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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0 | 연재 [꿈꾸는 학교, 행복한 교실]
점심시간과 중학생
장재성 전주서중학교 교사(2013-10-10 10:05:42)

점심시간 풍경
장면 하나, 점심시간에 두 선생님이 급식 지도를 하며 큰 소리로 학생들을 줄 세우고있다. 학생들이 질서를 잘 지키지 않아 급식 지도를 하고 나면 목이 많이 아프다. 어지간한 여선생님들은 감당하기 버거운 잡무다. 그래서 학생부 선생님과 체육 선생님 한 분이봉사하고 계시고, 다른 선생님들도 순번을 정해 질서를 바로잡고 있다. 특히 점심시작 음악이 울리면 남녀 학생들이 급식실을 향해 단거리 경주하듯 뛴다. 뛰지 못하게 지도하고는 있지만 잘 안된다. 위험하고 혼란스럽다.
장면 둘, 점심시간 중간 무렵 5층 진학실 입구에서 1학년 학생들이 복도에서 종이로 만든 공을 차다가 다른 선생님에게 걸려서 꾸지람을 듣고 있다. 진학실과 붙어 있는 교실 학생들에게서 이런 모습을 자주 본다. 어떤 선생님은 벌을 주기도 하지만 꾸지람으로 끝난이번은 운이 좋다. 축구공을 차기도 하지만 종이로 공을 만들어 차고 노는 경우도 있는데딴에는 축구공보다 덜 위험하다고 생각해서 그럴 것이다. 공을 차고 싶어도 찰 곳이 없다.
점심시간은 길지만 운동장은 고학년이 차지한다. 더구나 1학년 학생들의 식사 시간은 아직 멀었으니 할 일이 별로 없는 것이다.
장면 셋, 5교시 내 수업에 2학년 두 학생이 늦게 들어오고 있다. 아직 땀을 뻘뻘 흘리면서 말이다. 농구를 좋아하는 학생이라는데 모처럼 체육관 겸 강당에 있는 농구대를 형들에게 빼앗기지 않은 모양이다. 수업에 늦어 화를 내고 싶지만 땀을 뻘뻘 흘리는 모습이 좋아 보이고, 한편으로 안타깝기도 하다. 죄송한 얼굴을 하는데 화내기가 미안해서 나가 씻고 오라고 했다.

부산한 풍경엔 이유가 있다
왜 이런 모습일까? 우리 학교는 대단위 학교다. 한 학년에 12반씩이니 모두 36학급이고, 한 학급에 39명 정도가 득실거리고 있으니 전체가 1,400명 정도 규모다. 전주 시내에서 풍남중학교나 서신중학교하고 자웅을 겨루는 학교다. 그래서 이런 모습이다.
점심 식사를 먼저 하겠다고 학생들이 뛰고 질서를 지키지 않는 것은 학생들은 다 그렇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근본적인 문제점 즉 구조적 문제점이 있다. 1,400명의 많은학생이 식사를 하다보니 점심시간이 60분이 아니고 75분이다. 1학년 2학년은 교대지만 3학년은 고학년이라는 이유로 먼저 먹는다. 동생들보다 여유가 있어야 할 3학년이 왜 뛰는가? 학생들이 어려서 밥 빨리 먹겠다는 생각만이 이유가 아니다.
학생들은 그때가 하루에서 거의 유일한 자기 시간이다. 방과후에는 학원에 가야하는 학생들에게 75분의 점심시간은 아주 유용한 휴식시간인 것이다. 그리고 일부 남학생들은 운동장을 먼저 차지하려고 경쟁을 하는 중이다. 학생들은 점심을 빨리 먹어야 나머지 시간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이다.
복도에서 공을 차는 것은 1학년이 차지할 운동장이 없기 때문이다. 교육당국은 학생들을 잘 지도하여 운동장을 골고루 활용하도록 지도하라고 할 것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한 학년도 다 들어가지 못할 조그만 운동장에서 1,400명이 무슨 운동을 할 수 있단 말인가? 거대 학교는 조그만 잘못도 바로 드러나는 소규모 학교와 다른 점이 있다. 바로 익명성이다. 익명성이 어느 정도 보장되니 질서를 안 지켜도 드러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것이다. 익명성이 보장되는 대규모 학교, 운동장이 작은 학교, 다른 운동시설이나 쉴 공간이 부족한 학교에서 일어나는 슬픈 모습이다.

그 한 시간의 행복을 위하여
그러면 다른 학교를 택하면 될 것 같지만 이것은 학부모들이 반대한다. 학부모들이 선호하는 학교와 선호하지 않는 학교가 있어서 전주의 몇몇 중학교는 200명에서 300명의학생을 수용하지만 10개 남짓의 중학교는 학생들이 1,000명이 넘는다. 전주공고에 몇번가보았는데 운동장이 넓은 것과 학교 건물이 듬성듬성 배치된 것이 참 인상적이었다. 이런 공간이라면 학생들이 스트레스를 덜 받겠구나 생각했다.
학생들이 땀을 흘려야 건강하다. 몸도 중요하지만 마음이 건강해야한다. 학교 폭력 이야기를 많이 한다. 근본적인 대책 운운하지만 스스로 자신의 길을 개척하고, 결정하고, 실행에 옮기는 여건 속에서 자란 학생들이라면 학교 폭력 따위는 발을 붙이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 학생들이 뛰어놀 공간이 없다. 시간도 없다. 부모님들은 학생들을 학원에 보내고실력 향상이라는 명분으로 문제집 풀이를 시키는데 많은 돈을 쓴다. 학원비를 벌기 위해직장에 다니고, 또 직장을 다니니 학생들에게 소홀하여 학생들을 더욱 학원에 예속시키는악순환을 계속한다.
그래도 학교는 희망을 품어야 한다. 이곳에도 학생들이 있고 누군가는 그 학생들의 교육 여건을 개선하기 위하여 노력해야 한다. 그래서 학부모도 교사도 교육당국도 많은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지금보다 과밀화가 완화된 모습의 학교를 보고 싶다. 한 학급에30명 정도를 생각하는 것은 서중학교에서는 사치인가? 외국을 예로 들지 않아도 한 학교의 학생 전체가 500명 이내를 생각하는 것은 망상인가?
학생들은 점심시간에도 행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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