫폼보다 콘텐츠에 주목하는 이유는 콘텐츠의 수명이 매우 영속적이기 때문이다. 플랫폼이 바뀌더라도 매력적인 콘텐츠는 흘러간다.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그들을 행동하게 만든다.
사실 이번 대화를 나누면서 오래된 신문방송학의 논쟁거리 중 하나인 ‘기술결정론’에 대해 생각했다. 이 논쟁의 핵심은 ‘기술이 사람을 변화시키는가, 사람이 기술을 변화시키는가’에 대한 것이다. 기술이 사람을 변화시킨다고 보기엔 모든 기술이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치진 못했고, 씨티폰, 위성DMB같은 기술들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는 사실을 돌이켜보게 한다는 점에서 확신하기 어렵다. 반면 사람이 기술을 변화시킨다고 보기엔 우리가 기술을 만들 때 우리의 삶과 문화가 바뀔 모든 지점을 예측하고 준비하지못했다는 점에서 이것 또한 완벽하지 못하다. 해묵은 논쟁이다.
누가 나에게 이 ‘기술결정론’의 해답을 묻는다면 나는 ‘사람이 먼저’라고 답하겠다. 사람은 기술을 필요에 의해 발명했고, 그것은 얼마나 기술이 사람들의 삶을 제대로 투영하고 있느냐에 따라 채택되거나 혹은 사라지게 된다. 물론 사람들도 컴퓨터가 아닌지라(설령 컴퓨터라 할지라도) 모든 상황 변화를 예측할 수는 없다. 예상하 못한 방법으로 그들이 만들어낸 기술이 사용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러나 처음 만들어지는 방향부터 그것이 대중화되고 많은 이들에 의해 쓰이게 되는 순간까지, 기술은 언제나 사람에 의해 존재해왔음을 부인할 수 없다. 디지털커뮤니케이션에 대한 편견 역시 같은 논리라고 본다. 디지털 플랫폼에 대한 맹신은 기술중심적인 사고를 만들어 내리라 생각한다. 사람들은 언제 마음이 바뀌어서 페이스북과 카카오를 떠나 또다른 서비스로 옮겨갈지 모른다. 하루 아침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이다. 그래서 콘텐츠의 중요성은 더욱 크다.
플랫폼을 선택하는 것은 물론 매우 중요하지만 그 본질은 콘텐츠에 있고, 플랫폼은 그 콘텐츠가 제대로 쓰이기 위한 도구임을 인식해야 한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