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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9 | 연재 [상식철학]
휴가를 뒤로하고 지구를 철학하다
김의수 전북대 명예교수(2013-09-02 17:39:13)

봉사활동 또는 휴가?
여름 휴가지를 고민하고 있던 차에 전주환경운동연합 이정현 사무처장에게서 문자가 왔다. 내몽고사막화방지 풀씨뿌리기 봉사활동에 동참해달라는 내용이었다. 마감 날이 됐는데 2명을 더 채워야 한단다. 아내가 선뜻 동의해줘서 가기로 했다. 비용 260만원(2인) 송금, 여권 사본 송부, 봉사활동에 대한 준비 사항 등 바쁘게 준비하면서도 한편으로 걱정이 앞섰다. 2년 전 북인도 라다크에 갔다가 꽤 많이 고생했던 기억 때문이다.
사막, 더위, 물갈이 배앓이 외에도 이번에는 약간의 노동을 하다가 탈이라도 나면 대원들에게 민폐가 될 것이다. 더구나 청소년 학생들도 있다는데……. 그러나 이런 소소한 걱정보다는 전주환경운동연합과 에코피스아시아네트워크가 공동으로 4년 째 추진해 온 환경 국제연대 활동의 의의를 생각하며 최소한의 실천활동을 하게 된 것을 뜻 깊게 생각하였다.
그런데 출발 이틀 전 비상 상황이 발생했다. 내몽고 자치구 위구르에서 테러가 발생했고, 모든 자치구들이 외국인 입국을 금지했기 때문이다. 특히 NGO회원들의 출입을 엄격하게 금지하였다. 30명이 참여하는 봉사활동이었지만 그중에는 교사도 있었고, 학생들도 있었다. 아직 방학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특별히 허가를 얻어 가게 된 것이었다. 아마도 나를 제외하고는 모든 사람이 어려운 시간을 내어 가기로 결정했을 것상식철학이다. 그런데 출발 직전에 이런 사태가 발생하니 모두들 크게 실망하였다. 그리고 동시에 환경 문제 외에 자치권과 인권 문제도 안고 있는 내몽고 주민들에 대한 걱정도 하게 되었다.
대학교에서도 주요 보직자들은 휴가기간을 엄수해야 한다. 아내가 휴가 기간을 정하여 허가를 얻은 상태였기 때문에 우리 부부는 그 기간에 어디든 서둘러 알아보고 다녀와야 했다. 전주에서 문자가 오기 전에 했던 고민으로 되돌아간 셈이지만, 이제는 전혀 여유가 없었다. 하루 만에 결정해야 하므로 아내는 급히 인터넷을 뒤졌다. 그리고 찾아낸 곳이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였다. 전형적인 휴양지이고 모두들 다녀와서 좋았다고 평가하는 곳이라니, 갑자기 행운을 얻은 기분이 들었다. 더구나 여행상품의 마지막 땡처리여서 가격이 반값이었다. 그리고 그 금액은 봉사활동 참여 비용의 절반밖에 되지 않았다.


낙원도 있었네
코타키나발루. 그곳에는 태풍이 오지 않는단다. 지진도 없다. 저절로 자라는 고무나무에서 고로쇠 수액의 20배나 되는 고가의 고무액이 대량 생산되어 거액의 수입을 올린단다. 무엇보다도 범죄율이 낮다. 관광지마다 보게 되는 물건 파는 아이들도 없었다. 한국인 현지 관광가이드 외에 말레이지아 가이드가 한 명 더 버스에 타고 다녔는데, 그게 의무란다. 그 가이드는 하루 종일 잠만 자고도 일당이 7만원이다. 밤새 컴퓨터 프로그램 개발하고, 낮에는 이런 아르바이트를 할 수도 있나보다. 이건 자국민 보호와 청년 일자리 정책이란다. 일기는 1년 내내 거의 변동이 없고, 언제나 바다와 야외 수영장에서 수영을 즐길 수 있다. 이쯤 되면 가히 낙원이 아닐까?
지구 곳곳에는 수많은 문제들이 도사리고 있지만, 또 이렇게 정말 낙원 같은 곳도 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 보면 수많은 문제들을 안고 있더라도 우리의 지구는 현재 상태를 오래 오래 유지할 수만 있어도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 영화 <설국열차>가 다시 한번 일깨워주는 상식이다. 관객동원의 새 기록을 세우고 있는 이 영화는 30년 동안 그려진 프랑스 만화가 원작이라는데, 온난화 처방과 빙하기의 시작이라는 대재앙을 출발점으로 한다.
지구과학이 알려주는 상식에 의하면 일정 시기마다 닥쳐오는 빙하기는 지구의 역사를 이루는 현상이고 겨우 1만년 이내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인류로서는 거기에 순응하고 현재의 삶을 감사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놀라운 문명을 발달시킨 우리 인류는 석유자원의 남용과 생태계 파괴로 지구온난화 현상을 유발하고 있고 이는 제6기 빙하기를 앞당겨 인류의 종말을 재촉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것이 과학자들의 진단이다.
약간의(?) 더위와 싸우느라고 지루하고 힘든 여름을 보낸 우리지만, 다시 성과의 계절을 맞이하기 전 잠시 인류 그리고 지구를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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