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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0 | 연재 [읽고싶은 이책]
철학이 필요한 시간 외
임주아 기자(2013-10-10 10:07:41)

솔직하게 당당하게
<철학이 필요한 시간> 강신주 지음/ 사계절


그는 대중과 눈 마주치려 애쓰는 철학자이자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사람이다. “사놓고안 읽는 게 베스트셀러 아닌가요?” 좌중 폭소가 터지면바로 심각한 이야기로 넘어간다. 부모를 죽이고 부처를 죽이라는 임제 선사의 일갈부터상처는 드러내야 빨리 아문다는 셀프 명언까지, 그의 강의록이자 독서록이자 비밀스러운 수첩이기도 한 이 책은 철학이란 말에 경기를 일으키는 이들에게 촌스럽게 굴지 말라 등을 두드린다. 지금 당장 필요한 현실적인 이야기만을 동서고금 철학자들의 입을 빌려 조곤조곤 들려준다. “인문정신은 자신만의 제스처로 살아가겠다는 의지를 관철시키는 것”이라는그의 근사한 조언은 덤. 베스트셀러를 거부하는 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베스트셀러. 솔직하고 당당하게 살아야 한다는 당연한 말을 낯설게 돌려 말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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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련된 침묵
<그들에게 린디합을> 손보미 지음/ 문학동네


독자들은 상 받은 작가를 대부분 신뢰한다. 어쩌면 이야기보다 상을 더 사랑하는 지도 모르겠지만, 상은 이야기를 더 이야기답게 만들어주는 힘이 있어보인다. 그리하여 등단 4년차새내기, 책 한권 안낸 신인이젊은작가상 대상을 받았다는소식이 날아들었을 땐 모두 “뉘신지?”하는 반응이었을 것이다.물론, 이 판에 지대한 관심을 갖는 독자들은 말이다. 하지만 상은 작가를 괴롭게 한다.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이 책에 수록된손보미의 단편소설 「과학자의 사랑」은 그 부담감에 나온 작품이다. 그 스스로 “뿌리 없는 작가”라 했듯 그는 전공자가 아니지만 뿌리가 없어서 더 자유로워 보인다. 특유의 번역체가 주는불편은 어느새 탄탄한 이야기 속에 녹아든다. 평론가들은 손보미의 소설을 “세련된 침묵”이라 말한다. 첫책의 침묵이 그를 대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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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탄허!
< 탄허록> 탄허 지음/ 휴


요즘 출판계는 스님이 대세다. 베스트셀러에 스님이 쓴 책이 빠지지 않아서다. 여기 잘 팔리는 책은 아니지만 찾아 읽는 재미가 기쁜 한 스님의 책이 있다. 김제 출신의 한국 불교를 대표하는 승려이자 학자인 탄허스님의 이야기다. 탄허는 조계종의 초대 종정을 지낸 한암스님의 수제자로 잘 알려져있다. 근현대 한국 불교계를 이끈 학승인 그는 20세기 한국 불교를 대표하는 선승으로, 유불도삼교에 능한 대석학이기도 하다. 이 책은 탄허가 쓴 『부처님이 계시다면』과 『피안으로 이끄는 사자후』를 한권으로 엮은 책으로, 일간지와 주간지에직접 기고하고 게재한 자료를 재구성한 것이다. ‘예지’ ‘정치’ ‘철학’ ‘생사’ ‘종교’ 5개 주제로 나눈 책은 탄허스님의 철학을 한눈에 보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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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학은 처음이지?
< 낯선 곳에서 나를 만나다> 한국문화인류학회 엮음/ 일조각


인류학을 처음 접한다면 이 책을 권한다.학생들과 일반인들이 읽기 쉽도록 손질하여 펴낸 이 책은 해외 저명한 학자들의 논문과 저서 가운데서 문화인류학의 특징을잘 보여주는 글들을 선택해 보여준다. 인류학자들이 현지인들과 함께 생활하며 자료를 수집하고 정리한 다양한 주제들의 논문들을 에세이 형식으로 다듬었다. 한편의일기처럼 쉽게 읽혀 좋고 다양한 문화가한눈에 들어와 좋다. 각 사례마다 ‘문화상대주의’와 같은 문화인류학 주제가 담겨 있어 이론서로도 손색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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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땅의 베이비부머들에게
<은퇴 후 8만 시간> 김병숙 지음/ 조선북스


『한국직업발달사』 『40대 인생경영』 『서른아홉 그녀 이력서를 쓰다』 등 다수 책을집필한 저자이자 30년 넘게 상담과 직업연구를 병행해온 저자 김병숙. 그가 인생최대의 터닝 포인트에 서 있는 베이비부머세대들을 위해 은퇴 후 삶에 대한 준비와 그 해법을 고스란히 책에 담아냈다. 스스로 은퇴시기를 결정하고 이후 두 번째인생을 더 풍요롭고 행복하게 살아가고있는 8인의 실제 경험담을 통해 은퇴 후에 필요한 인생철학과 삶의 자세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인생 후반전, 자신만의 로드맵을 그릴 수 있는 실질적인 방법을 제시하고, ‘진로일기’를 통해 자신의 인생을 구체적으로 상상하고 계획 할 수 있도록 돕는다. 문화저널 이번호 수요포럼과 함께 읽으면 금상첨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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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방향
<무성애를 말하다> 앤서니 보개트 지음/ 임옥희 옮김


얼 마 전 영화감독김조광수의 결혼식이 화제가 됐다. 동성연인과의 공개결혼식이어서다. 반응은 쓰나미급이었다.결 혼 식 장 에 오물을 던진 남자를 포함, 인터넷에는 백만 안티가 그를 증오했다. 이 책이 궁금해진 이유는 그 덕분이었다.‘무성애’는 이성애, 동성애, 양성애보다 생소하지만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저자는 조심스럽게 말한다. 요즘 젊은이들이 연애를 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을 무성애자라고 섣불리 판단하는 경우가 있는데, 무성애는 그리 간단한 것이아니라 아주 미묘하고 복잡하다고 말이다. 때문에자신의 정체성을 정확히 알기 위해서는 무성애의정의부터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단다.사랑에도 다양한 이야기가 있듯, 성(性)에도 수많은방향이 있다는 걸 왜 우린 모르는 척 살까. 이제라도 공부하면 좋겠다. 한편 김조광수감독은 “공개결혼식을 기획한 이유는 무엇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노예제나 흑인 인권, 여성 인권등 싸우지 않고 그들의 아픔을 드러내지 않고 조용히 있으면서 정당한 권리를 쟁취한 역사가 있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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