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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9 | 연재 [사회적기업 탐방]
연 매출 60억 기업, 함께 잘 살기를 선택하다
⑪두메산골 영농조합법인
황재근 기자(2013-09-02 17:43:05)

그간 만나온 사회적기업들은 다양한 형태를 갖추고 있었다. 지역자활센터의 사업단으로 시작한 기업이 많았고, 비영리법인에서 전환하거나, 새롭게 창업한 기업도 있었다. 시초는 여러 가지지만 공통점도 있었다. 사회적기업 지정을 계기로 새로운 활로를 찾아 기업을 성장시키거나 안정적인 운영을 모색한다는 점이었다. 이번에 찾아간 두메산골 영농조합법인(이하 두메산골)은 바로 그 점에서 차이가 있다. 지난 2011년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을 때 두메산골은 이미 연매출 56억원이 넘었고 2012년에는 60억을 돌파한 탄탄한 기업이다. 두메산골 측은 “경영자인 유현주 대표와 두완정 이사장 부부의 결정으로 사회환원을 위해 사회적기업 전환을 신청했다”고 설명한다.
두메산골의 역사는 20여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유현주, 두완정 부부는 1989년부터 양계농장을 시작해 몇 차례의 실패를 겪은 후 농어민후계자로 선정돼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다. 당시 두 이사장은 해외선진지 견학 지원을 통해 이스라엘 키부츠 농장에서 생산·유통·판매를 공동으로 하는 조합을 보고 느끼는 바가 있었다고 한다. 한국으로 돌아온 후 5명의 생산자들과 함께 뜻을 모아 1997년 두메산골 영농조합법인을 탄생시켰다.
이후 친환경 먹거리 수요를 예측하고 여러 번에 시행착오 끝에 무항생제 사육을 성공시켰고 2009년부터는 오리의 무항생제 사육도 시작했다. 2007년에는 HACCP인증, 2009년에는 친환경축산물 인정, 2011년에는 바이전주와 바이전북 상품으로 선정됐다. 현재 두메산골은 닭과 오리의 사육부터 가공 유통까지 도축을 제외한 전 과정을 자체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주간 생산량은 6만~7만수에 이른다.
두메산골은 법인설립 당시부터 수익의 일부를 어려운 이웃을 위해 쓰기로 결정하고 실천해오고 있었다. 고용부문 역시 이미 결혼이주여성 등 취약계층 비율이 높았던 상태. 그럼에도 소득의 2/3을 사회에 환원해야 하는 사회적기업 전환을 선택하기는 쉽지 않았다. 유현주 두완정 부부는 10년 넘게 함께 일해 온 결혼이주여성 직원을 보며 저 사람들을 위해 앞으로도 같이 잘살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고민했다고 한다. 어려운 시기를 겪고 맨손으로 회사를 일으켜 세웠던 기억이 그들의 결정을 이끌었다. 빈손으로 시작한 일, 다시 빈손으로 돌아간다해도 후회가 없다는 것이 두 사람의 생각이었다. 지난 2011년 두메산골은 이사들의 동의를 받아 사회적기업 전환을 신청했다. 두메산골의 유·무형적 가치는 80억원 가량. 사회적기업 전환만으로도 이미 거액의 사회환원을 한 셈이다.
두메산골은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다. 재활원이나 복지관 등 30여개 기관과 단체에 기부를 하고 인근 장애인학교와 제휴를 맺고 현장실습프로그램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전 직원 33명 중 16명은 결혼이주여성, 장애인, 취약계층에 속한다. 직원들을 위해 사회적기업을 선택한 만큼 직원복지도 잘 갖춰져 있다. 결혼이주여성 직원들을 위한 한글교실과 한국문화체험이 매주 진행되고, 사내 동호회활동에도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대개의 생산업체와 달리 주문물량이 밀릴 때도 초과근무를 하지 않는다는 원칙도 이색적이다. 덕분에 직원들의 만족도는 최고 수준. 이직율은 극히 낮은 편이다.
더 많은 공헌을 위해 매출을 늘려야 하는 것이 당장의 과제다. 그간 기업과 학교 등을 중심으로 납품했던 유통망을 확대해 소비자와 직접 거래하는 구조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 인터넷과 본사매장으로 한정된 소매창구를 로컬푸드매장과 대형마트 등으로 넓힐 계획이다. 대기업과 직접 경쟁해야하는 축산물 시장에서 가격보다는 품질경쟁력으로 맞서기 위해 연구개발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에는 MSG와 발색제 등을 첨가하지 않은 4무(無) 바비큐를 출시했고, 올해는 흑마늘을 부재료로 사용한 오리훈제를 내놓았다. 함께 잘살기 위해 쉽지 않은 선택을 한 두메산골이 소비자의 선택을 통해 더욱 성장하기를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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