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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0 | 연재 [상식철학]
손석희의 뉴스9
김의수 전북대 명예교수(2013-10-10 10:05:18)

손석희와 김중배
손석희는 화려하게 뉴스앵커로 컴백했다. 그가 제작하고 진행하는 ‘JTBC 뉴스 9’은 정상적인TV뉴스가 부활했음을 보여준다. 균형 잡힌 시각과 기자들의 발품이 묻어나는 보도뿐만 아니라,제작비도 충분히 들어가는 화려한 뉴스이기까지 하다. 개성공단도 연결하고, 후쿠시마에 기자가 직접 들어가기도 하며, 시차에도 불구하고 미국 대학교수를 실시간 연결하기도 한다. 문제의해양수산부 장관을 초대하여 곤혹스런 질문 공세를 펴기도 하고, 야당 대표에게 충분한 시간을배정하여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한다. 그리고 매일 한 가지 이슈에 대한 여론 조사 내용을 발표한다. 여론의 다수는 여전히 박근혜 대통령 편으로 나오는데, 그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다만 손석희는 다수 여론에는 노년 세대가 집중돼 있다는 사실을 통계로 확인시켜 준다.언론인 김중배 선생은 전두환 시대에 동아일보 칼럼으로 많은 시민들에게 신선한 희망을 던져주었다. 당시에 메이저 신문사 편집국장은 대단한 권력을 가지고 있기도 했고, 그래서 임기동안에 집 몇 채가 생긴다는 소문이 파다했다.그런데 김중배 선생은 1991년 바로 그런 편집국장 직을 사임했다. 독재 권력이 물러난 자리에 자본권력이 자리하고 있다고 말하며 자본으로부터 독립해야 한다고 선언한 것이다.
그 후 그는 한겨레신문 편집국장과 사장을 거쳐 김대중 시대에 MBC 사장을 지냈지만, 참여정부가 들어서자 거기서도 스스로 물러나서 시민운동에 몸담고 있다. 80세노익장을 과시하는 김중배 선생은 자유와 해탈의 경지에서 지금도 기자의 눈으로 세상을 돌아보고 있다.
김중배 선생의 곧은 언론인 정신을 존경하는 나는 손석희가 자본의 언론으로 들어간 것을 부정적으로 보기보다는 다행으로 여기고 있다. 적어도 야만과 폭거가 지배하는 종편 TV 환경을 일정 정도는 바꿔놓을 것이기 때문이다.

손석희의 여론조사
손석희 사장의 작품 ‘JTBC 뉴스 9’은 TV 뉴스의 가이드라인을 분명하게 그을 것이다. 왜곡과 야만은 가라! 사실·공정·균형·품위의 네 가지 원칙을 준수하겠다는 손석희의 철학은 그와 격을 함께 하는 대표적인 방송진행자 정관용과 손을 잡음으로써더 힘을 받게 되었다. 그들은 조선, 동아가 보여주는 너무도 메마르고 황량한 언론 환경에 수로를 내는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솔직히 박근혜의 세상과 조선동아의 횡포에 매순간 숨이 막히는 절망감을 떨칠 수가 없다. 생존을 위해 우선은 숨을 좀 쉬어야 한다는 절박한 몸부림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작은 소원, 소박한기대로 손석희 정관용을 환영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들이 만드는 뉴스 시간에 매일 보여주는 여론 조사 내용은 역시 갑갑하다. 정부 여당 편이 더 많게 나온다. 그것이 그들의 한계인가? 아니다. 그것은 사실이고 그들은 사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래서 나는 손석희를 믿는다. 그는 통계를 조작하지 않고 사실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는 다행스럽게도 야만의 들판에 물줄기를 내고 있지만, 그가 사실대로 찍어서 보여주는 영상은 단단한 성채이다. 무지 막지 단순 폭거 음모 모순 퇴행 카오스 무감각 밀어붙임이 뒤엉켜 단단히 굳어버린 성채이다. 시민들이 거기에 균열을 낼 길을 찾아야 한다. 그게 가시화될 때 여론도 따라올 것이다.

원칙의 연대
김중배 선생은 리영희, 송건호 선생들의 뒤를 따르겠다는 뉴스타파 사무실 개소식에 가서 격려사를 했다. 우리 역사에 민주언론의 표상은 뚜렷하다. 그 길을 뒤따르는후예들은 여기저기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심지어 조선과 동아에도 고민하는 사람이한 둘씩은 있을 것이다. 방송4사 노조원들의 패배는 일시적인 과정이었을 뿐이다. 고고한 김중배의 원칙은 영원히 살아남을 것이지만, 현실을 인정한 한계 내에서 세운손석희의 원칙도 필요한 것이다. 고고한 윈칙과 현실적인 윈칙이 시대를 넘어 연대할때 우리에게는 희망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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