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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0 | 연재 [생각의 발견]
워싱턴포스트가 될 것인가, 뉴욕타임즈가 될 것인가
윤목 ㈜더커뮤니케이션그룹 대표,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외래교수(2013-10-10 10:06:19)

세상이 그야말로 LTE급 이상의 속도로 변하고 있다. 소비자가 변하고, 매체환경이 변하고, 유통환경이 변하고 있다. 이 변화의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도무지 그 하나하나에 적응하기에 숨이 찰 정도다. 이 변화의 물결에 얼만큼 잘 적응하느냐의 문제는 기업뿐 아니라 모든 조직의 사활이 걸린 문제가 되었다.

오늘날의 소비자들은 광고를 볼만큼 한가하지 않다
2000년대 이전의 소비자는 그야말로 수동형이었다. 신문을 읽고, 뉴스를 보고, 읽기만 하는 소비자로 만족했다. TV에 광고가 나가면 그 광고를 인지해서 브랜드를 기억하고 매장에서 그 브랜드를 사주는 소비자,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그야말로 말 잘듣는 착한소비자였다. 그러나 오늘날의 소비자는 어떠한가. 기업이 일방적으로 던지는 메시지에는 별 반응을 보이지 않고 그 메시지가 자신에게 어떠한 이익을 주느냐, 어떤 재미를 주느냐로 선별해서 수용한다. 그 이전에 기업이 내보내는 광고에 노출될만한 시간적, 공간적 기회조차 없어졌다. TV앞에 있던 시간이 몇분의 1로 줄고, 종이신문을 보는 집은 날이 갈수록 줄고 있다. 모두가 다 스마트폰으로,스마트폰으로만 몰려가고 있다. 거기에서 소비자들은 기사를 보고,검색을 하고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고, 다른 사람의 의견과 비교한다. 메시지의 수신자로서가 아니라 발신자로, 광고의 객체가 아니라 광고의 주체로 바뀌어가고 있는 것이다.

종이신문의 대명사인 워싱턴 포스트, 손을 들다
이러한 변화의 물결을 감당하지 못하고 마침내 종이신문의 대명사격인 워싱턴포스트가 손을 들었다. 뉴욕타임즈와 함께 세계적인 명성을 지닌 권위지로 136년 역사를 자랑하던 신문, ‘워터게이트’사건 특종 보도로 미국의 대통령까지 갈아치운 권위지인 워싱턴포스트가 드디어 항복하고 아마존닷컴의 창업자인 ‘제프 베조스’에게 팔린 것이다. 이것은 당연히 태블릿 PC 와 스마트폰 등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미디어의 급속한 발달로 종이신문의 판매부수가 급속히 감소하고 광고실적이 부진해지면서 경영난에 봉착했기 때문이다. 1993년 구독자수가 83만명에 이르면서 전성기를 누렸던 워싱턴 포스트의 평균구독자수가 전성기의 절반정도인 47만명까지 줄어들었으니 말이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90년대까지 언론의 한 축을 담당했던 스포츠신문이 ‘포커스’ ‘메트로’ 등 지하철 무가지 영향으로 몰락한 것이 불과 몇 년 전인데 이 지하철무가지 또한 스마트폰의 급속한 보급에 의해 급격히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요즘 출근길의 지하철풍경을 보면 스포츠신문이건, 무가지이건 종이신문을 보고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눈을 감고 자거나 아니면 깨어있는 승객 중의90% 이상은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거나 검색을 하거나 뉴스를 보고 있다.
4대 일간지는 어떤가. 종이의 권력이라고까지 불린 조중동이 아직 건재하다고는 하나 그 한축이었던 한국일보가 몇 달 전,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면서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이 몰락의 파도가언제 수많은 경제신문, 여타의 종합지, 그리고 조중동까지 불어닥칠지 모를 일이다. 아마 지금도 벌써 종이신문의 내부를 들여다보면 문을 닫거나 주인이 바뀌어야 할 운명에 처해있는 신문들이 한두 개가 아닐 것이다. 4대 일간지가 이러한데 하물며 잡지는 또 어떠한가. 1980년대 그야말로 우리나라 매스 미디어의 한 축을 담당했던 ‘샘이깊은물’ ‘뿌리깊은나무’ 등은 말할 것도 없고 월급날 남편들의 손에 으례 한권씩 들려져 있었던 ‘여성동아’ ‘여성중앙’ ‘주부생활’ 등이 ‘노블레스’ ‘럭셔리’ 등 고급 여성 무가지 영향으로 설 자리를 잃고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소비자의 변화, 스마트폰에 의한 매체환경의 변화에 따라 종이신문이나 잡지가 살아날 방법은 없는 것일까. 어려운 일이기는 하겠지만, 정답은 역시 소비자인 독자에게서 찾아야 한다. 독자에게 얼마나 이익을 주느냐, 독자들을 얼마나 재미있게 하느냐, 독자들의 정보추구 욕구를 얼마나충족시켜주느냐가 그 갈림길일 것이다. 그 어려운, 어쩌면 불가능할 지도 모르는 해법을 찾아본다면 다음과 같다.


첫째, 뉴스가 아닌 뉴스분석으로 살아 남아야 한다!
신문에게 뉴스의 경쟁을 포기하라고 말하는 것이 말이 될 지는 모르겠으나, 이미 뉴스의 경쟁에서 종이신문은 ‘신문’이 아니라 ‘구문’이 되었다.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스마트폰의 기사검색에 비해종이신문의 1면은 실시간 뉴스가 아닌 어제의 뉴스로 채워질 수 밖에 없으니 말이다. 그러니 과감하게 뉴스의 보도기능은 스마트폰이나 태플릿PC 쪽으로 양보하고 그 뉴스에 대한 심층분석으로 살아남아야 한다. 작은 스마트폰 화면으로 도저히 볼 수 없는 심층적이고 전문적이고 전체적인 뉴스분석만이 살길이다.

둘째, 스마트폰이 따라올 수 없는 기획기사로!
어찌됐건 종이신문이 끝까지 기댈 수 밖에 없는 비빌 언덕은 소비자인 독자들의 정보추구 욕구이다. 따라서 스마트폰이 도저히 따라올 수 없는 수준 높은 기획기사 등으로 독자들의 고급 정보추구욕구를 충족시켜야 한다.

셋째, 온라인 기사의 유료화로!
워싱턴 포스트와 양대 산맥을 이루는 뉴욕타임지는 디지털 미디어 중심의 언론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하여 디지털 분야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와 인터넷 기사의 유료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많은 시행착오 끝에 2013년 1분기에 온라인 유료 구독자수가 70만명까지증가하는 성과를 냈다. 파이낸셜 타임즈 또한 독자들에게 부담되지않는 종량제식 뉴스 유료화를 시행하면서 2012년 말, 온라인 유료구족자수(30만명)가 종이신문 유료구독자수(29만명)를 앞질렀다.따라서 어렵겠지만 온라인 각 신문들은 뉴스의 유료화를 끝임없이추구해나가야 한다.

넷째, 독자들의 메시지 발신욕구 충족!
이러한 모든 것이 충족되었다 하더라도 종이신문이 끝까지 살아남기 위해서는 스마트폰이 만들어낸 거대한 정보의 흐름 속에서 점점 더 영악해져 가고 있는 독자들의 메시지 발신욕구를 어떻게 해서든 충족시켜야 한다. M-net이 일반인들의 오디션으로 방송계의센세이셔널한 변화를 이끌어냈듯 이러한 변화를 일으킬 아이디어를 찾아내야만 한다.

어찌됐건 이러한 과정들을 거치는데 필요한 경쟁력이 없는 신문이나 잡지들은 살아 남을 수 없을 것이다. 5공 때 군사정권에 의한인위적인 언론통폐합보다 더 큰 변화의 물결이 지금 우리나라 종이신문, 종이잡지에 몰려오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와 매체환경의 그어마어마한 변화 속에서 말이다. 실로 무서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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